뉴스

이슈 / 뉴스

793d9ae77ed6a72afa83908a1bd3babe.jpg

▲ 2014년 3월 10일 故 박은지 부대표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읊는 이용길 대표



아직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곁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가장 젊은 패기로 앞서나가며, 가장 밝은 웃음으로 주위를 다독이던 동지가 돌연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너무도 소중한 동지이자 벗, 노동당 박은지 부대표가 활짝 꽃필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박은지 부대표는 당과 함께 성장하고, 당과 함께 아파하며, 우리와 더불어 크고 아름다운 꿈을 꾸던 동지였습니다. 언젠가부터 노쇠하고 정체돼가던 진보정당운동에 박은지 동지는 참으로 반가운 봄바람처럼 다가왔습니다. 사회의 문을 처음 두드리던 20대 시절, 박은지 동지의 꿈은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박한 꿈은 교사 지망생에게 비정규직 강사 외에는 다른 답을 주지 못하는 사회, 임신과 출산을 도맡아야 하는 여성에게 바로 그 이유로 사회 진출 기회를 닫아버리는 사회라는 장벽과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이 장벽 앞에서 박은지 동지는 결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자신이 겪은 이 고통, 이 땅의 모든 생활인에게 강요되는 이 모순을 바꿔내려는 운동, 진보정당운동에 과감히 투신했습니다. 


4c201a9596077fdf7c231a9f2f1e7261 사본.jpg

 ▲ 2013년 2월 14일, 미대사관 앞에서 핵무기 보유5국 대사관 동시 1인시위를 했던 故 박은지 부대표



박은지 부대표는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어느덧 진보정당운동의 맨 앞에 나서서 길을 열어갔습니다. 불행히도 그가 진보정당에 자신의 젊음을 불사르기로 결심했을 때 진보정당은 길을 잃고 헤매는 형편이었습니다. 열정과 창의, 상상력이 넘치는 젊은 정치가, 운동가에게 희망과 영광을 안겨주기는커녕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혼돈의 세월에 박은지 동지는 당이 바라는 모든 임무를 늘 혼신의 힘을 다해 수행했습니다. 그 희생의 결과로 당은 조금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박은지 동지! 참으로 죄송합니다, 박은지 부대표! 우리가 그대를 아프게 했습니다. 우리가 그대에게 고통의 짐을 함께 짊어지도록 요구했습니다. 동지는 기꺼이 그 짐을 함께 짊어 졌고, 늘 웃는 얼굴로 오히려 주위 동지들을 챙겼습니다. 그 웃음 뒤에서 동지가 어떤 아픔을 인내해야 했는지, 그 아픔의 깊이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미처 가늠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죄인입니다. 용서하십시오, 박은지 동지!

하지만 박은지 부대표! 우리는 동지가 늘 안겨주던 희망과 패기, 사랑과 열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따뜻함과 아름다움으로 우리가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었으며, 지금도 그러합니다. “꿈을 공유했기에 너무도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박은지 부대표가 이야기한 노동당 당원들 사이에 그대의 그 밝던 눈빛이, 명랑한 웃음소리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 힘으로 버텨내겠습니다. 꿋꿋이 나아가겠습니다. 박은지 부대표가 남긴 절실함 꿈, 거대보수양당 체제를 허물 새로운 진보정치를 이룬다는 그 꿈을 이제 남은 우리가 부여잡겠습니다. 이뤄내겠습니다. 


762bba24858cf00151159f72e368d228.jpg

 ▲ 2014년 3월 10일 故 박은지 부대표 영결식에서 고인께 헌화하는 이용길 대표



그러니 박은지 동지! 이제 아픔과 괴로움은 모두 벗어버린 채, 훨훨 자유로이 가십시오. 생전에 어리석은 우리가 채 나누지 못한 마음 속 말을 이제야 전하면서, 박은지 동지가 남기고 간 모든 꿈, 어린 아들을 우리 모두의 꿈, 우리 모두의 아들로 키워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박은지 부대표, 고맙습니다. 


2014년 3월 10일
노동당 대표 이용길


[ 이용길 (노동당 대표)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laborkr@gmail.com

서비스 선택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1. 울화병 쌓이는 가난한 진보정당의 활동가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

    가슴 아픈 박은지 부대표의 죽음을 보며 그 안에 투영시켜 우리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몇일의 시간이 지났다. 마치 전업주부의 그림자 노동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우울증이 찾아오듯이 이 시대 활동가들의 부단한 노동 또한 운동사회 내외적으로 제 가...
    Category컬럼
    Read More
  2. 진보운동을 하는 우리 모두에게

    ▲ 故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 빈소 (중앙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영안실, 2014.3.9.) 박은지 동지의 조문에 와주신 분들, 그리고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이제 각자 자신의 길에서 잘 살아가야 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한가지 당부...
    Category컬럼
    Read More
  3. 세상 어디에도 없는 소중한 한 사람을 보내며

    ▲ 2014년 3월 10일 故 박은지 부대표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읊는 이용길 대표 아직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곁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가장 젊은 패기로 앞서나가며, 가장 밝은 웃음으로 주위를 다독이던 동지가 돌연 우리 곁을 떠났습니...
    Category컬럼
    Read More
  4. 한국 정당정치의 천박함과 우리의 존재 이유

    진주만 기습이나 한국전쟁처럼 일요일 새벽에 기습적으로 이뤄진 민주당과 ‘안철수당’의 통합 소식에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에서 정당 이름은 참으로 자주 바뀐다. 이름을 외울 겨를도 없이 사라지는 정당도 숱하다. 안철수 씨의 새정치연합도 그런 경우...
    Category컬럼
    Read More
  5. ‘실적’과 ‘경쟁’으로 멍들어 가는 한국사회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진 '직장폭력' 지난 16일 JTBC 탐사플러스라는 시사 프로그램에 경악할만한 사태가 보도되었다. 서울 시내에 소재한 한 텔레마켓 사무실에서 일어난 직장내 폭력에 대한 보도였다. 4~5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팀장’은 실적 부진을 이...
    Category컬럼
    Read More
  6. 산에서 만난 사람들

    산에서 만난 사람들 참을 수 없는 공권력의 가벼움 밀양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다. 어쩌다가 희망버스에 탑승하게 됐을까. 나의 경우엔 순전히 “안녕들”이 탄 희망버스 한 대를 편성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왜 “안녕들”이 희망버스를 타야 한...
    Category컬럼
    Read More
  7. 사회주의 역사와 유럽 근대사

    얼마 전에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의 저서 ‘사회주의’ 서평을 쓰면서 사회주의 역사와 유럽 근대사의 관계를 간략히 언급한 바 있다. 사회주의 이념과 운동은 유럽에서 근대의 시작과 함께 탄생했다. 그 과정은 유럽 근대사의 주요 국면들과 밀접하게 얽혀있...
    Category컬럼
    Read More
  8. 목영대, 뉴타운을 뒤집다⑪ 인감전쟁, 한여름의 무더위를 뚫고

    전국을 몰아쳤던 뉴타운 개발의 광풍은 권력자들과 토건족들의 이익을 위해 서민들의 피와 눈물을 짜냈다. 노동당 당원들은 전국 각처에서 이 터무니없는 사업에 반대하며 서민들의 주거권과 생존권을 위해 앞장서 싸웠다. 그중에서도 의정부 뉴타운 반대투쟁...
    Category컬럼
    Read More
  9. 최종범 열사의 노제에서 낭독했던 조사

    최종범 열사 노제에서 권영국 변호사가 낭독했던 조사를 직접 받아 올립니다. 출처 : 최용님 페이스북에서 https://www.facebook.com/seoullabor [조사] 최종범 동지여, 노동해방열사여! 권영국(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Category컬럼
    Read More
  10. 도래하지 않은, 그러나 꿈꾸어야 하는 세계로의 안내서 -「사회주의, 장석준 저」서평

    제목 | 사회주의 출판 | 책세상 저자 |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 초판 | 2013년 11월 30일 책세상 출판사의 개념사 시리즈 중 28번째로서 사회주의의 개념과 역사를 다룬 책이다. 10명의 사회주의자가 있다면 10가지의 사회주의가 있...
    Category컬럼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25 Next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