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이라는 회사명을 들었을 때의 첫 느낌은 의아함이었다. 사명이 왜 이렇게 촌스럽고 이상할까. 더군다나 오늘날 '갑을'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후진성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명을 지었을 때(갑을오토텍은 갑을이 인수하면서 2009년에 개명됨)와 현재 사이에는 수십 년의 시차가 있다. 아무렴 기업의 입장에서도 수십 년 후 미래에 변형될 의미를 예측하고 작명하기란 신상품을 내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사명의 후진성과 회사의 후진적 행태의 연관관계를 찾는 것은 억지다. 발레오 만도처럼 외국어로 그럴듯하게 작명한 기업이라고 해서, 외국계기업이라고 해서 노동자를 두드려 패지 않는 것은 아닌 것처럼. 하지만 갑을오토텍에서 일어나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정말 회사명처럼 구시대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갑을오토텍에서는 작년 말 6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했다. 신입사원 다수가 40대, 50대였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새로 일자리를 찾아야하는 대한민국의 불안정한 노동시장 여건 상 앞으로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분들이 단순한 이직을 목적으로 오신 분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입사하기 전부터 금속노조의 반대편에 서서 회사편의 복수노조를 만들고, 노조와 맞서는 일을 할 것이라는 교육받고 오셨다. 더군다나 이중 19분은 입사하기도 전에 같은 회사 계열사인 동국실업의 사측 관리자일 하셨던 분들이다. 이러한 경력이 인정되셔서 기존의 신입사원보다도 100~200만원 가량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까지 계신 이분들은 3월에 복수노조를 설립하더니, 4월 30일에는 대뜸 금속노조의 공장출입을 막더니 조합원들을 폭행했다.
이들의 폭력은 계속 이어졌다. 공장에서 폭행했고, 병원으로 쫒아왔고, 업무용인 지게차를 운전해 협박하고, 칼 갈고리로 금속노조의 대자보를 훼손하고 이를 막는 조합원을 상해했다. 공장 내에서 그것도 근무시간에 이들의 폭행이 자행되었음에도 회사는 이에 대한 책임은 커녕 노노 갈등으로 치부했다. 이들의 계속되는 집단폭행 행위는 사측의 지시와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에서는 파업을 결의하고 지역사회 시민들과 나서서 이들의 출근을 막으며, 처벌과 신규채용 취소를 요구했다. 상황이 이럴 진데 기업노조 조합원들은 적반하장으로 출근을 요구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폭력사태에 대해서 수사하고 해결해야할 검,경찰, 고용노동부는 수수방관했다.
갑을오토텍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를 탄압하는 야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폭력집단에 책임과 대가를 치르게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이러한 노조 파괴 전략은 더욱 성행할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창조 경제 시대 일자리 창출이 노조 파괴 용병 창출이 아니라면, 책임 있게 이에 대해 수사하고 처벌해야할 것이다.
이 글을 작성한 다음날인 23일 투쟁 승리 소식을 접했다. 사측과 노동조합은 신규 채용된 인원 가운데 허위 이력서 작성,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행위를 한 52명에 대한 채용 취소를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언론의 힘이었다고, 정치적 압박의 힘이었다고, 원청회사와의 부품조달에 따른 자본의 압박이라고 각기 다른 해석을 한다. 하지만 갑을오토텍 지회 노동자들과 가족들, 지역의 사람들이 포기했다면, 결코 해결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싸웠기에 이루어낸 소중한 승리를 기억하자.
[표석(노동당 비정규노동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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