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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주기 4.3 항쟁 추념식 참가기


비는 내리고 바람은 부는데 제주로


전날 제주공항 항공편이 결항되었다는 연락을 제주도당에서 받은 터라 새벽부터 비행기가 뜰지 걱정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보니 이슬비가 내려 공항에 전화를 해봐도 공항 항공사로 연락해보라는 ARS답변만이 반복된다. 항상 이런 식이지! 

짜증을 억누르고 공항에 갔다. 비행기는 정상운행이란다. 막상 비행기에 타고 나니 비행기는 맑은 날씨보다 더 흔들림 없이 제주로 날아간다. 다행이다.

제주공항에 도착해보니 여전히 비는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그치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공항에 마중 나오신 제주도당 사무처장님과 위원장님도 4월에 이런 날씨는 흔치 않다고 하신다. 이러저런 제주도의 상황을 물으며 아침을 먹고 4.3항생 추념식이 열리는 4.3평화 공원으로 향했다. 4.3평화공원은 중산간에 있어 안개와 바람이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굿은 날씨에도 많은 추념식에는 제주도민들이 참석하고 있었다. 여전히 가슴에 남은 응어리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국가 추념일 지정해 놓고 박근혜는 오지 않고


정부는 작년부터 4월 3일을 정부 공식 추념일로 지정하고 정부가 주관하여 추념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유일하게 잘 한일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렇게 정부 공식 추념일로 지정해 놓고도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한번도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화해와 소통보다는 편협한 역사인식에 갇힌 독선적 행보가 4.3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이중적 태도를 반영하듯 이날 4.3 추념식은 유족대표인사, 제주도지사와 국민총리 발언으로 아주 형식적이고 짧게 끝났다. 4.3 항쟁의 완전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현 정권 아래서는 요원한 과제임을 확인하는 행사 같아 안타까웠다. 정부의 무관심과 갑자기 싸늘해진 날씨가 겹쳐 추념식에 참석한 제주도민들의 가슴은 더욱 씁쓸했을 것이다.



현재도 계속되는 폭력, 잠들지 못하는 제주


4.3 추념식을 마치고 여미지식물원 투쟁에 참가했다. 7년 동안 복직하면 해고하기를 반복하고, 한 푼의 임금도 임상하지 않는 여미지식물원. 그렇게 4.3의 폭력은 자본의 이름으로 제주의 노동자들을 할퀴고 있었다. 간만에 많은 분들이 함께 연대해 조합원들은 힘이 났지만, 이 지난한 싸움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질긴 놈이 이긴다고 버티기에는 너무 힘이 들 것이다. 보다 많은 관심과 연대만이 오늘의 싸움을 끝낼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제주-1.jpg


이어 4.3 항쟁 정신계승 전국 노동자대회에 참석했다. 1,000여명의 노동자들이 강정에서 열린 노동자대회에 참가하여 ‘박근혜 퇴진! 총파업 투쟁 승리!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 한반도 평화 실현!’을 외쳤다. 대회가 열린 강정은 주민들의 반대에도 장벽을 치고 해군기지 기숙사와 관사 공사가 한창이었다. 67년 전 그 날과 같이 주민들의 요구는 짓밟히고 제주의 대지는 파헤쳐지고 있었다. 67년 전의 폭력이 직접적, 야만적이었다면 오늘의 폭력은 합법을 가장하고 여론을 동원하는 등 보다 세련되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4.3 평화공원에 있는 4.3항쟁 당시 희생되신 분들 중 신원이 확인된 분들의 성함이 마을별로 정리되어 있는 조형물을 보니 당시 강정에서도 많은 분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강정이 다시 정부의 폭력이 의해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픈 역사는 여전히 반복되며 아직도 제주를 잠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폭력과 전도의 시대, 진보정당의 역할은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제주도당 위원장, 사무처장, 노동위원장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소주 한잔을 곁들이며 노동현장의 어려움, 당활동의 계획, 진보결집에 대한 의견 등을 안주 삼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남도 제주에서 어렵게 활동 중인 당원들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송구스러울 뿐이었다. 저녁을 먹고 늦은 저녁 비행기에 올라 멀어지는 제주를 바라보며 이 폭력과 전도의 시대에 진보정당, 진보정치세력의 역할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제주-3.jpg



4.3 추념식이 끝난 후 애초에 추념식 사전행사 합창곡으로 부를 예정이었던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동백꽃의 노래’가 행사 직전 정부의 압력의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 노래가 민중가요여서 정부가 압력을 가해 4.3항쟁과 전혀 관련이 없는 ‘비목’과 ‘그리운 마음’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정부는 이렇게 4.3의 기억을 하나하나 지우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은 얄팍하게 지운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폭력을 멈추고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 한 기억을 악몽으로 되풀이 될 뿐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세력이 권력을 휘두르는 한 어쩌면 제주는 계속 잠들이 못할 것 같다.



[권태훈(노동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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