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7일로 예정된 레이디가가의 내한공연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18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을 내렸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공연물’이라는 이유다.
이번 판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우선 공연의 어떤 부분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그런 판단을 하는 주체도 문제다.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아닌지는 일부
‘꼰대’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판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도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주체이다. 청소년 유해 여부를 판단하려면 최소한
청소년 당사자들의 의견이 주되게 반영되어야 한다.
청소년에게 진정으로 유해한 것은, 친구들을 경쟁의 대상으로 만드는 현재의 입시교육이다.
돈이나 힘이 있으면 타인을 무시해도 된다는 식의,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조까튼' 사회분위기다. 학교폭력 또한 바로 이러한 사회분위기에 근원한
것이다. 그럼에도 꼰대같은 정부기관들은 게임이나 웹툰에 대한 규제에 이어 공연에 대한 규제까지 남발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번 판정의 배후에 일부 보수기독교 단체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보수기독교 단체들은 레이디가가가 ‘동성애 등 음란문화를 조장’한다면서 내한공연에 대한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기독교를 비하하는 등
반기독교적이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한 마디로 궤변이다. 레이디가가는 반기독교적이기는커녕 기독교적 관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는 그녀의 대표곡 중 하나인 ‘Born this way’의 가사만 살펴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보수기독교단체들이 그녀를 반대하는
것은 ‘자신들이 믿는 방식의 신앙이 아니면 전부 이단이다’라는 중세식의 사고방식일 따름이다.
이런 중세식 사고방식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실은 이 부분이
보수기독교단체들이 레이디가가의 내한공연을 반대하는 핵심 이유일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논란 당시의 ‘동성애 반대’ 광고 등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주도하는 곳 중 하나가 보수기독교계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아마도 이성애 이외의 모든 성적 정체성은 ‘비정상’ 내지 ‘이단’일 것이다.
하지만 ‘Born this way’의 가사대로, ‘하나님은 우리를 완벽하게 만들었으며’ ‘흑인이든 백인이든 동양인이든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바이든
그건 중요치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인종이든 성적 정체성이든 타인의 존재 그 자체를 ‘비정상’ 내지
‘이단’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보수기독교인들은 그러한 자신의 사고방식이야말로 ‘비정상’ 내지 ‘이단’이 아닌지 되돌이켜 볼 일이다.
아니, 사실 그들은 어떤 부분에선 스스로 ‘비정상’적인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각종 종교단체의 회계투명성도 전혀 확보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기독교인들은 한 술 더 떠서, 교회에 대한 은행 대출이자를 2%로 낮추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원칙을 위배하는
종교정당까지 만들어가면서.
스스로의 이러한 ‘비정상’적인 행태부터 바로잡고 나서 타인의 일에 개입하든지 하라 (물론
그렇다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의미에서 보수기독교단체들은 우선, 얼마 전에 진보신당이 총선공약으로 발표한
종교인 과세 및 종교법인법 제정(종교단체의 회계투명성 확보) 공약에 대한 스스로의 입장부터 먼저 밝혀야 할 것이다. 자신의 ‘비정상’은 돌아보지
않고 타인을 ‘비정상’으로 단죄하는 중세로의 회귀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수기독교 단체들에게 아래의 노래를 들려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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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를 사랑하든, 혹은 그녀를 사랑하든 그건 중요치 않아.
단지 당당하게 맞설 거야.
왜냐하면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으니까.
...
(당신들처럼) 짜증나는 사람이 되지 않을 거야. 그냥 짱이 될 거야.
우리가 무일푼이든,
잘 나가든,
우리가 흑인이든, 백인이든, 황인이든, chola 혈통이든, 레바논인이든, 동양인이든,
삶의 장애물들이 우리를 왕따로
만들든, 괴롭힘을 당하든, 조롱을 당하든,
오늘 우리는 우리 자신을 찬미하고 사랑할 거야.
왜냐하면,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으니까.
게이든, 이성애자든, 바이든, 레즈비언이든, 트랜스젠더든,
그건 중요치 않아.
우리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거야.
우리는 용감하게 태어났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