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의 벗이다. 우린 늘 거리에
있었다. 궂은일들이, 가장 소박한 일들이 우리의
몫이었다. 그림자처럼 기성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배제되거나, 항거하는 자들 곁에 묵묵히 서 있는
일들이었다. 용역깡패들에게 멱살이
잡히고, 경찰이 위협을 해와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모습이 필요했다. 그렇게 우리는 900만 비정규직들의 절망의 상징이던
기륭전자 농성장을 희망의 광장으로 만들기 위해, ‘진짜 사장
정몽구’에 맞서 정규직
0명 공장 동희오토 노동자들과 함께
‘진짜 사장
정몽구’를 단죄하기
위해,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쌍용자동차 공장 옥상위에서 벌어지는
야만을 막기 위해, 용산 참사 현장의 화기를 걷어내기
위해, 그리고 다시 저 먼 부산 영도의
85호 크레인 위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만났다. 그 과정에 얼마 전까지 희망버스의
모든 승객들을 대신해 함께 먼 부산구치소 0.9평 독방까지 함께 징역살이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진실 앞에 한없이
여리지만, 불의 앞에 굳건한
사람이었다. 희망의 버스 당시 기획자의 한
사람으로 참가해 두 번 체포당했다 풀려나서도 누구보다 열심이다 급기야 수배까지 당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겸손함과 진지함을 잃지 않던 보기 드물게
정한 친구였다. 그는 절망하는 법을 잘
모른다. 어떤 한계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진보의 꿈을 꾸고 새로운 기획을 구상해 낸다. 가장 절망스러울 때조차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그가 나는 놀라워 가끔 딴 세계의 사람을 보듯 경이롭게 넘겨다보기도 했다. 그런 역사와 상황에 대한 낙관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기실 그는 빛나던 청춘의 시절부터
꿈꾸어 왔던 평등 평화의 조화로운 세계에 대한 아름다운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아직도 그늘진 곳 없이 햇볕 짱짱한
밝음을 유지하고 있는 그가 소중한 까닭이다.
그런 그가 다시 진보신당 비례대표로
새로운 길을 나선다고 한다. 왠지 그가 선택한 길에서는 어떤
권력욕이나 사욕도 보이지 않는다. 그간 저항과 변혁의 거리에서 늘
궂은일을 오히려 영예로 알던 그의 또 하나의 수고처럼 소박하게 보일 따름이다. 이런 자연스러움이
좋다. 살아가는 모든 것들의 생이 자유롭고
풍요로워지는 그 새로운 세상까지 가는 일에 그가 좋은 노동자민중의 일꾼으로 이미 살아온 대로 굳건히 서 있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