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4·11 총선의 본격적인 선거운동의 막이 올랐다. 드디어 시작이다. 아침 8시에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당의 실질적인 선거운동 출정식인 <우리의 삶을 바꾸는 진보신당 총선 첫 유세>가 예정되어 있다. 전철을 타기 위해 바쁜 걸음을 옮기는데, 얼마 전까지 자신들을 '진보당(?)'으로 불러 달라며 남의 정당의 이름을 슬쩍 가져가 사용하다 창피를 당한 바로 그 당의 유세가 한창이다. 신림역이 위치한 이 곳은 관악을 선거구.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다. 50~60여 명의 선거운동원들이 통일된 복장으로 요란스런 음악에 맞춰 구호와 율동을 진행 중이고, 대형 유세 차량 위에는 그 당의 후보가 마치 개선장군처럼 버티고 서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순간,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긴장감에 온 몸의 신경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 같다.이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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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의 마당인 선거에서 웬 싸움 타령이냐고? 평화를 소중한 가치로 지켜 나가는 진보신당에는 어울리지 않는 호전적인 느낌의 어휘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싸움이다. 전투다. 친재벌·반노동적인 수구 집권 세력과의 싸움이고, 진보를 참칭하며 선거 때마다 간판을 바꾸는 자유주의 세력과의 싸움이자, 무엇보다 우리 내면에 깃들어 있을지 모르는 패배주의와 무기력과의 한판 싸움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싸움에서는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세 번째 싸움에서 물러서서는 결코 안 된다.
정진우, 19대 총선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 그는 그 싸움에 기꺼이 온 몸을 던져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 희망버스 기획주동자, 희망버스 구속자 등 그를 가리키는 말들로만 그를 미루어 짐작하고, 결기 가득한 싸움꾼으로만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를 직접 만나면 의외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에 놀란다. 심지어는 여성적이기까지 하다는 평(?)도 있다. 그가 언제나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동거동락할 수 있는 이유가 그것인지 모른다. 싸움 앞에서는 물러섬 없이 단호하지만 그의 가슴은 늘 가장 힘들게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과 하나다.그는 부드러운 남자다.
희망운동본부 회의 때 있었던 일화 한 가지. 희망광장에서 치러질 희망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 때 펼칠 퍼포먼스를 고민하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수줍은 미소를 띠우며 말한다. "이건 실은 내 로망인데, 가로*세로 50m짜리 초대형 현수막으로 서울광장 잔디밭을 덮고 싶다." 우리는 순간 말을 잃고 모두 그를 넋 놓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5m짜리 현수막 40개를 이어붙인 200m의 그 긴 현수막 퍼포먼스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그의 로망이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우리는 아직 그것을 다 알지 못한다.
아침 8시 총선 출정식을 힘찬 각오로 마치자마자 곧바로 출발해서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에 도착했다. 홍종인 지회장, 김순석 부지회장, 이건석 사무장과 반갑게 악수하고 곧바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홍종인 지회장은 노동조합 사무실에도 못 들어가고 인근에서 간담회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점을 내내 미안해했다. 공장 정문 출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간담회에서 쏟아진 민주노조 파괴에 나선 복수노조의 광풍과 무장한 용역깡패와 경찰들의 폭력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작년 투쟁의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조합원들의 실태를 메모하다가 중간에 그만두었다.더 이상 적어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충남 당진 손창원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총선 승리 출정식에서 당원동지들과 반갑게 만나 서로 격려하는 시간을 갖고 밤 늦은 시간 다시 또 달려간 당진 중외제약 JW지회의 농성천막 안에서도, 간담회 중 상경투쟁을 마치고 돌아온 조합원 동지들과 인사를 나누고 투쟁 결의를 나누는 자리에서도, 그는 자신의 말을 하기보다는 투쟁하는 동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희망운동본부 선거운동원들에게 그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선거운동하러 왔다는 생각을 하지 말자. 우리는 동지들과 연대하러 온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된 이 싸움에서 그가 꿈꾸고 있는 로망이 진정으로 궁금하다. 더 아래로, 더 왼쪽으로 그 원대한 로망은 펼쳐져 있을 것이다. 그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