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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깔있는 진보 미디어’ 칼라TV가 제작하는 논픽션 책 팟캐스트 <붉고도 은밀한 라디오>는 르포르타주와 논픽션 책을 다루고 있고, 매주 월요일 업로드 된다. 김현진(에세이스트)과 송기역(시인, 르포작가)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책 소개 및 저자와의 인터뷰 외에, ‘신간 논픽션 브리핑’, ‘논픽션 작가 열전’, 인문학 강의, 브릿지 코너인 ‘내 인생의 밑줄 쫙 별표 땡땡’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7회 방송은 『탁PD의 여행수다』(김영사)의 저자 탁재형과 북토크를 진행했다..

인터넷 매체 <레디앙>과의 협의 하에 동시게재합니다.<편집자>



일상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여행


지난해(2014년) 해외여행을 간 한국인의 수는 1,607만 명에 이른다. 이는 한국 인구의 31.3%가 넘는 수치다. 10명 중 3명 이상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셈이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한국을 벗어나고 싶어 할까?


제7회 붉고도 은밀한 라디오에 나와서, 스스로를 품 팔아서 놀고 있는 남자라고 소개하는 여행저널리스트, 여행계의 요물 탁재형 PD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요즘에는 힐링이라는 말이 촌스러워지고 피곤해져서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힐링이 필요한 사회이긴 하잖아요. 현대사회가 영혼을 다치게 하는 사회니까요.”


“영혼의 치유를 가능하게 하는 장소가 있어요. 저한테는 라오스의 남부, 방비엥이 그랬어요. 그런데 방송에서 라오스를 다루고 그러니까 거기도 많이 변했어요. 2002년에 처음 갔을 때는 고즈넉한 동네였어요. 서양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변해가다가, 결정타를 가한 게 ‘꽃보다 시리즈’가 된 거죠. 라오스도 이제 패키지 관광객들로 넘쳐나게 됐어요.”


여행에는 일정 정도 도피의 욕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유독 스트레스가 심한 한국사회에서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해외여행으로 충족시키고 있는 사람이 많다.


어떤 곳에 가서, 어떤 체험을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떠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그리고 빨리 돌아와서 일상에 복귀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탁PD가 말하는 치유 여행을 할 수 없다. 여행이 아닌 관광, 즉 패키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판단하거나 기준을 삼는다기보다 타인의 공신력을 무조건 믿고 따르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꽃보다 시리즈’에서 크로아티아를 다루니까 그 조그마한 나라에 한국관광객이 40만이나 된대요.”


“치유하는 여행을 하려면 한 곳에 틀어박혀야 되는 거 같아요. 최소한 사나흘, 길게는 한 달 정도 한 장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에서 일상에서 받은 상처가 치유되는 거 같아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가 되고, 저렴한 패키지 상품이 평등의식과 지위상승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사회에서, 여행을 가면 본전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탁PD는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본전 생각을 버려야 돼요. 본전 생각이 나는 순간 경제 활동이 돼요. 여가 활동이 되어야 되는 건데 말이에요. 경제 활동하러 여행가는 건 아니잖아요. 여가는 버리고 파괴하고 소비하는 거예요.”


여행 수다



연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 놓아라


주 5일 근무로 여가시간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짬을 내어 여행계획을 짜고 정보를 수집하기란 쉽지 않다. 1~2주 여유를 가지고 떠나기에 한국인은 너무 바쁘다.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패키지다. 주말을 끼고, 여행사가 짜주는 일정대로 주요 사이트에 눈도장을 찍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게 된다. 탁PD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관광은 수동적인 개념이에요. 영어로 sightseeing인데 시각적인 자극에만 국한된 개념이잖아요. 여행, travel은 곧 trouble입니다. 트래블의 어원을 보면 라틴어로 트리팔루스인데, 고문, 고생, 고난이라는 뜻이 들어있어요. 고생할 거 알면서도 가겠다는 자유의지가 들어 있는 것이죠. 재밌으니까, 즐거우니까, 신기하니까요. 집 떠나면 고생인데 느리게 여행하다보면 여정 속에 스토리가 생기고, 사색이 나오기 때문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요.”


“자기가 주도하는 여행을 해야 행복합니다. 자유의지에 의해서 떠나는 것이 여행이고, 여행의 과정에 있는 선택도 자기 주도적이어야 합니다. 아니면 감동도 남의 것이 되는 거죠.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니 시간이 없어서 패키지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냥 티켓 끊어서 무엇이든 오픈한 채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너무 준비를 많이 해서 우연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놓지 않는 것은 별로 안 좋은 거 같아요.”


자기 상식이 깨져나가는 게 여행의 묘미다. 계획대로 되는 것보다 계획대로 안 되는 여정에서 더 큰 재미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탁PD는 여행에서 조우하게 되는 우연들을 소중하게 여긴다. 요즘같이 SNS가 발달된 세상에서는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도 한 번 만나고는 끝나는 게 아니다.


“마추픽추에서 만난 벨기에 커플은 최근 맥주 기행으로 벨기에를 찾았을 때 다시 만났어요. 그 사이에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겼더라구요. 라오스 씨판돈에서 만난 프랑스 친구들도 벨기에 갔을 때 들러달라고 했는데, 짬을 내지 못했어요. 다음에 프랑스 남부를 찾을 때 들러야죠. 이렇게 여행에서 조우한 만남들을 잘 관리하면 전 세계에 친구가 생기는 거예요.”


뽐뿌질보다는 귀로 떠나는 세계여행


500페이지에 달하는 여행서 <탁PD의 여행수다>를 다 읽고 나면 여행을 가라고 뽐뿌질을 한다기보다 “아, 재밌었다! 나는 일하러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뽐뿌질 안 해도 갈 사람은 다 가요. 뽐뿌질보다는 당장의 엔터테인먼트, 당장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즐거움, 한 나라에 대한 솔직한 까대기라고 봐주시면 될 거 같아요. 다른 여행서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 아무리 뽐뿌질을 해대봤자 약만 오를 뿐,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서두에서 언급한 통계에 따르면 10명 중 7명 꼴이다. 여행을 떠나기엔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여권 한 번 만들어본 적 없는 사람도 파다할 것이다. 하지만, 『탁PD의 여행수다』를 읽는 독자들은 ‘여행으로 은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귀만 있으면 떠날 수 있는 세계여행, 여행계의 간증 집회라고 할 수 있죠.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들이 귀로 들으면서 여행 욕구를 충족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탁PD는, 여행이란 ‘샤브샤브’라고 말한다. 끓이려고 생각만 하면 무조건 맛있다는 것이다. 제7회 붉고도 은밀한 라디오는 탁PD와 떠나는 샤브샤브 같은 방송이었다. 역대 욕이 가장 많이 나온 방송이기도 했다. 이번 방송만큼은 동영상 지원이 꼭 필요하다 싶을 만큼, 욕을 할 때 탁PD의 표정이나 억양을 보고 싶어졌다. 여행 중에 벌어지는 각종 갈등상황 해결에 욕은 꼭 필요하다고 하는데, 욕에 대한 노하우는 방송을 들으면 직접 전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탁PD의 착착 붙는 찰진 욕과 각 나라에서 경험한 웃지 못할 상황, 위험천만했던 일, 문화 차이가 빚어낸 오해와 진실, 소중한 인연, 인상적인 사람들과 산해진미와 술 이야기들이 진한 육수에 풍성하게 끓여진다.


제6회 붉고도 은밀한 라디오 ‘신간 논픽션 브리핑 따북’ 코너에서는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416세월호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 소개되었고, ‘김현진의 라디오 에세이’에서는 ‘어느 길 고양이의 기다림’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의 기다림을 떠올린 김현진 작가의 에세이가, ‘논픽션 작가 열전’에서는 ‘랴오이우(랴오웨이)’를, ‘내 인생의 밑줄쫙 별표 땡땡’ 코너에서는 영화감독 박소진이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을 추천한다.


<붉고도 은밀한 라디오> 듣기 ☞ 팟빵 : http://www.podbbang.com/ch/8412

                                                             아이튠즈 : http://goo.gl/oQzx6s


[글: 최윤정 (노동당 당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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