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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2016년 2월호(통권 28호)에는 기본소득에 관한 두 편의 글이 실렸다. 하나는 윤현식 전 정책위의장의 「사회주의 강령과 기본소득론의 충돌」(이하 글 1)이고 다른 하나는 홍원표 전 정책실장의 「단순하지만은 아이디어, 기본소득」(이하 글2)이다. 아래에서는 이 두 글에 대한 반론을 간략히 밝힌다. 물론 온라인 뉴스레터라는 매체의 특성을 감안하여 요점만을 밝히고 상세한 반론은 『미래에서 온 편지』의 지면을 이용할 것이다.


1. 글의 성격에 대한 문제 제기


1) 2월호의 기획은 적절했는가? 
『미래에서 온 편지가 밝힌 기획취지를 보면, “기본소득 정책이 포함된 총선 종합계획”이 전국위원회에서 채택되었지만 “여전히 우려와 이견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지난 2015년 11월호(통권 25호)에 실린 기본소득에 관한 두 편의 글(안효상, 박선미)에 대하여 요청한 “다양한 비판과 제언”으로서 글1과 글2가 실린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 그렇다면 두 글은 2015년 12월호(통권 26호)에 실렸어야 마땅하다.
- 그렇기에 두 글은 기획취지에서도 인정하듯, “노동당의 총선정책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입장을 담은 글”이며, 사실은 “우려와 이견” 때문에 실은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한다면, 2월호에 “우려와 이견”만을 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비록 두 글이 작년 11월호의 기본소득 글에 대한 반론이라지만, 기획취지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는 총선정책에 대한 “우려와 이견”이기 때문이다.
- 기계적인 형평성만 고려해도, 2월호에는 단지 “우려와 이견”만을 싣고 “다음 달에는 토론회를 준비 중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처사이다. 기본소득에 관한 글은 이미 작년 11월호에 실렸다고 말해도 사태는 달라지지 않는다.
- 더욱이 작년 11월호에 실린 글들은 교양물로서 기본소득에 관한 이러저러한 접근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지 특정한 기본소득론도 아니며 정책 설계는 더더구나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미래에서 온 편지』 2월호는 “우려와 이견”만을 편파적으로 다루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2) “총선정책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으로서 두 글은 타당한가?
하지만 정작 두 글을 읽어보면, 총선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은 매우 제한적이다. 오히려 주된 내용은 이러저러한 다양한 기본소득론에 대한 필자들의 입장을 열거하는  데 할애되었다. 결국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작 총선정책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게 된다. 단지 총선정책에 기본소득이 포함되어 있고 여기에 많은 “우려와 이견”이 있다는 정치적 효과만을 남긴다.


2. 두 글에 대한 반론 


1) 「사회주의 강령과 기본소득론의 충돌」


글1은 기본소득 정책이 사회주의 강령과 충돌한다는 주장을 주 내용으로 한다. 기본소득이 생산수단의 사회화와 무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논지이다. 여기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다.


▲ 기본소득과 생산수단 사회화
- 기본소득은 생산수단 사회화에 입각한 공유경제(common ownership) 방식으로 작동될 수도 있고 조세재정에 의존하여 작동될 수도 있다. 앞의 경우라면 기본소득은 생산수단 소유관점에서 확고해진 공유경제를 전제로 한 분배방식이며 뒤의 경우라면 조세국가를 매개로 하는 형태이다. 즉 조세를 걷어서 기본소득으로 분배하는 방식과 공유경제의 이익을 분배하는 방식이 있다. 두 가지는 혼합될 수도 있고 조세재정형에서 공유경제형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 글1은 기본소득을 “생산관계를 배제한 분배론”이라고 단정한다. 당연히, 생산수단의 사회화 없이도 기본소득 도입은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로부터 기본소득과 생산수단 사회화는 충돌한다는 결론을 끌어내는 것은 논리적으로 틀렸다. 생산수단 사회화를 전제한 기본소득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 기본소득과 ‘사회주의’, 기본소득과 탈자본주의 전환 
불필요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여기서 ‘사회주의’의 개념은 일단 강령에 나오는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 운영’의 ‘다양한 방식’이라고 하자.


- 기본소득과 사회주의의 관계는 동의어가 아니다. 어느 누구도 기본소득을 사회주의와 동일시하지 않으며 ‘총선정책’도 기본소득을 ‘연대적 노동사회’와 ‘소득기반경제’의 핵심 수단으로 볼 뿐이다. 그런데 기본소득과 사회주의가 같은 것이 아니면 둘이 자동적으로 충돌하는가?


- 기본소득은 사회주의와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현 강령도 “노동당의 길 6.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넘어 경제 활동의 전 영역에 다수 대중의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확대하며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탈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전환한다.”고 말하듯이, 기본소득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탈자본주의 전환의 수단이다.


- 기본소득은 그 자체로 사회주의인 것은 아니다. 그러면 다른 어떤 정책은 그 자체로 사회주의일 수 있는가?
각종 노동정책, 최저임금이나 비정규직 불안정노동 종식의 어떤 정책도 그 자체로서 사회주의인 것은 없다. 다만 탈자본주의의 경로와 수단일 뿐이다. 기본소득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 강령에 나오는 “주요 생산수단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사회적으로 소유 ‧ 운영한다.”에 해당되는 정책을 굳이 들자면, 총선정책에는 단 하나가 있다. 자본보유세로 사회화기금을 조성하고 공유경제의 기반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공유경제의 초보적인 기반을 조세를 통해 조성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회화기금은 조세재정형 기본소득에서 공유경제형 기본소득으로 나아가는 지렛대가 된다.


▲ 기본소득과 시장화
어떤 정책이 그 자체로 사회주의적인가를 따진다면 사회주의적인 정책은 몇 개 남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위에서 밝혔다. 글1이 사회주의 강령과 기본소득의 충돌을 주장하는 근거는 결국 기본소득이 탈자본주의 전환의 경로나 수단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1이 그 이유로 제시한 논거는 매우 미흡하다. 기본소득이 “복지를 시장화”한다는 것이 하나이고 “노동 없는 노동해방”이라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 복지의 시장화란 무상 공공서비스 중심인 기본 복지체계를 현금으로 대체하고 민영화된 공급체계에 의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총선 정책’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으며, 이제 막 등장하기 시작한 우파 기본소득론을 예외로 하면 기존의 기본소득 논의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해방적 기본소득의 관점에서 본다면 상당히 오른쪽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판 빠레이스도 기본소득을 현금기본소득과 현물기본소득을 합친 개념으로 보며 현금기본소득의 지급으로 공공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은 기본소득에 어긋난다고 본다. 또한 구체적인 공급형태를 현물로 할 것인가 현금으로 할 것인가는 그 중 어떤 한 방식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넓은 층이 많이 소비하면 할수록 공익이 증대하는 공공재인가 아닌가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 예컨대 대학교육이 그러한 공공재라면 현금을 나눠주고 알아서 대학교육을 받든지 다른 방식으로 소비하든지 선택하라고 맡겨두는 것보다 대학교육을 무상화 하는 것이 낫다. 에너지의 경우라면 정반대가 된다. 에너지 저소비 사회가 공익에 맞는 것이기에, 에너지배당은 현물인 무상에너지가 아니라 현금으로 하는 것이 낫다. 지급 액수는 개인의 평균적 최소에너지에 맞추고 에너지세를 대폭 올려서, 기업들에게는 생태적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강제하면서도 서민에게는 에너지 평등을 보장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 같은 양이라도 현물로 배당하면 대개는 그 한도까지는 다 쓰게 되겠지만 현금으로 지급하면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하여 개인들도 에너지 절약을 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 ‘노동 없는 노동해방’? 그런데 노동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표제어에 비하여 논의가 불분명하다. 다만 이 논의가 지향하는 지점을 유추하여 몇 가지만 언급한다.


- 우선 ‘노동 안에서의 해방’과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두 패러다임을 대립적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 총선 정책은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패러다임도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노동사회의 내부 전환의 수단과 결합되어 있다. 즉,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노동자 개인의 임노동 시간을 축소함으로써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자율시간확대”(노동당 강령, 노동당의 길 17)를 목표로 하지만 동시에 안정적 일자리를 원하는 모두에게 줄 수 있는 일자리 공유사회를 위한 수단으로도 파악된다. 임금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계기만을 강조하지도 않았고, 노동시간단축을 노동 내부의 변화 수단으로 동시에 파악한다.


- 노동시간단축과 기본소득을 연동한 것이 총선정책의 특징이다. 이는 임금인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1은 여기에 대해서 전혀 다루지 않는다. 왜 그렇게 설계했는가는  뒤에서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그런데 글1이 말하는 “사회적 생산에 기여하는 바가 없는 자의 분배의 요청은 타인의 노동력을 착취할 때에만 가능하다는 관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우려’는 사실 기본소득론에서 정당화론의 형태로 가장 오랫동안 논의된 부분을 아예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 기본소득론은 이에 대한 정당화를 시도해 왔고 ‘모두의 원천적인 공유에 근거한 배당’이라는 정당화는 토마스 페인 이래로 가장 오래된 정당화의 하나이다. 나아가 사회적 생산이 더 이상 어떤 개별 노동자의 생산이 아니라 집단적 노동자의 생산(산업자본주의)을 넘어 연합지성의 생산으로 변했다는 것은 굳이 인지자본주의론에 서지 않더라도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다. 공유에 기초한 배당이라는 정당화 이외에 굳이 왜 ‘나의 노동이 들어갔으니 나의 것’이라는 로크적 노동관념에 입각한 정당화가 필요할까?


- 첨언하자면, 신자유주의의 사회부조는 노동을 못할 때에만 부조를 제공하는 선택형이고 수급권을 가지려면 시장노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글1이 말하는 ‘노동윤리’의 정반대가 이미 시행 중인 것이다. 물론 사회부조를 받는 사람들도 시장노동 이외의 유용한 활동으로서 사회적 필요노동에 참가하고 있다. 여기에서 예외인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인정된 노동만을 노동으로 보는 ‘노동윤리’가 틀렸다고 말해야 하지 않는가?  


- 글1은 기본소득으로 “자본과의 협상력이 증대할 것이라는 비전”은 “자본에게 어떠한 위협도 주지 못한다”고 단정한다. 이러한 단정 이외에는 어떤 분석도 생략되어 있기에, 에릭 올린 라이트(Eric Olin Wright)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http://basicincome.kr/bbs/board.php?bo_table=pds&wr_id=29&sca=%EB%85%B8%EB%8F%99 막연한 단정을 할 것이 아니라 노조의 협상력과 관련된 세 가지 요소인 조직력, 제도적 힘, 상황적 힘에 기본소득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따져본 후에 비판하여야 할 것이다.


▲ 발전된 지역에서의 기본소득 논의는 “국제적 착취의 연쇄”라는 비판에 대하여
이 비판은 기본소득 재원이 “외부로부터의 잉여이윤 수탈”이라는 점이 핵심인데, 글1이 진술하듯 “현재의 복지체제도 또한 같은 문제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불필요한 삽입이다.
- 그럼에도 부유한 나라들의 잉여를 가난한 나라들로 이전하는 형태에 대한 논의는 기존의 복지체계 안에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반면에 기본소득 논의 안에서 활발하다는 점만 지적해 두자. 유럽기본소득에 관한 무성한 논의들은 북유럽으로부터 남유럽으로의 이전 형태로서 유럽기본소득을 논한다.


▲ 생산수단 사회화 투쟁에 대한 글1의 “과대포장”
글1은 “생산수단을 둘러싼 계급적 대립구조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선명하게 제시해야 한다”면서 기본소득론이 그러한 관점을 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불평등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기본소득은 의미를 가진다”로 비판을 희석하는 이유는 아마도 계급적 대립구조를 어떻게 만들지를 달리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판의 요점은 기본소득론의 전략적 가치가 “과대포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 그런데 총선 정책에서 기본소득의 전략적 가치는 과대 포장되어 있지 않다. 총선정책은 신자유주의의 ‘장시간 저임금 불안정 노동체제에 대한 계급적 대립구조’에 우선적으로 관련될 뿐이다. “생산수단을 둘러싼 계급적 대립구조”를 형성하는 사회화 공약 등은 총선정책에서 자본보유세와 사회회기금 등 초보적 단계로만 설계되어 있다.
- 만약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이번 총선 또는 총선 전후의 정치 국면에서 “생산수단의 전면적 사회화”를 걸고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정직한 태도이다. 또한 과연 그것이 전략적 타당성이 있는가를 먼저 제시하는 것도 책임성 있는 비판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덕목이다.


2) 「단순하지만은 [않은] 아이디어, 기본소득」


글2의 논점 중 글1과 중복되는 것은 반복하지 않는다. 글2와 비교할 때 글1의 장점은 논점을 산만하게 펼치는 대신에 총선정책에 대한 비판을 세 가지 정도로 추려서 서술한다는 점이다. 물론 타당한 비판인가는 별도의 문제이다.


▲ 막대한 재정이 든다.
이는 사실 비판의 논점일 수 없다. 기본소득을 도입을 하지 않더라도 조세개혁은 그 자체로서 독자적인 목표이다.
- 이자, 배당, 임대소득 등 불로소득과세와 자본에 대한 증세로 총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단지 복지체계 완비를 위해서만도 아니고 경제모델의 전환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 저부담 간접세 중심의 현행 조세체제는 박정희 시대에 수출주도성장을 위하여 탄생했고 1998년 이후의 신자유주의에서는 전 세계적인 감세 기조와 더불어 강화되었다. 개발도상국형에서 신자유주의형으로 바뀌었지만 수출주도성장이 유지되었고 조세체제는 뼈대가 그대로 남고 부자감세는 더 강화되었다. 저성장 시대에 소득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저부담 간접세 중심의 조세체제에서 고부담 누진소득세 중심의 조세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 한국처럼 복지체계가 미비한 경우에도 기본소득 도입은 다른 복지재원의 확대에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 고부담 누진소득세 중심의 조세체제와 자본증세를 전제하면 이와 같은 가정은 반사실적 가정이다.
- 반사실적 가정이 의미가 있으려면, 굳이 조세체제의 대대적 개혁은 불필요하고 차근차근 담세율을 올려가면서 공공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넓혀 가는 전략의 상황적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2008년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위기 속에서 이와 같은 복지진보의 길은 현실성을 잃었다. 현실은 경제체제 전반을 전환할 것인가 위기를 심화시킬 것인가의 선택을 강제한다.


▲ 기본소득 대신에 다른 복지제도가 들어간다고 해도 정책패키지의 효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총소득 저하를 공공서비스 제공만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가정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공서비스 제공이 비례적인 생계비 절감효과를 낳는 것도 아니다. 또한 글1에 대한 반론에서도 살폈듯이, 현물 공공재는 넓은 층이 많이 소비하는 것을 권장하는 성격을 가진다.
- 노동시간단축과 기본소득의 연동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중소기업 중심의 고용구조의 괴리 때문에 소득보전을 임금인상에만 맡겨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임금 범주 밖의 현금이전이 필요하다.
- 조세를 통한 보상 방식 중에서 기본소득이 가장 합당한 방식이다. 유럽에서는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손실을 국가가 조세로 보상하는데, 독일은 노동시간단축으로 받을 수 없게 된 임금의 67%와 사회보장수령액의 50%를 24개월간, 네델란드는 임금의 70%를 15개월, 벨기에는 75%를 12개월 동안 국가가 보상한다. 한시적 보상이라는 문제 이외에도 일하지 않은 시간에 대한 보상에 임금격차가 그대로 반영된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이 더 나은 방식이다.


▲ “강력한 조세제도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똑 같이 나눠주는 것보다 소득에 반비례해서 나눠 줄 때 재분배 효과가 더 커지며, 저소득층의 소득증가는 내수 진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고소득층의 소득증가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 코르피와 팔메가 발견한 재분배의 역설(paradox of redistribution): 즉 선별복지일수록 가난한 사람에게 불리하고 보편복지가 가난한 사람에게 유리하다는 역설이다(Korpi and Palme, 1998).


그림 9. 재분배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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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orpi and Palme, 1998



가로축은 저소득층 집중화 지수(index of targeting)를 나타내고 세로축은 재분배 규모(income redistribution)를 나타낸다. 집중화 지수는 음수일수록 저소득층에 더 집중해서 복지제도를 실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에서 보면 저소득층에 집중할수록 재분배 규모가 작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르피와 팔메는 이러한 역설이 나타나는 이유를 다음의 공식으로 설명한다. <가난한 사람에게 재분배되는 금액 = 가난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정도 * 재분배 규모>. 만약 재분배 규모가 일정하다면 가난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정도가 커질수록 가난한 사람에게 재분배되는 금액은 커진다. 그러나 재분배 규모는 상수가 아니라 변수이다. 특히 가난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정도와 재분배 규모는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가난한 사람에게 몰아줄수록 중산층 등 다른 계층에서 분배 규모를 키우는 것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 열등처우의 원칙과 재정지출 규모: 코르페와 팔메의 역설은 ‘열등처우의 원칙’과 관련지어 설명할 수도 있다. 즉, 현행 복지제도는 가난한 사람에게 재분배를 집중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차상위 계층보다 더 부유해지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재분배 규모는 작아진다. 작은 재분배 규모는 재정지출 규모를 작게 한다.


- 재정지출과 승수효과: 재정지출효과를 결정하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저소득층에 집중된 재정지출이 효과가 크다는 것은 섣부른 단정이다. 지출승수효과에서 기본적으로 가장 큰 요인은 오히려 가계부채 수준, 수입의존도 등이다. 재정지출이 많아도 수입의존도가 크면 누출(leakage)이 일어나고 승수효과는 줄어든다. 가계부채가 소득 수준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할 경우에는 원리금 상환부담을 가중시켜 재정지출효과가 줄어든다.


• 저소득층·고연령층에 대한 직접 일자리 창출 등 수혜대상을 취약계층으로 특정(targeted transfer)하는 핀포인트(pinpoint)식 접근법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 또한 신도시 개발 및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대규모 건설사업은 경제개발기에는 재정지출의 성장효과가 컸지만 최근 자산스톡이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여 부가가치유발 효과도 감소하였다. 한국은행의 실증분석(BOK 이슈리뷰, 제2권 제2호, 2013. 4-6)에 따르면, 매 10년마다 충격반응함수를 비교할 때 재정지출의 성장효과가 2000년대 들어서 약화되는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2000년 전·후 기간 중의 지출승수 평균값을 비교해 보면 2000년 이전에는 재정지출 1원 추가 확대 시 GDP가 같은 분기 중 0.76원(정점 기준 0.78원)이 늘어난 반면 2000년 이후에는 GDP 증가폭이 당기 0.27원(정점 기준 0.44원)에 그쳐 재정지출의 성장효과가 상당 폭 약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 결론적으로, 보편적인 기본소득 도입처럼 대규모 유동성투입이 핀포인트식 접근이나 유형투자보다 승수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저금리정책은 가계부채만 확대할 뿐이지 전혀 비슷한 효과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선전 각국의 사례를 통해서 확인된다.


[글 사진: 금민 (노동당 정책위원회 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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