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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국은 B-52를 한반도에 전개했고, 거기에 한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라는 말 폭탄까지 터트리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백악관 비서실장이 “북한이 앞서 했던 약속을 지킬 때까지 쥐어짤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긴장의 소용돌이 속이긴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 정부의 합의, 북핵에 대한 대응이 일관된 흐름 속에 있다고 본다. 우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중국에 맞서는 한미일 동맹의 최대 걸림돌인 한일 간의 과거사를 어떻게든 정리하는 것이 미국에게 관건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일본의 우익으로서는 이 속에서 일본을 ‘정상국가화’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든다는 일본 우익의 오랜 꿈이 중국의 부상 속에서 미국의 군사적 하위 파트너가 됨으로써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사실 가장 모호한 게 이 부분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대통령 개인의 욕망이나 국민의 사상에 대한 통제라는 국가주의로 해석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타결하는 것은 현 정부에 그렇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이렇게 타결한 것은 아마 미국의 강력한 압박 때문이었을 것이다. 후일 당사자들이 회고록에서라도 밝혀주길 바란다.


이런 시점에서 북한의 핵실험이 실시되었고, 이는 결국 중국과 북한의 불가피하게 긴밀한 관계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휴전선이 민족의 분단선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적인 변동의 가장 중심적인 갈등의 축이 된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갈등이 언제나 열전이 되는 것은 아니고, 도리어 적대적인 공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말이다.


이 적대적 공존 속에서 해당 국가들은 더욱 우경화하고 국가주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이는 지난 시기 인류가 쌓아온 성과를 부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 인권, 연대의 가치야말로 인류의 모든 구성원이 제대로 된 삶을 누리기 위한 조건이자 목표라는 것 말이다. 이런 가치들은 인류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사를 겪으면서 얻어낸 소중한 교훈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날 이 가치들이 곳곳에서 침식당하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며, 또 바로 그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역사의 후퇴’는 이 땅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후퇴를 그저 반복이라고만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후퇴는 위기이자 이행의 시대에 대한 기존 지배층의 한 가지 대응 방식이다. 신자유주의가 1970년대 초에 시작된 장기 불황에 대한 대응 방식이긴 했지만 그 속에서도 자본주의 경제는 새로운 참여자와 영역의 등장 속에서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다. 하지만 2015년에서 지금으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전 지구적인 총체적 위기이다. 이를 혹자는 ‘장기 정체’라고 부르며, 또 누군가는 ‘저성장 시대’의 도래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도 우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 정부의 타협, 북핵 등이 현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노동개악’과 연결되어 있음을 본다. 출구 없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해서든 자본의 편에서 살려보려는 무익한 시도 말이다.


그러나 이 시대를 어떻게 부르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존 체제의 불가능성뿐만 아니라 기존 처방의 효력 없음이다. 우리에게 오늘날 개혁이 필요하다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개혁의 방향은 앞서도 말한 최저 기준, 민주주의, 인권, 연대에 기초하고 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인간의 공동체는 안팎의 커다란 갈등에 휩싸일 것이고 이는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야만인가 새로운 체제인가?’


[안효상(노동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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