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여성노동의 위기를 담지 못한 코로나19 대응 정책

by 정책위원회 posted May 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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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의 위기를 담지 못한 코로나19 대응 정책

- 모든 코로나19 대응 정책은 성인지적 관점에서 수립되어야 한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재난이 오면 누구도 안전할 수 없지만, 평소에 안전하지 못하던 이들은 더욱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코로나19가 지배하던 100일 동안, 마스크를 쓴 여성간호사들은 코로나19와 맞서는 보건의료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하는 이들은 따로 있다. 불안정비정규노동에 시달리는 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이 그들이다. 


코로나19 집단감염지 중의 하나였던 구로의 콜센터, 그곳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는 여성들이다. 콜센터의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근무를 마친 후 또 다른 노동 현장으로 내몰렸던 여성 감염자의 사례는 대한민국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경제적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코로나19의 악영향은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서비스, 도매 및 소매업 직종의 3월 고용통계(숙박 및 음식점업 -10만9천명, 교육서비스업 -10만명, 도매 및 소매업 -16만 8천명)로도 드러났다. 항공사의 청소노동자들은 무급휴직과 불법해고에 시달리고, 초중고 등교개학이 연기되면서 급식노동자들의 월급이 끊겼다. 또한 보육/요양 등의 사회서비스가 위축되면서 사회서비스에 생산자로 참여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직접적인 일자리 상실의 위기를 겪는다. 방과 후 강사들은 실업수당조차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의 고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위축된 보육/요양 사회서비스의 공백을 자신들의 무급노동으로 메우게 되면서 경제적 노동이 축소하거나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긴급 재난 지원금의 지급 기준은 "4인 가족 100만원"이다. 성인남성의 주요한 수입원으로 유지되는 가정을 상정한 노골적인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접근법이다. 이는 여성노동자의 경제적 노동의 가치를 보조적인 노동으로 치부하는 시각이기도 하다. 여성노동자들의 저임금 노동은(남성 대비 여성 임금비율 65.2%) 당연하지 않다. 없애야 할 차별이자 불평등이다.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보육과 요양노동까지 감당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은 대부분 현재의 노동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규/특수고용/단기노동자들이다. 그렇기에 차라리 왜곡된 정상가족 형식에 맞추지 말고 노동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게 낫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정부와 노동운동, 사회운동의 방향은 여성노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1) 여성노동자의 삶에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임금체계/복지체계/사회서비스체계의 구축

- 질과 양이 공공적으로 담보되는 일자리 창출로 성별분업을 넘어선 보편적인 생계부양자 모델을 수립하고, 보육과 노동을 병행하는 여성노동자의 부담을 없애는 사회서비스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2) 불안정비정규 노동을 포괄하는 동시에 노동의 교섭력을 높이는 새로운 노동법률 및 노동체제의 재구성

- 고용보험과 실업부조의 전국민 보편화와 노조할 권리의 보편화가 확립되어야 한다. 

3) 이상의 모든 정책적 모색은 성인지적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후의 세상은 이전의 세상보다는 나은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세상이어야,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 



2020년 5월 4일

노동당 정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