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정책 / 정책논평
[정책논평]

“정당소속후보자 등록 등에 관한 특례”, 새정치표 꼼수


지난 3월 27일자로 새정치연합의 일부 의원들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정당소속후보자’라는 항목을 두자는 안이다(제47조의3 신설). 

주요 골자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당이 후보자 추천을 하지 않는 경우 해당 정당 당원이 당적을 보유하고 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유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은 기초 무공천을 강행한다. 새정치연합의 당원으로서 기초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은 현행법에 따라 탈당 후 출마해야 한다. 

이 경우 후보자는 새정치연합으로부터 직접 선거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도 난처하다. 게다가 탈당 후 출마하고 선거 끝나면 복당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비록 당이 추천하지는 않았지만 탈당을 하지 않고 당적을 가진 채 출마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법안은 실질적으로 정당공천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새정치의 진면목이 무엇인지 법안을 통해 확인하도록 하자.


1. 신설 47조의3 제1항
정당이 기초선거에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 경우, 소속 당원은 해당 선거구의 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고 이를 “정당소속후보자”라고 한다.

말이 어렵지만, 핵심은 탈당을 하지 않고도 무소속인 것처럼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확하게 이 규정대로라면 무소속출마가 아닌 상태가 된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정당의 공천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은 이 때 이 후보자를 정당의 후보자인지 아니면 무소속 후보자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된다. 더 이상한 것은 무수히 많은 ‘정당소속후보자’가 나올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법안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의 당원이면서 공천을 받지 않은 ‘정당소속후보자’가 여러 명 나올 때, 그 정리를 새정치연합이 하면 그게 바로 내천이다. 반대로 그냥 두게 되면 선별을 위한 판단은 전적으로 유권자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일은 새정치연합이 저지르고 책임은 고스란히 유권자들이 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2. 동조 제2항
“정당소속후보자”가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무소속 후보와 마찬가지로 관할 선거구 내에 거주하는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도록 한다.

얼핏 보면 무소속 후보처럼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아야 하므로 정당공천보다 어려운 듯 보인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48조에 따르면 자치구·시·군의 장 선거에는 300인 이상 500인 이하, 자치구·시·군의원선거는 50인 이상 100인 이하(다만, 인구 1천인 미만의 선거구에 있어서는 30인 이상 50인 이하)의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후보자가 “정당소속후보자”임을 감안하면 이렇게 무소속 출마자와 같은 조건을 두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새정치연합 규모의 거대정당은 해당 선거구에 거주하는 당원들만으로도 이정도 추천은 쉽게 받을 수 있다. 해당 당부는 당원의 명단을 가지고 있고 추천을 받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당원들이 추천을 한다고 해서 문제될 일이 없다. 정당의 당원이 무소속 후보자를 추천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도 없다. “정당소속후보자”는 결과적으로 진짜 무소속 후보들이 해야 할 노력 없이 후보자가 될 수 있다. 

이런 규정을 둔다는 것 자체가 새정치의 속살을 제대로 보여준다.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주장하던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이 법안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자신들의 입장을 덮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3. 동조 제3항
“정당소속후보자”가 등록하는 절차는 법 제49조의 무소속 후보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그 실질적 효과는 위 2항과 마찬가지다. 정당공천을 받은 사람이나 별반 차이 없는 상황이지만 형식적으로만 무소속처럼 보일 뿐이다.

그런데 현행 공직선거법 제49조는 중요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제6항이 그것이다. 제6항은 “정당의 당원인 자는 무소속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바로 이 규정이 문제가 된다. 현행법은 정당의 당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정작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당선을 기약할 수 없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이처럼 터무니없는 법안이 발의된다.


4. 동조 제4항
이 조항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신설 조항을 그대로 옮기면 “정당이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한 때에는 해당 정당의 정당소속후보자의 등록은 모두 무효로 한다.”

지금 이 법안이 발의된 이유는 기초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새정치연합의 당론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법안은 언제든지 새정치연합이 기초선거에 후보를 공천할 수도 있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이런 규정이 필요한 이유는 오직 하나다. 일단 발의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 무공천을 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경로를 거치든 당론이 바뀌어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하게 되면 그 즉시 후보공천을 하면서 난립된 “정당소속후보자”들을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이 법안대로 법률이 개정되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겉으로는 약속을 운운하면서 무공천 강행을 언급하지만 뒤로는 이렇게 언제든지 공천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이게 바로 새정치다.


5. 동조 제5항
“정당소속후보자”는 정당의 지지 또는 추천을 받고 있다는 것을 표방할 수 있다. 게다가 선거운동을 할 때도 자신이 소속한 정당명을 표시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현행 공직선거법의 규정을 뒤틀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4조는 무소속 후보자의 정당경력표방 및 정당지지·지원표방을 보장하고 있다.

제84조 제1호는 후보자가 정당의 당원이었음을 표시하는 것을 허용한다. 예를 들어 선전물 등에 자신이 과거에 새정치연합의 당원이었다고 표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안은 아예 자신이 현재 새정치연합의 당원이라고 공공연하게 떠들어도 된다고 규정한다. 무소속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새정치연합소속이라고 하기에도 어정쩡하게 후보를 만들어놓고 무소속보다 훨씬 큰 정당 프리미엄을 누리게 만든 조항이다.

동조 제2호는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은 정당으로부터 자신이 지원 또는 지지받고 있음을 표시해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소속 후보이지만 이 지역구에서는 새정치연합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선전해도 된다는 것이다.

법안은 형식적으로는 이 규정과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 더 들어가 보면 현행 법규와 법안의 규정은 질적으로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즉 현행법규는 무소속이지만 정당의 지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하지만 법안의 규정은 공천을 받은 당원이 누리는 혜택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


6. 동조 제6항
동시선거에서 “정당소속후보자”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205, 207조 및 209조에 따른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다. 

현행법 제205조는 정당공천후보자가 여럿 있을 때 이들이 공동으로 선거운동기구를 설치하고 선거사무장·선거연락소장 또는 선거사무원을 공동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또한 제207조는 정당공천후보자가 여럿 있을 때 이들이 공동으로 책자형 선거공보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한다.

한편 제209조는 정당공천후보자가 여럿 있을 때 이들이 공동으로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신설조항은 “정당소속후보자”가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와 똑같은 혜택을 받도록 정한 것이다. 결국 무공천을 하더라도 공천을 한 것과 똑같은 효과가 “정당소속후보자”에게 돌아간다.


7. 동조 제7항
법안은 투표용지의 게재순위에 “정당소속후보자”를 무소속보다 앞에 놓도록 정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50조에 따르면 후보자의 게재순위는 (1) 국회에 의석이 있는 정당의 공천후보자, (2) 국회에 의석이 없는 정당의 공천후보자, (3) 무소속후보자의 순이다. 

그런데 법안은 이 순서를 (1) 국회에 의석이 있는 정당의 공천후보자, (2) 국회에 의석이 없는 정당의 공천후보자, (3) “정당소속후보자” (4) 무소속후보자의 순으로 하고 있다.

기득권을 내려놓지만 무소속후보자보다는 기득권을 누리게 되는 묘한 순서다.


8. 동조 제8항
법안의 백미는 바로 이 제8항에 있다. 법안에 따르면 “정당소속후보자”에 관해서 신설되는 조항에 정한 것 외에는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자에 준해서 공직선거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다. 무공천을 하되 공천 받은 후보자가 누릴 것은 다 누리겠다는 것을 이렇게 간단하게 표현한 것이다.


9. 속이 뻔히 보이는 법안
법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새정치연합이 말하는 기초선거 무공천이라는 것은 사실상 공천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더불어 새누리당에 대해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법안을 보면 도대체 새정치연합이 내려놓겠다는 기득권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어차피 공천을 하나 하지 않으나 똑같은 효과를 노리는 법안을 발의한 새정치연합의 새정치는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새정치연합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 새정치라고 해왔다. 그런데 이 법안은 기초선거 무공천의 약속을 지키기보다는 유권자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다. 

“2번은 아니지만 2번이 맞다”고 이야기하기 위한 법안이다. “새정치연합의 후보는 아니지만 새정치연합의 후보다”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법안이다. “탈당은 안 했지만 탈당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하도록 만드는 법안이다. 이것이 새정치의 약속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이처럼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당리당략에 따라 얼마든지 법을 뜯어 고칠 수 있다고 사고하는 것은 큰 문제다. 만일 새정치가 한국 정치의 대세가 되면 하루아침에 법이 왔다갔다하는 혼란이 예상된다.

노동당 정책위원회는 이미 정치관계법 일체의 개혁을 주장해왔다. 정당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현재의 정치관계법은 과도한 정치활동 및 선거운동의 규제, 시대에 맞지 않는 가부장적 국가후견주의 등으로 인해 그 시효가 끝났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전면적인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한 입장에서 노동당 정책위원회는 새정치연합이 새정치를 운운하면서 정작 정치 자체를 왜곡하는 현실, 거기에 더해 이처럼 자신들의 새정치와는 결코 맞지도 않는 법안을 발의하는 행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안에 서명한 공동발의 의원은 총 11명이다. 백재현, 한정애, 유대운, 박남춘, 김성곤, 배재정, 황주홍, 배기운, 홍영표, 장하나, 이언주 의원이 그들이다. 전원 새정치연합 의원이며  초재선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기 전에 유권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바란다. 유권자들이 이 법안을 통해 새정치의 민낯을 가감 없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자당의 후보들을 당선시키는 것이 약속을 지키는 새정치의 진면목임을 유감없이 과시하는 것도 좋겠다.


2014년 4월 7일
노동당 정책위원회
?

  1. No Image

    [정책논평] 이스라엘은 학살을 중단하라

    [정책논평] 이스라엘은 학살을 중단하라 노동당은 전쟁에 반대한다. 전쟁은 인간성에 반하는 가장 극단적 행위이다. 따라서 이스라엘 정부와 군이 자행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
    Date2014.07.15
    Read More
  2. No Image

    [정책논평] 이제 실업급여까지 깎겠다는 박근혜 정부

    [정책논평] 이제 실업급여까지 깎겠다는 박근혜 정부 오늘(6월 20일) 고용노동부는 실업급여(구직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까지 깎겠다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실업급여는 평균급여의 50% 지급을 원칙으로 하되...
    Date2014.06.20
    Read More
  3. No Image

    [정책논평] 선거법 제6조의2 제1항은 휴일 사전투표 강제 규정?

    [정책논평] 선거법 제6조의2 제1항은 휴일 사전투표 강제 규정? 현행 공직선거법 제6조의2 제1항은 “다른 자에게 고용된 사람이 사전투표기간 및 선거일에 모두 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고용주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
    Date2014.05.29
    Read More
  4. No Image

    [정책논평] 국회를 넘어 사회적조사로 가자

    [정책논평] -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도 미봉책! 국회를 넘어 사회적조사로 가자 세월호 참사로 전국민은 힘겨운 4월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인재를 막기위해 전국민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때마침 국회에...
    Date2014.05.07
    Read More
  5. No Image

    [정책논평] “정당소속후보자 등록 등에 관한 특례”, 새정치표 꼼수

    [정책논평] “정당소속후보자 등록 등에 관한 특례”, 새정치표 꼼수 지난 3월 27일자로 새정치연합의 일부 의원들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정당소속후보자’라는 항목을 두자는 안이다(제47조의3 신설). 주요 골자는 기초선...
    Date2014.04.07
    Read More
  6. No Image

    [정책논평] CEO 임금상한제 도입을 제안한다

    [정책논평] CEO 임금상한제 도입을 제안한다 ○ 억! 소리 나는 연봉 기업 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총 301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최저임금 노동자 연봉의 2473배가 넘는 보수다. 그는 지난해 법정 구속되어 지금까지 구속 ...
    Date2014.04.01
    Read More
  7. No Image

    [정책논평] 의료영리화 저지투쟁, 여기서 멈출 수 없다

    [ 정책논평 ] 의료영리화 저지투쟁,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합의한 ‘제2차 의정 협의결과’를 놓고서 실시한 의사들의 파업찬반투표에서 파업유보가 결정됨에 따라, 의료영리화 저지투쟁은 당분간 소강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파업 등의 단...
    Date2014.03.2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