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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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문재인 정부 정책비판 시리즈5. 탈핵

‘탈핵인 듯 탈핵 아닌 탈핵 같은’ 문재인 정부 
탈핵 정책 내세운 최초의 정부이지만 2060년은 너무 먼 미래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시대의 핵발전 확대 일변도 정책 기조에서 탈핵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탈핵을 정책으로 내건 대한민국 최초의 정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2060년을 탈핵의 완성 시점으로 설정한 것은 현재 고조된 핵발전의 위험에 비해 너무 늦다. 탈핵은 곧 재생에너지 중심 체제로의 전환이기도 한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미흡하다. 설계수명이 다했거나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신규 핵발전소 일부의 건설을 중단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에게 기대할 수 있는 탈핵의 정책 수위로 보인다. 그마저도 ‘핵 마피아’의 강력한 저항을 물리칠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계획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2060년은 안일한 목표 설정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2060년까지 모든 핵 발전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한반도 지진 발생 위험이나 세계적 탈핵 추세에 비춰 너무 늦은 목표 설정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많은 나라에서 탈핵을 선언했으며 독일은 2022년까지, 대만은 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핵사고 위험성이 특히 높다. 심지어 우리나라 대부분의 핵발전소가 위치하고 있는 경상도는 활성단층이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 80~160km 이내 지역에 활성단층이 존재하면 원전부지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소극적인 탈핵 목표 설정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내 심지어 핵발전소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전부 이행한다고 해도 2022년에 가동 중인 핵발전소가 총 27기로 현재 총 26기보다 오히려 1기 늘어날 수 있다. 이는 건설 중인 핵발전소 5기 중 신고리 5, 6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3기에 대해서는 건설 중단을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4호기, 신울진 1, 2호기에 대해서는 건설 “잠정” 중단과 사회적 합의를 통한 운영여부 결정을 공약했다.

건설 중인 핵발전소 5기 모두 건설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탈핵 사회로 이행하고자 한다면 최대한 빨리 중단하는 것만이 비용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대만에서는 공정률이 98%에 달하는 핵발전소도 건설을 중단한 바 있다. 건설이 완료되어 가동 시 폐로비용이 높아질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국민이 감당해야 할 건강상의 피해와 불안까지 감안한다면 이는 한시도 미룰 수 없는 핵심 과제다.

안전성도 경제성도 검증되지 않은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즉각 중단해야

문재인 정부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의 재검토를 약속했다. 파이로프로세싱 핵 재처리 기술은 사용후핵연료에서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능이 매우 높은 물질을 분리해서 보관하고 플루토늄 등 초우라늄 물질을 고속로에서 태워 없애 보관 부피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미국, 프랑스 등에서 50년 가까이 연구했으나 안전성과 경제성 문제로 외국에서도 거의 상용화하지 못한 입증되지 않은 기술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세슘, 스트론튬 등의 분리과정에서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높으며 이후에도 300년 가까이 지하에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지하수 침출 우려가 높은 위험한 기술이라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2009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단 자료에 따르면 2100년까지 현재의 핵발전소 이외에도 전국에 76기의 고속로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비용이 수백 조에 달할 뿐 아니라 고속로는 방사능 누출과 폭발 위험을 안고 있다. 실제 고속로를 개발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크고 작은 화재나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상용화된다는 것은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제2의 핵발전소와 같은 고속로가 전국 각지에 세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파이로 프로세싱 연구를 중단하지 않으면서 탈핵 사회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기술 재검토가 즉각 중단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에너지 저소비사회의 전제 조건

탈핵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핵발전 비중을 줄여나갈 뿐 아니라 종합적인 에너지 체제 전환 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실행되어야 가능한 문제다.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는 탈핵・탈석탄 기조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중심 체제로의 전환, LNG의 한시적 확대를 골간으로 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아직 제시되지 않아 LNG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이 발생되는 것 아닌지 우려가 남는다.

에너지 체제 전환과 에너지 수요 절감은 연동된 과제다. 기존의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함에 있어 노동시간 단축은 필수적이다. 노동당은 주당 35시간 + 연장근로 5시간 상한제를 주장한 바 있다. 기존의 성장 중심 경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주택․ 건물 단열 개선 등의 에너지효율화 사업만으로는 탈핵 사회의 전제 조건인 에너지 저소비 사회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체제 전환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핵산업계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로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 전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현재 핵발전소 인근 지역은 핵발전소 폐쇄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전환에 필요한 숙련 교육과 비용은 사회가 책임지고 제공해야 한다.

정권의 의지를 판가름하는 첫 관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명 문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탈핵 로드맵 구성을 약속했다. 탈핵 로드맵의 실효성을 가르는 핵심 기준은 ‘탈핵에너지전환기본법’의 제정을 통한 탈핵 법제화다. 실제 법제화를 하지 못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신규 원전건설 중단 및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공약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결국 탈핵을 추진하고자 하는 정권의 의지와 이를 추진할 인사 구성의 문제는 탈핵 정책 추진 성과의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밀양 송전탑 건설을 폭력적으로 강행했던 한전의 조환익 사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에너지 시장의 규제와 발전사업 인허가와 관련된 대부분의 권한이 산자부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산자부 장관의 선임 문제는 특히 중요하다. 핵 산업계와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는 당연히 제외되어야 하며 기존 산자부 주요 관료들도 배제되어야 한다. 기존의 산자부가 바로 에너지 공급중심 기조를 바탕으로 핵발전을 확대했던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핵마피아의 저항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탈핵 정책을 밀고 나갈 의지 있는 탈핵 장관이 필요하다. 산자부 장관 임명 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탈핵 의지를 판가름하는 첫 관문이 될 것이다.

2017. 6. 13
노동당 정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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