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문재인 정부 정책비판 시리즈6. 주거 정책
서민 주거 안정 목표에 부합하는 시장 규제 의지 없어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부동산 투기 근절 과세 강화 절실
문재인 정부의 주거정책은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노후주택 개량 사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나 예산까지 제시하고 있는 반면에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반드시 가장 중요한 문제인 가격 규제, 부동산 과세 강화 등 시장 규제에 대해서는 원론적 수준의 방향만을 제시할 뿐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연장,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등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소극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정책에서 표방한 서민주거 안정과 달리 주택 시장을 여전히 거시경제 활성화와 정권의 인기 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주거 정책은 △공공임대주택 매년 17만호 공급과 청년 임대주택 30만실 공급 △주거급여 확대와 급여액의 단계적 인상 △연 10조원 도시재생 뉴딜 사업 △일정 수준 이하 임대도속 비과세와 사회보험료, 세제 등 특혜 △임대주택 등록을 기반으로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한제 단계적으로 제도화 등이다. 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구체적 목표와 거액의 재정 소요액까지 제시하였다. 그런데 불로소득에 해당하는 임대소득 과세를 정상화하려는 의지 대신 임대소득 등록을 명분으로 또 다시 세제 특혜를 주려고 한다는 점은 큰 문제점이다. 반면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한제, LTV·DTI 규제 강화 등과 같은 알맹이 정책들에 대해서는 ‘단계적’ 현실화 등 소극적인 입장에 서 있다.
전월세 전환율 상한제 등 강력한 임대료 가격 규제 필요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의 상승기에는 세입자들은 폭등하는 전월세 가격 때문에 큰 고통을 겪어 왔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만으로는 치솟는 전세값, 이에 따른 월세 폭등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시민사회의 요구가 전세와 월세 인상률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강화 등 시장에 대한 직접규제로 모아진 것은 이 때문이다. 전월세 전환율 상한제, 전세값 인상 상한제,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강화라는 3가지 정책이 패키지로 작동해야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실질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
2017년 4월 현재 전국의 전월세 전환율은 6.4%이다. 월세가 기본적으로 전세 보증금 부족분에 대한 일종의 이자라고 한다면, 한국은행 기준금리 1.25%의 5배가 넘는 전월세 전환율은 한국의 경제를 지대 추구형 경제로 몰아가는 폭리에 해당한다. 그간 노동당은 전월세 전환율 상한을 기준금리의 2.5배 또는 연 6% 중 낮은 값으로 정할 것을 제안해 왔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전월세 전환율 상한을 기준금리의 4배 또는 연리 10% 중 낮은 값으로 정하고 있으나, 신규 계약이나 재계약시에는 적용되지 않고 그나마 벌칙 규정도 없어 아무런 규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 상한제는 전세값 인상 상한제와 연동되어야 한다. 전세값 폭등이 월세 인상의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임대차 계약 시점의 전세 보증금 인상률을 통계청 가계물가지수 상승분 또는 연 2% 중 낮은 값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신규 임대차 계약과 재계약이 전월세 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기 때문에 2년을 기본으로 하는 현행 주택임대재계약 기간을 5년 단위로 변경하고, 추가 5년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주택 소유주가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유럽 각국의 임대차 관련법은 임대기간을 정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만 계약기간 있는 임대차계약을 인정하거나(독일), 기간을 정하는 임대차계약이 있더라도 계약 만료시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계약 갱신을 거절하거나 해지하게 할 수 있도록 정하는(영국, 프랑스) 방법 등에 의해서 장기 임대차계약을 통해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막으려는 과세 강화 의지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 말기 부동산 과열로 인한 투기를 막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안을 냈지만 종부세는 세대별 합산과세에 대한 위헌 판결을 받았다. 부동산 양도소득세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대폭 완화되어 현재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투기 억제책으로서 세금의 기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민 주거안정과 재정 확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라면, 고율의 토지보유세 도입이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임대소득 과세 정상화, 1가구 2주택 이상 등 투기 목적 부동산 투기에 대한 과세 강화를 내세울 법도 하지만 공약은 부재하다. 오히려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추가의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공약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2,000만 원 이하 월세 임대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채택하고, 2017년부터 종합과세와 분리과세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의지가 실종됐는데, 문재인 정부 역시 그 기조를 이어 추가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가 임대사업자의 임대소득을 파악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임대소득 등록을 명분으로 세제 지원을 약속한 것은 임대소득 과세를 정상화하지 않겠다는 허울에 불과하다.
결국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주거 정책 목표는 현재로서는 그에 부합하는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문재인 정부 역시 역대 정부처럼 주택 경기를 거시경제 부양의 수단으로 보거나 정권 인기 관리 수단으로 접근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노동당은 주거 부동산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가 주거권을 보장하고 지대수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확실한 정책 전환을 할 것을 촉구한다.
2017. 06. 20
노동당 정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