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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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문재인 정부 정책비판 시리즈8. 기본소득

 

생애 맞춤형 기본소득이라 쓰고

생애 맞춤형 선별복지라고 읽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4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 즉 최저 생활이 보장되는 기본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생애 맞춤형 기본소득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동수당 10만원을 제외하고는 기본소득이라 부를 만한 정책은 사실상 없다. 소득이나 구직활동 여부 등 조건을 부여하고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사회수당을 기본소득이라 지칭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기본소득의 개념을 오용하는 것이다. 심사에 의한 선별 복지를 넘어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지급한다는 것이 기본소득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다. 노동당의 기본소득 정책은 모든 국민에게 월 40만원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것이다. 개인이 살아가기에 충분하지 않는 이와 같은 낮은수위의 기본소득은 노동, 조세와 재정, 복지 및 공공서비스, 금융 등 사회경제의 전 영역에서 체제전환적 제도 변화와 연동될 필요가 있다.

 

생애 맞춤형 기본소득의 실상

 

문재인 정부의 생애 맞춤형 기본소득의 구체적 정책은 아동수당, 청년구직촉진수당, 장애인연금, 기초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도입 및 확대를 골자로 한다. 먼저 아동수당은 0~5세에 대해 월 10만원씩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이는 특정 연령대에 속하는 이들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수당이라는 점에서 부분기본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청년구직촉진수당은 만 19~34세의 청년 중 고용보험 미가입 청년만을 대상으로 하고 구직활동을 증빙해야 한다는 점에서 노동연계형 사회수당에 해당된다. 또한 장애인 연금, 기초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 정책의 경우 박근혜 정부 때보다 지원 규모가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소득 수준에 따라 복지 대상을 선별하고 있어 기본소득으로 볼 수 없다. , 기본소득의 기본 원칙인 보편성과 무조건성, 개별성을 만족하는 정책 공약은 오직 아동수당뿐이다.

 

물론 이와 같은 복지 정책의 강화도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고 가계소득을 확대하여 내수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규모마저 너무 작기에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후보시절 공약집을 보면 복지 정책의 추가 재원 규모는 연간 18.7조원이다.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에서 OECD 평균과 10%p 정도 벌어진 차이를 겨우 1%p 남짓 좁히는 수준이다. 이 정도로는 OECD 33개국 중 4번째로 심각한 소득불평등 수준의 유의미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OECD는 이와 같은 소득불평등을 시정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제대로 된 기본소득의 도입은 경제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기본소득 도입은 사회경제체제의 총체적 전환과 연동돼야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사회구조적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함께 실업과 불안정노동은 끊임없이 확산되어 왔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은 지속되고 있다. 더 이상 생산의 확대가 고용을 담보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불안정 노동이 확산일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자동화·정보화 흐름은 이 추세를 강화하고 있다. 완전고용을 전제한 복지국가 모델의 재생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노동소득과 무관한 소득인 기본소득의 도입은 시대적 요청이다.

 

특히 수출주도성장 전략을 추구해온 우리나라의 경우 성장의 몫이 재벌대기업에 집중됨으로써 이와 같은 위기를 보다 심화시켰다. 현재의 사회경제적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불안정노동체제를 종식시키고 가계소득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노동시간을 대폭 단축해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 기본소득은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가계소득 증대를 가능케 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의 기본소득 정책은 전체적으로 이름만 빌려온 수준이다. 앞으로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정책 내용들이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2017 .7. 11

노동당 정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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