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무늬만 ‘부자증세’ 공약에서 또 다시 후퇴하나
- 소득 상위 극소수의 조세저항 걱정은 증세 회피 위한 핑계에 불과
기획재정부가 내일(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예정된 세법 개정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소득세 과세표준만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소득 최상층에 대한 소득세제 개편을 시행하기로 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올리겠다던 대통령의 공약에서 벌써 후퇴한 것이다. 최고세율을 50% 수준으로 인상하는 과감한 소득세 인상이 조세정의와 경제적 필요에도 부합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대로 된 ‘부자증세’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세저항을 우려한다고 하지만 이는 증세 회피를 위한 핑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획재정부의 소득세제 개정 방식은 세율은 그대로 두고 최고세율 40%가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기존 5억원 초과에서 3억원 초과 5억원까지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의 소득자들은 기존 38%보다 2%p 오른 40%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 구간에서 추가 발생하는 세수가 이번 소득세제 개정으로 얻게 되는 증세의 규모인 셈이다. 계산에 따르면 그 규모는 극단적인 최대치로 잡아도 1,800억 원이다. 2016년 기준 소득세 총 세수였던 약 70조 원의 0.25% 정도에 불과하다. 증세라기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정부는 다른 세목의 인상에도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상속·증여세는 자신 신고 시 내야 할 세금의 7%를 감면해주던 것을 3%로 낮추는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경우 과세 기준을 현행 2000만원에서 하향조정하는 것이 검토될 뿐 누진율을 인상하겠다는 얘기는 나오지도 않고 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소득 상위 1%의 조세저항에 벌벌 떠는 모양새다.
노동당은 이미 지난 정책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조세정책 공약에 따른 증세 규모가 GDP 대비 1%p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이는 전임 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 ‘작은 정부’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http://laborparty.kr/1734380 참조). 이번 기획재정부의 세제 개정 계획은 대통령 공약의 그 수준에서조차도 할 걸음 후퇴한 것이다. 사실 증세와 복지에 관한 과거의 여론 조사는 과감한 복지 확대를 약속하고 대규모 증세를 하는 것이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왔다. 소득 최상층 극소수 사람들의 조세저항을 거론하는 것은 소득 최상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문재인 정부의 성격을 감추고 싶은 핑곗거리에 불과하다.
2016. 7. 12
노동당 정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