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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문재인 정부 정책비판 시리즈9정치선거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또 다른 불평등선거

정치선거제도 개혁 핵심 벗어나

 

현행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다비례대표제 전환이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은 불문가지다하지만 하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겠다는 것은 거대정당들의 의석 기득권 유지를 위해 또 다른 불평등선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비례대표제로의 전환은 정당의 전국득표율에 점유 의석을 일치시키는 전면비례대표 또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답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세부 설계도는 나와 있지 않다그동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국회의장 직속 선거제도개혁자문위원회의 보고서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직선거법 발의안 등을 종합해보면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의원정수는 300∼390명 사이에지역구와 비례의석의 비율은 2 : 1로 하는 안들이 제시되어 있다또한 ‘정당득표율 3% 이상 또는 지역구 당선 5석 이상이라는 소수정당에 대한 현행 봉쇄조항도 유지하자는 안이 대세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이와 같이 설계되면 평등선거에서 한참 멀어진다일단 지역구 의석을 의원정수의 50%로 하는 독일식 연동제가 아니라 2 : 1로 가져갈 경우 정당 의석수를 정당 지지율에 일치시키는 것이 수학적으로는 물론 선거 경험적으로도 불가능하다총 의석수가 90개인 권역을 예로 들어보자이 권역의 의석 비율은 지역구 60석과 비례의석 30석으로 나뉜다그런데 A 정당과 B 정당이 지역구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하고 정당득표율은 각각 20%25%를 얻은 상황을 가정해보자비례대표제의 핵심은 A 정당에 의석 90석의 20%에 해당하는 18석을, B 정당에25%에 해당하는 23석을 배분하는 것이다그러나 비례의석의 총수가 30석에 불과해 A B 정당이 확보해야 할 의석수는 합쳐서 11석이나 부족하게 된다지역구와 비례의석이 병존하는 선거제도에서 정당의 의석수를 정당의 득표율에 최대한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지역구와 비례의석의 비율을 1 : 1로 가져가야 한다지금 시민사회와 진보정당들의 주요한 요구인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 역시 의원정수를 지역구 선출 의석수의 두 배로 정하고 정당의 의석수를 정당의 전국 득표율에 일치시키는 것이다.

 

표의 등가성이란 한 표의 가치가 선거구에 관계없이 동등한 가치를 갖는 것을 말한다현행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A 선거구에서 35%의 득표율로 당선이 되고, B 선거구에서는 40%의 득표율로도 낙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A 선거구의 유권자와 B 선거구의 유권자 한 표의 가치가 달라지는 대표적인 불평등 선거제도가 현행 단순다수대표제이다비례대표제로 전환하자는 것은 이러한 불평등 선거를 막자는 것이 핵심인데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전체 의석수가 정당의 전국 지지율과 불일치할 가능성을 이미 전제하고 있다그리고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그 세부적인 내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안에서도 표의 등가성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침해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정치선거제도 공약 중에 ‘완전선거공영제’ 실시가 있다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마찬가지로 이 용어 한 마디 외에 더는 언급이 없다원내교섭단체와 의석수를 기준으로 배분되는 거대정당들의 정당 국고보조금 독식정치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높은 선거기탁금제도소수정당에 높은 장벽이 되고 있는 선거비용보전제도기득권 정당 이외 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언론 접근권 봉쇄 등 선거공영제 개혁의 핵심이 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선거권과 피선거권 만 18세로 하향투표시간 연장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등 평가할만한 개혁 공약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 위에 확립된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의 독점 구조의 해체라는 선거제도 개혁의 본령에 부합하는 공약은 없다무늬를 개혁으로 포장했지만보수 독점의 정당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속내를 읽을 수 있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정치선거제도 공약이다.


2017 .7. 28

노동당 정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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