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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기본소득, 약자에 대한 공공부조를 넘어 소득재분배 권리로 나아가야
- 문재인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화에 부쳐


어제(4/4) <문화일보>에 따르면, 유권자 77.4%는 국가가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역시 어제 <머니투데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캠프가 청년, 노인, 장애인 등에게 소상공인자영업자 선불카드 형식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을 사실상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기본소득은 이제 일부의 급진적 주장을 넘어선 사회적 의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기본소득은 필요에 따라 지급하는 수당(사회수당)의 한계를 넘어 공유부(共有富)에 대한 평등 배당의 원리로 나아가야 하고, 사회경제체제 전환을 위한 진보적 정책수단과 연동되어야 한다. 

<문화일보>와 서울대폴랩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는 기본소득이 이념적 성향에 따라 찬반이 확연히 갈리는 정책이 아니라 거의 모든 계층에서 지지받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진보 81.8%, 중도 80.0%, 보수 65.8%로 고르게 높은 지지를 받은 사회경제정책은 결코 흔치 않다. 지난 2016년 총선까지도 노동당과 녹색당 등 일부 진보 원외정당의 급진적 주장으로 치부된 기본소득이 이제 거의 모든 국민들의 사회적 요구가 된 것이다. 문 후보 캠프의 기본소득 공약화가 비록 경쟁에서 패한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을 규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도되었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높은 국민적 지지를 빼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비록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은 아닐지라도 청년, 노인, 장애인 등 대상 집단 안에서는 선별을 위한 심사 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높이 평가할 대목이다. 이는 경제적 약자들의 필요에 따른 지급의 성격을 갖는 사회수당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심사 없이 지급한다는 점에서는 부분 기본소득의 성격도 동시에 갖는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선불카드를 통한 지급 방식도 소상공인 보호의 관점에서 충분한 사회적 경제적 의미를 가진다. 물론 문 캠프의 기본소득 공약이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니다. 사회수당이 보편성의 원칙 아래 도입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려면 대상 집단에 속한 모든 개별 대상자에게 심사 없이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한 도입하고자 하는 보편 수당의 낮은 액수에 비추어 볼 때 기존의 선별 수당은 완전 대체되지 않아야 하며 부분 대체되거나 그대로 존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기본소득으로 내딛기 위해서는 또 한 걸음 내딛을 시기가 왔다. 필요의 원리에 따른 수당을 넘어 공유부에 대한 배당의 원리로 나아가야 한다. 공유부 배당의 원리는 시장에서 각자의 능력과 기여에 따라 재화를 취득한다는 시장 분배의 원리에 대해 교정적 기능을 가진다. 이와 같은 교정적 기능의 근거는 공동체의 부, 토지와 자연, 지식, 금융과 사회적 네트워크는 어느 누구의 배타적 소유라고 볼 수 없고 모든 구성원들의 공유라는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전혀 놀라운 관점이 아니다. 한국의 보수우파들이 좋아하는 나라 미국의 착한 자본가들도 자신이 벌어들인 것의 대부분이 공유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구성원이 공유부의 몫을 균등하게 나눌 권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노동당은 문 후보가 이후 전 국민에 대한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비록 낮은 수준일지라도 토지배당, 생태배당, 소득재분배배당 등 공유부 배당을 도입한다면 그 만큼 불평등은 줄어들 것이고 사람으로 사는 세상도 그 만큼 더 앞당겨질 것이다.

또한 차제에 노동당은 기본소득제도를 사회경제체제의 전환 속에서 검토한다는 점을 밝힌다. 세계적 지형에서 기본소득이 현실적 정책 의제로 부상한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과거 복지국가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완전고용, 임금과 물가의 자동적인 상승, 유효수요의 보장, 자본의 축적과 투자 확대 등을 상수로 두고, 사회보험제도를 복지의 기본 축으로 삼고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 공공부조로 대응한다는 설계도에 의하여 구축된 것이 기존의 복지국가였다. 그러나 적어도 1990년 중반 이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러한 가정은 충족되지 않게 되었다. 실업과 불안전 노동이 만연하고, 세계적인 장기 저성장의 시대를 맞아 과거의 복지국가 모델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은 이제 순진한 기대가 되었다. 오히려 기본소득배당처럼 직접적으로 2차 분배에 개입하여 소득불평등을 시정하는 것이 1차 분배, 곧 일자리와 시장소득의 분배를 개선하는 전제 조건이 된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재벌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에 의존하는 성장 정책, 가계부채를 늘려 내수를 유지하려는 정책은 이제 지속불가능하다. 임금소득과 가계소득을 높이고,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고, 수출-내수 균형 경제로 가는 대안적 경제 모델을 찾아야 한다. 이 점에서 기본소득은 경제모델의 전환을 위한 유효한 정책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문 후보 캠프가 수용한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선불카드는 연 100만원대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다. 이 보다 높은 수준의 지급액수와 전 국민으로 지급대상의 확대를 주장하는 노동당도 1인 가구 생계 수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월 4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을 정책화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이 경제 모델의 전환 정책으로서 유효하기 위해서는 임금 수준을 높이고, 현물 공공서비스를 대폭 확충하는 2차 재분배 정책과 연동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불안정·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해소하고, 저부담 간접세 위조 조세제도를 고부담 누진직접세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그간 문 후보의 발언과 더불어민주당의 노선을 보면 이번 대선에 이러한 정책들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노동당은 문 후보가 앞으로 내놓을 노동정책, 조세재정 정책에 주목할 것이다. 연동정책의 문제는 문 후보의 공약이 기본소득 인기에 편승한 생색내기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기준이 된다.

2017. 4. 5

노동당 정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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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통진당원 2017.04.07 09:45
    현재의 불안정·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해소하고, 저부담 간접세 위주 조세제도를 고부담 누진직접세 위주로 전환

    많은 고민이 집약적으로 담긴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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