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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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문재인 정부 정책 평가 시리즈1. 검찰개혁

 

기소독점 분산과 인사 통제가 검찰개혁의 본령

- 공수처 설치에 과도한 의미 부여는 곤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로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경 수사권 조정 등 비교적 강도 높은 검찰개혁안을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당선 이후 검찰개혁 필요성을 설파해온 조국 교수를 민정수석에 임명함으로써 공약 실천 의지도 분명히 했다. 노동당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지 않지만 검찰개혁의 본령이 공수처 설치 문제로 축소되는 분위기에는 우려를 표명한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권, 수사지휘권, 공소 제기권, 공소 유지권에 대한 검찰의 독점을 깨고, 검찰 인사에 대한 국민적 통제 장치를 만드는 것에 놓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공수처 설치안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진보적 시민사회의 대략적인 합의는 공수처를 대통령 직속이 아닌 독립기구로 설치하고,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통령, 검찰총장 등 주요 권력기관의 장과 법관과 검사도 포함된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을 보유한다. 공수처장은 국회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검찰 기능의 필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검찰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과 이에 대한 견제 수단의 부재가 문제의 핵심이라면 개혁의 방향도 이의 시정에 맞춰져야 한다. 공수처는 하나의 쓸 만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발본색원적인 해법은 아니다. 가령 검찰 권한의 집중에서 특별히 기소 독점이 중요한데, 공수처 자체는 기소독점 권한을 검찰 조직 내부에서 재조정하는 것에 가깝지 검찰의 기소 독점 자체를 해소하는 안이 아니다. 또한 공수처가 대통령 등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로 출범한다고 해도 정권의 성격에 따라 독립성과 중립성은 끊임없는 시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공수처 설립에 과도한 의무 부여가 곤란한 또 다른 문제로, 공수처는 정치권력과 고위 공직자의 범죄만을 겨냥하고 있어 자본 권력에 부역하는 검찰 조직의 개혁이라는 시급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기소 편의주의에서 기소 법정주의로

 

흔히 기소권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권한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도 있는권한이다. 이른바 기소 편의주의다. 현행 형사소송법과 검찰사건사무규칙은 검찰이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기소 독점에 기소 편의까지 누리는 검찰이 타락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현행 형사소송법의 기소 편의주의를 폐기하고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할 경우 의무적으로 공소해야 하는 기소 법정주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도 후보 공약에서 기소법정주의 도입을 명시했지만 그 대상을 중대 부패범죄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중대 부패범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놓고 불필요한 입법 기술적인 논쟁을 일으킬 뿐이다. 또한 국가기구의 부패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여태껏 그랬듯이 눈 감아 주기가 횡횡할 수 있다. 형사소송 관련 법령 전체에서 통일적인 기소 법정주의로 가야 한다.

 

기소 편의와 별개로 기소 독점 자체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그 유력한 수단은 재정신청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재정신청 대상 범죄의 범위에 고발 사건도 포함하고, 검사공소수행제도를 폐지하고 재정신청담당 변호사제도를 도입하는 공약을 제시한 상태이다. 비록 중요한 진전이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재정신청 심리 중 수사기록의 열람과 등사를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원칙적 허용으로 바꿔야 한다. 재정신청 담당 법원을 고등법원에서 지방법원으로 변경해 신청인의 재정신청 접근성도 높여야 한다.

 

형사 피의자·피고인의 인권 강화도 검찰 견제 수단

 

형사사건 절차에서 피의자와 피고인의 인권을 강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지향해야 할 가치이자 검찰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견제할 수단이기도 하다. 현행 제도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활발하게 논의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형사소송 절차 개혁 방안들이 당시 검찰의 집요한 반대로 개혁성이 거세된 상태로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제도는 대상 형사사건의 범위가 여전히 좁고 민간 배심원 평결의 효과도 기속력 없는 권고적 성격에 불과하다. 이를 개혁해야 한다. 2007년 도입된 증거개시제도도 검사에게 서류의 열람·등사를 거부할 재량을 폭넓게 허용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용산 참사 사건에서 법원의 허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한 사례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증거개시제도에서 검찰의 재량을 없애고 법원의 결정에 대한 집행력을 확보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검사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해 조서 재판을 억제하고 공판중심 형사재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다음은 검찰 인사에 대한 국민적 견제 장치 마련이다. 지난 정권들에서 검찰이 보여준 모습을 생각해 보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문제일 수 있다. 검찰 조직의 관행을 끊고 조직개혁의 물꼬를 틀 가장 강력한 수단은 주민이 직접 검사장을 선출하는 검사장 직선제인데, 문 대통령은 이를 공약화하지 않았다. 검찰 조직에 대한 비상한 개혁 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검사장 직선제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검찰 인사를 국회가 통제하자

 

물론 검사장 직선제만으로 검찰인사제도 개선의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검사장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조직 전체의 인사제도 그 자체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 인사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공약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의 독립성·중립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노동당은 검찰 인사의 추상적 독립성이 아니라 주권자 국민에 의한 인사 통제가 올바른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의기구인 국회가 검찰 인사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 검찰인사위원회가 검찰총장 후보를 추천할 권한을 가지며, 검사장급 이상 인사에 대한 승인권과 검사적격심사권 등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되, 검찰인사위원회 위원의 과반에 대해서는 국회가 임명권을 행사해야 한다.

 

노동당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며 정책목표의 수위가 매우 불충분하다. ‘박근혜 게이트라는 헌정사에 전무후무한 권력 범죄와 그에 대한 저항으로서 촛불항쟁이 수립시킨 정부라면 검찰개혁의 목표는 가장 높은 수위에 맞춰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개혁안도 면면히 이어져 온 잘못된 관행을 혁파할 수 있도록 전면적이고 포괄적이어야 할 것이다.

 

2017. 5. 16

노동당 정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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