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정책 / 정책논평
문재인정책비판_논평배경_완22.png


[정책논평]
문재인 정부 정책비판 시리즈4. 노동

정책 방향의 진보성 발목 잡는 정책 수위의 보수성

비정규직 축소와 네덜란드 대타협 모델은 정책기조의 충돌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정책 여전히 부실

 

노동당은 국민주권선대위 일자리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이 이명박·박근혜 시대의 노동개악에서 노동권 보호로 방향 전환한 것으로 평가한다. 일자리위원회가 다룬 진보적 노동 의제의 포괄성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총론적 수준에서 문제점을 먼저 밝히자면, 정책 방향의 진보성에 비해 선택한 정책 수단과 수위의 보수성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 축소로 방향을 설정하고도 신자유주의 불안정 노동 체제의 법률적 기초가 되어온 소위 비정규 악법들의 원천적 개혁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아닌 중규직화우려 여전

 

노동계 입장에서 중요하게 살펴 볼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공공분야 비정규직 정규직화 52시간으로 법정최장 노동시간 단축과 공공분야 81만개 일자리 창출 근로행정감독 강화 임금 격차 해소 불법파견 정규직 고용 의제 실업보험 보장성 강화 등이다. 노동시장 정책에서 주요하게 다룰 의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고, 그 방향 역시 이전 정부의 노동개악일변도 정책으로부터 단절하였다. 그러나 채택한 수단들에서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러한 수단의 불철저성이 앞으로 재벌을 비롯한 총자본의 저항을 만날 때 더욱 후퇴할 우려도 짙다.

 

먼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는 개선 효과가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직접고용보다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화가 방식이 유력해 보이고, 임금 개선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한다는 방향을 잡고 있다. 직무급제는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직무를 분류하고 이에 상응하는 근로조건을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직무급제는 직무에 따른 생산성을 비교해 이에 상응하는 임금을 책정하겠다는 명분을 취하고 있지만 내용은 기존 정규직과의 임금 차별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직무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정규직과 동등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면, 이 문제에 대해 적용해야 할 대원칙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소득주도 성장론이라는 사회경제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의 임금의 대폭 상승 없이는 내수 진작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시기 모두 정책 효과 기대 어려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도 정책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고도 정책 수위가 이에 못 미치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현재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합쳐 주 52시간을 최장 노동시간으로 한다는 정책은 너무나 불충분하다. 이미 각국에서는 주당 35시간을 넘어 30시간까지 노동시간 단축을 실험하거나 논의하는 단계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으로 거세질 자동화·정보화 추세는 주당 52시간 수준의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잠식할 것이 분명하다. 주당 35시간 + 연장근로 5시간 상한제 정도를 실시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일시에 도입하기 어렵다면 임기내 순차적으로 달성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약대로 시행해도 여전히 OECD 최장의 노동시간을 유지하게 되는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다. 실노동시간의 단축으로 발생할게 될 노동소득의 감소를 우려하는 것이라면, 최저임금 인상이나 사회수당 도입, 공공서비스 확충, 나아가서 기본소득 등 노동소득 감소를 막을 보조정책을 펼치는 것이 타당하다.

 

최저임금 1만원 시점을 2020년 내에 달성한다는 공약은 일자리위원회에서 2022년으로 연기되었다가, 여론의 비판으로 2020년으로 다시 수정이 이뤄졌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일자리위원회가 2022년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던 인식의 배경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의지를 여전히 의심케 한다. 자영업과 영세 중소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거론하고 있는데,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진영의 주장은 오히려 내수 기반을 확장시켜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영업 기반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수 기반의 확충에 덧붙여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자영업의 관계를 재조정할 별도의 정책으로 보완되면 악영향을 걱정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최저임금 1만원은 결국 언제시행하느냐가 정책적 진보성을 판단할 핵심 기준이다. 최저임금은 정부가 1차 분배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유력한 정책이다. 2020년으로 미룬다면 임금 격차와 소득불평등 해소라는 정부 정책 방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정책으로서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정부 정책대로라면 정책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다.

 

불안정 노동체제의 법률적 기초의 폐기 없이 비정규직 축소 한계 분명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은 매우 긍정적이다. 근로감독관 1천명 증원, 근로감독청 설치는 그동안 노동악법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묵인했던 노동행정의 방향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 노동법 취지에 반하는 각종 행정지침을 폐기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노동행정의 대표적인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것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 비정규직 비율을 넘어선 기업에 대해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고 이 기금으로 정규직 전환기업에 인센티브와 사회보험료 확대 비용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은 설계에 따라 비정규직 사용 유인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불안정 노동체제는 기간제, 파견제 등 IMF 구제금융 이후 도입된 비정규 악법에 기초하고 있다. 파견제를 도입한 김대중 정부는 파견법이 선진 각국이 취하는 노동 유연성의 대표적인 제도라고 강변했지만 결과는 사내하청과 같은 불법파견의 양산으로 나타났다. 기간제를 도입한 참여정부는 기간제 시한인 2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결과는 대부분 기간제 노동자가 1년 단위 단기 계약의 갱신을 통해 영원한 비정규직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큰 원칙이 섰다면 비정규 악법의 법률적 기초를 폐기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다. 행정지침 수준의 개정으로는 검찰, 법원 등 친자본 일변도 사법 작용의 관행에 맞서 불안정 노동체제를 종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행정지침은 정권의 성격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

 

불법파견 판정시 정규직 고용 의제 정책은 분명히 진일보했지만 불법파견의 판정에서부터 사법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이 사법의 영역은 사용자 편향을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 파견법 자체를 폐기하고, 사내하청 등 도급 형식을 취한 불법파견을 막기 위해 직업안정법에 파견과 도급의 구별 기준을 마련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간제법도 폐기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원칙으로 상시·지속 업무는 기본적으로 정규직화한다는 방침인데, 일자리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공공 부문에 국한된다는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그 한계는 크다. 일단 상시·지속 업무의 범위를 둘러싸고 상당히 많은 비정규직이 정규직화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고, 법원의 판단에서도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노동당은 기간제를 폐지하고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공유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3개월 주당 평균 35시간 일하는 노동자는 정규직 고용 의제로 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상시지속 업무의 기준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고, 법정노동시간(35시간)이라는 분명한 양적 기준으로 그 이상 일하는 노동자는 기본적으로 정규직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정책 방향을 잡았지만, 그 수단들의 구체성이 떨어져서 현재로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평가하기 어렵다. 교원 및 공무원의 노동권 제약 완화, 필수유지업무와 공익사업 범위 축소, 손배·가압류 제한, 특수고용직노동자의 노동기본권 확대 등은 노동3권을 제약하는 중요한 사안들을 다루고 있음에 비해 정책 방향만 열거하고 있을 뿐 구체성이 없다. 매 정권마다 이런 사안들을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개선되지 않았다. 정리해고제 폐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개혁, 산별협약 효력확대 조항 강화 등도 역시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반드시 개혁되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언급되지 않았다.

 

비정규직 축소와 네덜란드 모델은 정책 기조의 충돌

 

한편 일자리위원회는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하면서, 언론을 통해 참여정부 당시 추진하려다 실패한 네덜란드 모델을 언급했다. 네덜란드 모델은 기본적으로 노동시장의 시간유연성 제고와 임금 동결을 노동이 수용하는 대신 경영 참여를 보장받고, 사용자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노동시장을 전일제와 시간제로 분할시킨 네덜란드식 노사정 대타협을 추진한다면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노동3권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기조와 충돌한다.

 

무엇보다도 대타협이란 협상 당사자의 일정한 힘의 균형을 전제하는데,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과 노조의 제도적 대항력은 현재로서는 사용자와의 힘의 균형을 논하기에 무색할 지경이다. 게다가 한국에는 노동자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도 갖춰지지 않았다. 노동을 정치적으로 대변할 진보정당의 존재감도 없는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추진하는 노사정 대타협은 타협이 아니라 노동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이는 역대 모든 노사정 대타협 시도를 보더라도 분명하다. 노사정 대타협의 전제조건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들이 노동의 교섭력 강화에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2017. 05.30

노동당 정책실

?

  1. [정책논평] 정책 방향의 진보성 발목 잡는 정책 수위의 보수성

    [정책논평] 문재인 정부 정책비판 시리즈4. 노동 정책 방향의 진보성 발목 잡는 정책 수위의 보수성 비정규직 축소와 네덜란드 대타협 모델은 정책기조의 충돌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정책 여전히 부실   노동당은 국민주권선대위 일자리위원회...
    Date2017.05.30
    Read More
  2. [정책논평] 재벌 해체로 경제력 집중 해소하라

    [정책논평] 문재인 정부 정책비판 시리즈3. 재벌 정책 원인 놔두고 증상만 손보겠다는 접근으론 한계 분명 재벌 해체로 경제력 집중 해소해야  대선 정책공약집 ‘경제민주화’ 공약에 집약돼 있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 정책 전체의 특징은 재벌의 독단적 ...
    Date2017.05.25
    Read More
  3. [정책 논평] ‘혐오민국’은 성평등한 나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정책 논평] 문재인 정부 정책평가 시리즈2. 성평등   ‘혐오민국’은 성평등한 나라로 거듭날 수 있을까? - 낙태죄 폐지와 차별금지법 제정은 성평등 사회 선결 과제 - 여남 구별 없는 육아휴직 의무화 없이는 여성의 이중부담만 강화...
    Date2017.05.17
    Read More
  4. [정책논평] 기소독점 분산과 인사 통제가 검찰개혁의 본령

    [정책논평] 문재인 정부 정책 평가 시리즈1. 검찰개혁   기소독점 분산과 인사 통제가 검찰개혁의 본령 - 공수처 설치에 과도한 의미 부여는 곤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로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비...
    Date2017.05.16
    Read More
  5. [정책논평] 우병우는 무소불위 검찰권의 집중이 낳은 자식

    [정책논평] 우병우는 무소불위 검찰권의 집중이 낳은 자식 - 검찰권 분산과 통제가 검찰 개혁의 본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법원의 영장심사가 임박했다.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 김기춘 등 국정농단 주범들이 줄줄이 구속된...
    Date2017.04.11
    Read More
  6. [정책논평] 기본소득, 약자에 대한 공공부조를 넘어 소득재분배 권리로 나아가야

    [정책논평] 기본소득, 약자에 대한 공공부조를 넘어 소득재분배 권리로 나아가야 - 문재인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화에 부쳐 어제(4/4) <문화일보>에 따르면, 유권자 77.4%는 국가가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역시 어제 <머니투데이>는 문재...
    Date2017.04.05
    Read More
  7. [정책논평] ‘건전화가 아니라 풀뿌리 파탄 내기’ - 정부의 지방재정 건전화 방안 비판

    [정책논평] ‘건전화가 아니라 풀뿌리 파탄 내기’ 정부의 지방재정 건전화 방안 비판 지방세 감세 철회와 기본복지 중앙정부 전액 책임이 대안 정부의 ‘지방재정건전화’ 방안에 항의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단식농성이 6월 15일(수) 현재 10일째 이어지고 있...
    Date2016.06.1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