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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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연금의 원칙마저 팽개친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악안


청와대의 기세를 견디지 못한 새누리당이 연금 변경안을 냈다. 기존 정부안보다 연금 수혜시점을 늘려 정부 기여분을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주 까지만 해도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던 김무성 대표의 발언은 식언이 되었다. 이한구 의원 등 친박계가 중심이 된 새누리당 연금개혁 TF가 총대를 맸다. 이 TF가 구성된 것이 23일이었는데 불과 4일 만에 번개불에 콩 볶듯이 새누리당 안이 나왔다. 내용의 졸속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노동당은 이전 논평(“사회연대' 원칙에 맞는 연금 개혁으로”. 2014.9.22.)에서 (1) 우선 정부와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연금개악 시도를 중단할 것, (2) 소득 재분배 효과에 초점을 두고 연금 문제를 접근할 것 (3) 직종과 직업을 떠나 모든 국민의 사회적 연대 정신에 부합하는 연금 발전안을 전제로 할 것을 연금 논의의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돈 낸 만큼 타가는 기존 민간보험사들의 ‘연금상품'하고는 다른 공공연금의 철학을 강조한 것이다.

오늘 발표한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이 공공연금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조차 없음을 보여준다. 정부안과 다른 점이라고 강조하는 내용이 고작 ‘100조'를 추가로 줄인다는 것밖에 없는 빈약한 안을 ‘개혁안'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새누리당이 연금 수혜자의 형평성을 위해 소위 ‘A값'을 두기로 했다는 것 역시 제도적으로는 고려할 만한 부분이지만, 안 자체가 연금의 하향평준화를 의도했다는 점에서 개악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주부터 ‘공무원연금제도 개선을 위한 국민포럼'이라는 전국순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고작 1시간 정도의 시간에 2개의 발제와 9명의 지정패널 발언을 뚝딱 진행하고 마치는 행사를 토론회라고 하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이는 정부가 공무원 연금 문제를 빨리 처리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여기에 새누리당까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한 층 더 개악된 내용을 들고 왔으니, 마치 한 편의 부조리극처럼 보인다.

공공연금은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최소한 노후의 삶만이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미래에 대한 약속'이다. 사회연대의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대안은 전 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불평등해진 자산에 세금을 물리고, 기업의 책임을 높이는 것이다. 이것이 전제된다면 연금의 상향평준화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그동안  재정부담을 운운하며 땜질하듯이 누더기로 만들어버린 공무원연금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수용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각종 연금의 수준을 공통적으로 상향평준화하기 위한 종합적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공무원 연금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과 정부, 그리고 국민이 함께 부담하는 공공재다. 그런 점에서 오늘 발표된 새누리당의 연금 변경안은 성실하게 연금을 부담해온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계주가 돈을 훔쳐 달아나는’ 황망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경계하는 것은 국민연금을 핑계로 공무원 연금을 낮춘 후 다시 국민연금을 민간연금 방식으로 돌리려는 정부의 꼼수다. 이렇게 될 경우, 연금의 사회연대성과 공공성은 사라지게 될 것이며 민간연금으로 장사를 하는 기업들의 배만 불려주게 될 것이다.

연금을 고작 ‘돈놀이' 정도로 생각하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차라리 연금에 대해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오히려 그것이 공무원노동자와 국민들을 편안하게 만들 것이다. 단지 계산기를 두드려 뽑아놓은 몇 자리의 숫자로 설명하기에는 연금제도의 의미가 그렇게 가볍지 않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2014년 10월 27일
노동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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