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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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국회의원선거제도 전반의 문제를 드러낸 헌재 결정
- 전면 비례대표제 도입만이 답이다


어제 헌법재판소는 현행 공직선거법 중 국회의원선거의 지역구 획정에 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법 제25조 제2항 별표1의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 전체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법불합치는 당장의 위헌결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을 막기 위해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두고 해당 법률조항을 기간까지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결정이다.


헌법재판소 선고의 내용
이번 결정의 핵심은 인구비례 3:1로 되어 있는 현행 선거구 획정의 인구기준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가)지역구의 인구가 (나)지역구 인구의 3배가 될 경우 (가)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의 대표성이 (나)지역구 당선 의원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불비례성이 발생한다. 헌법재판소는 3:1의 비율이 유권자의 한 표는 마땅히 동일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선거의 평등원칙을 위배한다고 판단했다.

인구의 균형, 행정구역의 편차, 지세, 교통사정, 생활권, 역사적·전통적 일체감 등의 원인으로 인하여 비례평등을 위한 1:1의 원칙을 관철하기 어려운 현실적 고충이 있다. 그러나 표 가치의 평등은 국민주권의 원리나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만 할 사항이다. 헌법재판소가 밝히듯 “투표가치의 평등을 실현하여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위헌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현행 선거구획정체계 전반이 위헌일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했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구구역표는 전체가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것으로서 어느 한 부분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면 선구구역표 전체가 위헌의 하자를 갖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현행 선거구구역표로 획정된 현재의 지역구 편재는 전면적인 재정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인구비례 최대 2:1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선거구획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015년 12월 31일까지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어야만 한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
문제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갑작스럽게 나온 획기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13년 전이 2001년의 결정을 통해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선거구간 인구편차가 2배 이상을 넘지 않도록 조정할 것을 주문하였고 향후 인구비례 2:1 또는 그 미만의 기준에 따라 위헌여부가 판단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무려 13년 전에 나온 결정의 경고가 어제 재현된 것은 그동안 제도정비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국회에 책임이 있다. 헌재의 결정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표의 등가성이 선거제도의 기본원칙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국회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공직선거법의 개정을 추진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는 투표가치의 평등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1987년 현행 헌법체제 이래 지금까지 시대적 상황과 정치적 환경 및 국민들의 인식변화 등에 따라 의원정수 및 선출방식, 선거구 조정 등이 이루어져야 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국회의 게으름과 무능에 대한 신랄한 질책인 이유가 여기 있다.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부터 299명으로 한정되었던 의원정수는 2012년 총선에서 단 1명이 늘어난 300으로 고정되어 있다. 전체 인구가 4천만 명 수준에 정해졌던 의원정수가 5천만 명이 넘는 지금까지 그대로인 것이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다고는 하나 1988년 당시 전국구를 75석 뽑던 것에 비해 현행 비례대표는 54명을 선출함으로써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을 이유로 특정지역의 의사가 과잉대표되는 것이 합리화될 수도 없다. 지방자치제도가 초기 도입될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지방자치의 수준이 높아진 현실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통·통신 등 기술의 발전, 도농 간 교류의 확대 등으로 인해 낙후했던 과거만을 생각하고 지역대표성을 운운할 근거는 사라졌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범위와 합치될 때만 당위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들을 검토한다면 구태의연하게 과거의 기준을 고수하는 동안 투표가치를 현격하게 불평등하게 만듦으로써 헌법이 허용하는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타당하다. 그 기준은 헌법재판소가 밝혔듯이 지역구간 인구비례가 2:1을 넘지 않아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최대 62개의 지역구에 대해 행정구역상 분구 또는 통합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각종 제도적 제약이 존재함에 따라 지역구가 원활히 조정되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여전히 지역대표성이 감소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밝힌 기준은 표가치의 불균등함을 개선하는 합리적 기준이 되기에는 아직도 보수적인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헌법재판소가 설정한 이 기준은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0에 가깝도록 해야 한다는 미국 하원선거의 기준이나 원칙적으로 상하편차 15%를 규정하는 독일에 비하면 아직도 매우 부족하다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기준은 일본이 1994년에 확인한 2:1 기준을 20년 후 한국에 적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과도한 것이라거나 향후 막대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판단을 결여한 것일 뿐이다.


대안
현행 공직선거법의 한계 안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현실화하기 위해 가장 확실하게 제안될 수 있는 대안은 국회의원 정수의 획기적인 증원이다. 단순계산만으로도 인구 4천만에 설정된 300명 의원정수를 5천만에 맞게 375명으로 늘릴 수 있다. 또는 인구 10만 명당 1명의 수준으로 의원을 설계해 500명으로 늘리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회의원의 정수가 상당수 늘어나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의원정수를 늘리거나 지역구 조정을 하는 것만으로 표의 등가성을 높일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를 경우 현행 제도 하에서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에서만 22석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결과는 수도권지역의 대표성을 강화함으로써 지역대표성의 평등을 깨게 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목적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는데 현행 공직선거법의 구조는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한다.

무엇보다도 우선 검토해야 할 것은 현행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 국회의원 선출방식을 유지할 것인가이다. 무수한 사표가 발생하고 표의 등가성을 현저하게 해치며 승자독식의 폐해를 보이고 있는 현행 제도 자체를 손질할 것인지가 분명하게 확인되어야 한다. 현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지역구의 조정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소수인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획기적인 전환을 고려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 바로 전면비례대표제의 도입이다. 노동당은 이미 2012년 총선 공약을 통해 ‘광역단위 전면비례대표제’를 제안한 바 있다. 우선 전국을 대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별 최소의석을 우선 할당한 후 인구비례에 따라 나머지 의석을 배분한다. 정당은 권역별로 각 당의 후보명부를 제출하고 유권자는 지지정당과 해당 정당명부 내 선호후보자 1인을 선택하게 한다. 정당득표율로 당선자 수를 정하고 명부 내 각 후보의 득표율 순위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지역대표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비례대표의 강화를 통해 국회의원의 직능대표성 또한 강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노동당의 제안은 공직선거법의 개정만을 통해 가능하다. 물론 공직선출과정의 변화를 개헌 논의로 연장할 수도 있으나 이 둘을 별개의 사안으로 얼마든지 다룰 수 있음은 분명하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이해타산에 의한 각종 논란이 제기될 것이다. 또한 특정 지역에 근거해 안정적으로 지위를 확보해왔던 보수 양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헌법재판소 결정을 왜곡하는 공직선거법 개악을 추진할 우려도 있다. 

노동당은 차제에 당리당략에 따라 민의를 무시한 채 공직선거법을 누더기로 만들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사회 전체의 합의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동당은 최선을 다 할 것이다.


2014년 10월 31일
노동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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