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민주당은 정당정치를 포기하나
[논평]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민주당은 정당정치를 포기하나
7월 4일, 민주당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찬반검토위원회’는 기초자치선거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의견을 제출했다.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정치, 공천과정의 공정성 시비와 부패, 지역주의와 결합한 공천제의 폐단으로 인해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보신당은 우선 민주당의 겸허한 자아비판을 높이 평가한다. 이번 발표는 자신들이 그동안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을 어떻게 저해해왔는지를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었다. 각골의 심정으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통렬한 반성을 하는 민주당의 자세는 만시지탄이긴 하나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단은 제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을 엉뚱하게 하는 모습에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스스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정치를 우선하는 정치풍토 조성, 당 내 혁신을 통한 공천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노력이 해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내놓은 해법은 기초자치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제8조에서 정당정치의 자발성,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애초 이러한 헌법의 정신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공직선거법 상 정당이 공천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라는 규정 자체가 불필요하다. 정치결사체인 정당은 선거라는 가장 활발한 정치활동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후보자를 추천하고 당선을 위한 운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친절한 현행 공직선거법은 정당이 후보를 추천할 것인지 말 것인지 까지 법률의 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오히려 이런 부분을 문제로 지적해야 한다.
한편 현행 공직선거법은 정당의 추천제뿐만 아니라 선거권자의 추천을 통한 무소속 출마 역시 보장하고 있다. 현행법상으로도 출마자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선택이 가능하다. 당의 이름을 거는 것이 불리하면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당의 이름이 필요하면 이당 저당 옮겨가며 당적을 만들어 출마했던 일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의 역사에서는 비일비재 했지 않은가?
여성명부제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이것이 과연 여성정치인의 진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여성정치인을 책임회피를 위한 알리바이에 이용하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정당표방제’를 둔다는 것은 기초자치선거에서 정당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정당의 정치활동이 가장 활발해야 할 선거시기에 정당으로 하여금 그저 손 놓고 바라만 보게 만들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사실 정당공천제의 존폐 여부는 정치개혁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활성화를 위한 전제가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진단한 자신들의 문제점을 본질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고 국민으로부터 평가받는 것이다. 문제의 원천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알면서도 그 책임을 제도로 돌리는 것은 비웃음을 받아 마땅하다. 제도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비례대표 확대와 중대선거구제 전환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기록물 공개와 관련한 논란의 와중에 민주당이 보여줬던 무원칙하고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기억한다. 이번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찬반검토위원회’의 결론이 민주당의 당론으로 채택된다면 그러한 무원칙과 기회주의가 단지 일회성 혼란이 아니었음을 분명하게 확인하게 될 것이다.
진보신당은 민주당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새누리당과 공조하게 된다면, 즉시 헌법소원 등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다. 정당정치의 의지가 없는 두 당이 정당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진보신당은 민주당만이라도 하루 속히 제정신을 차릴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3년 7월 5일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진보신당 연대회의 인천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