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구의원에 출마합니다.
저나 가족도 그렇지만 주변 분들과 마음을 맞추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어느 새 당의 후배들 말을 듣고 판단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도 낯설었고 제가 구의원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쉽게 버리지를 못했습니다. 여러 선거를 치뤄보면서 가장 힘든 선거가 구의원 선거임을 익히 알고 있었고 그 어떤 정치인보다 우리 이웃과 웃고 울고 술마시고 때로는 아웅다웅 다투기도 해야 하는 게 구의원이고 그런 구의원 역할은 제가 오랫동안 해오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더우기 떨어졌을 경우 우리 당이 입게 될 여러가지 이미지 손상에 솔직히 피하려고 다른 구의원 후보를 집요하게 물색했습니다. 하지만 후보 물색은 실패했습니다.
지난 2월 한달 동안 여러 당원 분들 말씀을 듣고, 그리고 사랑하는 주변분들 말씀을 듣고 구의원 출마 결심을 2월말쯤에 했습니다. 동네 관심사가 되어 지금도 만나면 어디로 나가느냐, 잘했다, 아래에서 배운다는 자세로 시작해보자, 아직 젊으니 4년 열심히 해서 크게 한 번 해보자, 중요한 건 되어서 보여주는 거 아니냐는 말씀도 하시고 아깝다, 당황스럽다,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더불어 선거를 오래 뛰어봤던 큰 형님들은 구의원이야 말로 바로 바로 반응이 오고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칭찬받고 인정받는 사람이 별로 없는 직책이다, 배우고 깨닫고 주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커가는데는 좋다, 고 해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비장하지는 않습니다. 생의 많은 순간은 절박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추억으로 남고 미래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듯 지금 역시 그런 때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자신감이 드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긴장이 되거나 불안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상근할 사람을 구하는 게 조금 힘들어서 그렇지 마음은 편안합니다. 재미있게, 그동안 25년 넘게 해왔던 운동을 성찰하고 우리 진보 운동이 밑바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살피면서, 공부하면서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늘 저나 우리 모두가 꿈꾸는 미래의 자기 모습, 우리가 꿈꾸는 진보적 인간, 품격 있는 인간은 그렇게 자신을 다듬어 가면서 형성되어 간다는 사실과 함께 말입니다.
여유를 찾아서 그런지, 선거 치루면서 맨 처음으로 주변분들께 이러저러한 부탁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수줍고 조심스러워하고 폐를 끼치는 게 염려되어 많이 망설이다 이야기 하지만, 그래도 예전과는 다르게 이러저러한 부탁을 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합종연횡에 대한 여러 풍문들이 가끔씩 마음을 어지럽히지만, 누군가는 씨를 뿌리는 농부가 있어야 세상은 돌아간다는 이치를 되새기며 즐겁게 공부하면서 6월 2일을 맞이하겠습니다. 출마하시는 후보님들이나 함께 하시는 당원님들, 그리고 여러 사정상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당원 님들 모두에게 의미있는 선거가 되기를 빕니다.
문성진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