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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어디로 가나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기자
 

 

위기에 빠진 진보정당의 운명…

급진화 경향에도 힘 확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2004년 봄 국회에는 진보의 붉은 장미 열 송이가 피었다. 그해 4월 17대 총선에서 10석을 얻은 민노당이 원내에 진출한 것이다. 5·16 쿠데타 이후 43년 만에 이뤄진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이었다. 당시 민노당은 새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타고 고공비행했다. 정당 지지율이 총선 직후 한때 20%대까지 올라갔다.

8년이 지난 지금, 진보정당의 고도는 크게 낮아졌다. 민노당·국민참여당·통합연대가 합쳐진 통합진보당은 지난해 12월 출범 당시만 해도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출범 한 달 만에 급락한 지지율은 두 달 이상 3%대를 돌파하지 못했다. 통합진보당에 합류하지 않고 사회당과 합당한 진보신당의 정당 지지율은 1%대에 머물고 있다.

총선을 한 달 앞둔 지금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당장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통합진보당은 6.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통합 전 세 정당 지지율의 합계(7~8%)보다는 낮은 수치다. 무엇이 문제일까.

진보스타 뜨면서 정당 주목도 하락

‘정당들의 좌클릭' ‘민주통합당 통합효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이 통합진보당 지지율 부진의 원인으로 꼽은 것들이다. 2004년 17대 총선 직전 민노당이 내놓은 공약은 보수정당(당시 한나라당)이나 자유주의 정당(열린우리당·민주당)과 확실한 차별성을 보였다. 부유세 및 주식양도소득세 도입,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청년의무고용제 도입,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경제민주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서 통합진보당만의 차별성이 약화됐다. 민주당·시민통합당이 통합진보당 출범 직후(2011년 12월 18일)에 민주통합당으로 합당하면서 정당 통합으로 인한 지지율 상승효과도 민주통합당에 일정 부분 흡수당했다.

통합진보당 유시민, 이정희, 심상정 공동대표(왼쪽부터)가 20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정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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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노동조합과 함께 진보정당의 유력한 잠재적 지지층인 청년세대와 관련이 있다. 윤희웅 실장은 "젊은층의 관심이 조국 교수나 소설가 공지영씨 등 SNS 상의 스타급 진보적 인사들과 ‘나꼼수' 등 팟캐스트 등으로 쏠리면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선거가 반MB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것도 지지율 부진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진보 색채가 강한 유권자들이 정권 심판을 목표로 하면서 가장 세력이 큰 민주통합당에 우선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윤 실장은 "정권 심판의 도구로서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민주통합당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경우 젊은층이 전략적으로 정당투표를 통합진보당에 던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지지율 부진에 외부적인 요인만 작용하는 건 아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2월 24일 프레시안 칼럼에서 진보정당의 ‘실력' 문제를 지적했다. 2월 13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40세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중하층이나 빈곤층에 속한다고 본 응답자가 과반을 넘었고, 하위층으로 갈수록 진보적 정치성향이 강했다. 한 연구위원은 이 같은 경제적 약자층의 급진화 경향을 ‘강북좌파'의 등장이라고 보며 보수 정당과 자유주의 정당의 ‘보수독점 정당구조'에 균열이 생기는 신호로 해석했다.

문제는 그 균열을 진보정당이 비집고 들어가 진보정치의 힘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연구위원은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는 일정 수준으로 제한되고 있다"며 "그 해답은 바로 ‘매력'도 ‘능력'도 없는 진보적 정치세력 자신에게 있다"고 봤다.

대안은 새 진보정당 건설

2000년 민노당 창당과 2004년 민노당 원내 진출에 기여했던 진보정당운동 세력 내부에서는 진보정치의 재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민노당 창당의 산파인 민노총 내부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이하 ‘선언운동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 전·현직 임원 및 현장활동가 1500여명은 지난 1월 14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반대'와 ‘노동자계급의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주장했다. 핵심은 통합진보당을 진보정당으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다. 선언운동본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 유연화 정책과 노동운동 탄압에 책임이 있는 국민참여당이 참여함으로써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중심 정당'으로서의 진보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본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둘러싼 민주노총 내부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노총은 1월 31일 대의원대회에서 통합진보당의 정체성 문제로 이번 총선 관련 선거방침을 결정하지 못해 조합원의 의사를 직접 묻기로 하고 지난 2월 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민주노총은 2월 25~26일에 조합원을 상대로 총선 비례후보 지지 정당 여론조사를 해 통합진보당 79.8%, 진보신당 17.6%, 사회당 2.6%의 결과가 나왔다고 2월 27일에 발표했다. 그러나 선언운동본부는 조사 결과에 신빙성을 가질 수 없다고 본다. 선언운동본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3월 22일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하자고 요구해놓은 상태다.

그렇다면 이들의 대안은 무엇일까. 선언운동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무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분당되는 과정은 노동자를 중심에 두고 이뤄진 것이 아니라 민노당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에 따른 것이었다"며 "총선이 끝나면 현장 조합원들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 문제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성향 교수 단체인 ‘진보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이하 ‘진보교연')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진보교연은 지난 2월 23일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한 진보정당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성명을 냈다. 이 단체의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국민참여당과 합친 통합진보당을 ‘진보우파'라 부르고 통합을 거부한 진보신당을 ‘진보좌파'라 부를 수 있다면, 진보우파는 자유주의 세력과 손을 잡았기 때문에 진보정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고, 진보좌파는 통합파의 탈당으로 세력이 크게 위축됐다"며 "총선 이후 새 진보정당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내부에선 긴장감이 흐른다. 진보신당의 총선 목표는 당의 생존이다. 정당법상 이번 총선에서 지지율 2%를 넘기지 못하면 정당 등록이 취소된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으로 원내 진출까지 노리려면 지지율 3%를 넘겨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진보신당 지지율은 1%대다. 지역구에서는 경남 거제의 김한주 변호사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과의 단일화 경선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변수가 있다. 진보신당은 야권연대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힘이 약하다는 게 문제다. 김민하 진보신당 홍보실 국장은 "민주통합당 입장에서 진보신당은 통합진보당을 압박하는 지렛대 역할 정도에 불과하다"며 "사정이 이런데도 밖에서는 진보신당이 마치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고 토로했다. 진보신당으로서는 여러 모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보정당 없이 정당정치 변화 어려워

총선 이후 진보신당은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하 진보신당 홍보실 국장은 "민주노총 내부에서 통합진보당에 비판적인 그룹과 진보교연 등 통합진보당에 비판적인 사회단체에 총선 이후 새 진보정당 건설 제안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현실정치에서 진보정당이 내홍을 겪고 있긴 하지만 진보정당의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진보성향 정치학자들이 그간 지적해온 한국 정당의 문제점은 보수 독점적 정당체제의 장기 지속이다. 그 특징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 엘리트들의 카르텔 정당, 진성당원이 없는 상층 간부 중심 정당, 이념이나 비전보다는 선거 승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 등으로 요약된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진보정당 운동사>에서 "그 역사적 기원을 반공주의에 둔 보수 독점적 정당체제는 기본적으로 노동자와 서민의 요구와 이해를 배제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며 "진보정당의 성장과 발전을 통한 압박 없이는 기성 정당정치의 변화를 결코 기대할 수 없다"고 썼다. 2004년 총선 이후 민노당이 의회에서 제기한 부유세나 무상급식 등 경제·복지 의제들이 현재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에서도 중심의제로 자리잡은 것이 그 방증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윤희웅 실장은 "유권자들은 인물을 통해 정당을 보는데 진보신당을 상징하던 인물들이 통합진보당으로 갔다. 이번 총선에서 전략적 투표를 할 수밖에 없는 진보적 유권자들이 진보신당을 배려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옛 민노당은 북한문제에서 보인 태도 등을 기준으로 볼 때 진보정당이 아니다. 민족주의적 색채가 너무 강하다. 유럽 기준으로 진보정당은 진보신당뿐"이라면서 "지금 진보신당이 상당히 위기라고 보이는데, 진보정치를 구현할 세력의 약화라는 점에서는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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