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난민지원센터는 반인권적"

홍세화 난민인권센터 대표 "사회통합 위해 인권의식 높여야"

 

13-09-26 08:58ㅣ 강창대 기자 (kangc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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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말과 활> 공동발행인. 그는 난민인권센터의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다.

 

개관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영종도 난민지원센터(법무부측 출입국지원센터, 이하 센터)를 두고 법무부와 지역 주민 간 마찰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난민지원센터 개관을 막기 위한 서명운동과 천막농성을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치안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센터가 건립될 경우 영종도에 정주하는 이주민들이 늘어나 집단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사회 일각에서는 이주민들이 집단촌을 이룬 곳이 심각한 우범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영종도 전체를 관할하는 경찰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 상황도 이런 불안을 부추긴다.

 

센터 개관의 또 다른 문제는 난민들의 인권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센터의 입지가 주거환경으로서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다양한 인종과 문화, 종교, 정치적 차이를 지닌 난민들을 집단적으로 수용할 경우 전 세계 분쟁과 갈등 요인의 총 집합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탈-시설이라는 추세에 비춰보더라도 이들을 분리, 수용하는 것은 반인권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난민지원센터가 반인권적 시설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바람직한 난민지원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현재 난민인권센터(http://www.nancen.org)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말과 활>의 홍세화 공동발행인을 만났다. <말과 활>은 학습공동체 ‘가장자리’에서 만드는 인문주의 정치비평지다.

 

- 당초 센터가 강제수용시설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여전히 난민을 분리하여 수용하는 시설로 활용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난민신청자들을 수용하는 시설이라면 강제성을 띠는 것 아닌가? 영종도에, 그것도 대중교통도 없는 곳에 센터를 지었다는 것은 난민을 분리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난민은 주거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주거이전의 자유는 신체의 자유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권리다. 그래서 난민신청자를 무조건 센터에 수용하는 것은 당연히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다. 이런 점에서 센터가 반인권적 시설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이는 일종의 치안국가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난민을 신청한 사람들의 자유의지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홍세화 공동대표는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프랑스로 망명해야 했던 과거가 있다. 남민전은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의 약자로 유신체제에 반대하며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민족해방을 위해 1976년에 조직된 단체였다. 1979년에 공안기관이 이들 조직원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등으로 대대적으로 처벌했고, 당시 무역회사 직원으로 프랑스에 체류 중이었던 홍세화 공동대표는 프랑스로 망명했다. 그도 사상의 자유를 억압받아 망명을 신청한 난민이었던 셈이다.

 

- 30여년 전, 망명할 당시 프랑스는 어땠나?

 

“이미 오래 전 일이라 기억나는 게 많지 않지만, 수용시설을 접한 기억은 없다. 나는 원래 살던 곳에서 계속 지낼 수 있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는 없었다. 물론 과거에, 제네바협약이 있기 이전, 프랑스에도 난민을 수용하는 반인권적 시설이 있었다. 1936년 프랑코에게 쫓겨 2만명에 가까운 스페인 망명객이 피레네 산맥을 넘었다. 프랑스 정부로서도 당혹스러운 일이었고, 그래서 스페인 접경지역에 수용시설을 만들었다. 이 자체가 반인권적이기는 하지만 제네바협약 이전의 상황이다.”

 

- 제네바협약 이후 난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나

 

“제네바협약이 체결된 게 1949년이다. 그 이후 유럽사회에는 적어도 인권을 담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왔다. 독일에도 난민을 지원하는 수용시설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임의성이 있다. 가령, 독일에 막 도착해 오갈 데가 없는 이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물론, 독일정부가 생존에 대한 기본적인 비용을 지원받으려면 이곳에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강제성이 없다.”

 

- 프랑스의 난민지원 방식이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프랑스에서는 난민심사를 외무부가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난민신청자가 어떠한 이유로 탄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정세를 잘 파악하고 있는 외무부에서 담당하는 것이 적합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법무부가 이를 소관하고 있다. 이것은 치안국가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을 배려하고 돕기보다는 치안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 프랑스 사회 일반이 갖고 있는 난민에 대한 인식이 궁금하다.

 

“프랑스에는 난민이 엄청 많다. 지정학적으로도 프랑스가 중유럽에 위치해 있어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난민이 유입됐다. 2차대전 이후에는 북아프리카 출신의 난민들도 많이 들어왔다. 친가와 외가를 통틀어 네 명의 조부모가 있으면, 평균적으로 그 가운데 한 명은 이주민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이주민에 대해 비교적 많이 열려 있는 편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은 동유럽 헝가리 출신이다. 샹송가수 이브몽땅은 이탈리아, 나나무스꾸리는 그리스 출신이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 이주민에게 더 열려있다.”

 

- 우리나라는 불법체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주민들이 집단촌을 형성한 일부 지역의 경우 범죄율이 높아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건강이나 치안 등에 대해 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치안국가의 통제 방식 가운데 하나다. 이를 빌미로 분리하고, 경쟁하게 하며 서로를 적대시하게 함으로써 상호 감시하도록 한다. 말로는 다문화를 말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를 실천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한국에 시집온 이주 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만으로 다문화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문화를 제대로 실천하려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엄마 나라의 말을 배우게 해주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여전히 인권적 시각이 빠져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이주민이나 다문화 등과 관련해 치안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인권의식을 더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 이주민들과의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도 인권적 시각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출산이나 결혼, 생리적 욕구 때문에 외국에서 여성을 사오다시피 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이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다. 시골의 초등학교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언어적 차이로 엄마와도 소통이 잘 안 된다. 아빠는 대개 엄마와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생계를 위해 대부분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이들은 가난한 가정인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데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서 이들이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돕는 비용은 삭감됐다. 이 문제는 마치 시한폭탄과도 같다. 이대로 방치될 경우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 최근 유럽권이 우경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프랑스 다문화주의의 한계는 없나?

 

“프랑스에서도 이주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 게토(ghetto)화 되는 경향이 있다. 유럽중심의 시각이나 기독교 문명에 대한 우월의식이 문제다. 때문에, 동유럽 출신의 이주민들은 프랑스 사회에 흡수돼 섞일 수 있다. 하지만 이슬람문화권에 속한 북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은 유럽사회와 충돌하고 겉도는 모습을 보여준다. 프랑스는 속지주의를 취하고 있다. 부모가 외국인이더라도 프랑스에서 출생한 사람은 프랑스 국적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아프리카 이주민 2세 3세 등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들의 불만이 집단적으로 분출되고 있다. 프랑스도 이런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 역시 감수해야 한다. 다문화주의에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엇을 개선하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한다.”

 

- 이주민과의 사회통합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주민 거주 지역의 슬럼화나 범죄율을 걱정하기 앞서서, 그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불법성(불법체류 등과 같은 불법성 말고)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사회심리학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아동심리학을 포함한 심리학자 등이 학교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상담하며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에 드는 비용이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갈등이 방치될 경우, 다문화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는 등, 우경화가 강화되고, 이로 인해 사회통합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 바람직한 난민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세는 무엇인가.

 

“상대방의 위치에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입장을 바꾸면 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난민인정비율만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난민들의 입장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난민신청자 가운데 법무부가 인정하는 비율은 2012년 기준으로 신청자 대비 6%에 불과하다. 반면 캐나다 등 선진국은 두 자릿수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에 대해 대단히 자랑하면서 남을 돕는 일에는 인색하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는 여러 나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베풀어야 한다.”

 

-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도 다문화주의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지, 그렇다면 다문화주의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어떤 게 있나?

 

“프랑스의 문학이나 철학 등, 그 문화가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면서 꽃 피운 것이지 고립된 채 발전해온 것은 아니다. 소수자 또는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 사회 안에서 당당하게 발언할 수 있을 때 인권의 수준을 높여나갈 수 있다. 다문화는 거울이다. 우리의 거울을 갖는 것이다. 다양한 타자들이 존재할 때, 다양한 각도에서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다문화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자손에게서 빌린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 자손에는 이미 이 땅에 이주한 사람들의 아이들까지도 포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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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과 개관을 앞두고 있는 영종도 난민지원센터(법무부 측 출입국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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