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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생활보장 사업, 장애인 현실 제대로 반영됐나

권리 박탈당하는 장애인 늘어날 수도

 

13-07-16 14:51ㅣ 강창대 기자 (kangcd@gmail.com)

 

인천 남구에 거주하는 A씨(55)는 2000년 무렵 저산소증에 의한 뇌손상으로 뇌병변장애를 갖게 됐다. 이때부터 그는 줄곧 침대에 누워 생활하면서 아내 B씨(54)의 보살핌을 받아왔다. A씨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눈을 깜빡이거나, 목구멍에 가래나 이물질이 끼어 호흡이 곤란할 때 불편함을 드러내는 정도가 전부다. 아내 B씨는 남편의 상태를 수시로 관찰하고 그때그때 적절하게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다.

 

남편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일 역시 만만치 않다. B씨는 매 끼니마다 식도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곱게 갈은 음식물을 주입한다. 또, 움직임이 없는 남편의 몸이 짓무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손바닥이나 겨드랑이 등, 살이 접힌 부분은 쉽게 짓무를 수 있어 마른 거즈를 대주어야 하고 일정한 주기로 이것을 바꿔준다. 침대에 오랜 시간 맞대고 있는 등에도 쉽게 욕창이 날 수 있어 남편의 몸을 일으켜 환기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게 챙겨야 하는 일이다.

 

집안에 A씨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은 B씨가 유일하다. 그나마 하루 4시간 정도 지원되는 활동보조서비스가 B씨에게는 유일한 숨통이 된다. 남편을 씻기거나 목욕을 시켜주는 일도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겨우 가능한 실정이다. 동사무소나 은행 등 외부에 볼일이 있을 때도 활동보조인의 도움은 매우 절실하다.

 

그런데 B씨는 이렇게 중요한 활동보조서비스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구청은 B씨가 노동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권과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중복해서 받을 수 없으니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통보해왔다. B씨가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은 것은 7월 8일경이다.

 

“약 먹고 같이 죽고 싶은 심정이에요.”

 

구청이 이러한 통보를 하게 된 배경은 보건복지부가 각 구청에 하달한 <2013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라는 지침 때문이다. 지침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권자(장애인)가 부양가족이 있을 경우 월 20일 이상, 하루 4시간 이상의 돌봄서비스(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으면 중복서비스로 판단하여 ‘수급권’이나 ‘돌봄서비스’ 중 하나를 중지해야 한다.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활동보조서비스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요. 수급금과 장애인수당을 합쳐 한 달에 약 삼십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지원받고 있는데, 이걸 포기하면 아무런 소득이 없어 생활을 할 수 없어요. 잠시라도 눈을 떼면 이 사람(남편)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니 일을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어요.”

 

이 일로 진보신당 인천시당 장애인위원회 이경호 위원장이 구청 담당자와 가진 면담에서, 구청 담당자는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고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조치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본지와 통화한 (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의 한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지침은 전국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라기보다는 기초자치단체의 재량에 따라 적용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신당 인천시당은 7월 15일 논평을 통해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서비스는 생명줄과 같은 서비스이다. 그리고 노동을 할 수 없는 시민들에게 수급권 또한 생명줄과 다름이 없다.”라고 지적하고 “장애인가족의 생명을 위협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독소조항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러한 조치가 장애인 가정에 대한 실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다며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으면서, 보건복지부가 각 구청에 하달한 지침에 따라 복지예산을 줄이기 위하여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박탈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냐며 성토했다.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나 가족에게 불의의 사고가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강행처리할 경우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구청 장애인복지팀의 한 담당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초,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통보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의 간병인이 노동력이 있는 경우, 근로를 통해 자활활동을 하도록 하는 게 보건복지부의 오래된 지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의 경우 선보장을 하기로 결정됐고, 이후 ‘생활보장심의위원회’를 열어 지속적인 보장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경호 위원장은 이에 A씨와 유사한 처지에 놓인 장애인과 장애인가족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인천시에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인 가운데 약 20%가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이미 자진해서 돌봄서비스를 포기한 가정이 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장애인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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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씨의 손바닥을 펴보이는 아내 B씨. 아무런 거동도 할 수 없는 A씨의 몸은 쉽게 짓무를 수 있어 수시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저작권자(c)인천in.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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