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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피디저널에 실릴 글입니다.

 

********

 

허세욱, 그리고 노무현

정태인(경제평론가)

 

아마 이 글이 실리는 날이 그의 3주기일 것이다. 허세욱. 그는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코 앞에 둔 2007년 4월 1일, 회담장소인 하이야트 호텔 앞에서 “한미 FTA 폐기하라”를 외치며 분신했고 4월 15일 운명했다. 나는 그가 분신하기 직전까지 하이야트 호텔에 있었고,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문성현 당시 민주노동당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분신 소식을 들었다. 순간 불길한 직감, “아.. 그일지도 모른다”.

 

그해 3월인가, 부산에서 연달아 두 건의 강연을 마치고 허겁지겁 비행기로 올라와 중앙대에서 또 한번 했으니 내 몸은 말 그대로 파김치였다. 택시 한 대가 스르르 와서 섰고 자신을 택시노련 소속이라고 밝힌 초로의 기사는 극구 택시비를 받지 않았다. “저 같은 사람도 인사는 할 수 있어야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노동당 관악협의회가 개최한 강연에서 그는 질의 응답 시간에 “민주노동당에 입당해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이 말이 나에겐 그의 유언이 되었다.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또 한 분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한미 FTA가 구국의 결단이라고 굳게 믿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협정이 추진된다는 사실을 내가 알게 된 건 2005년 말이었다(난 5월에 비서관을 그만 둔 상태였다). 부랴 부랴 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 면담을 신청했지만 그를 직접 만난 건 2006년 3월 중순, 이미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한 뒤 한 달여 흐른 때였다. 대통령 생각의 핵심은 “중국이 제조업에서 우리를 곧 따라 잡는다. 그러므로 한미 FTA를 통해 우리의 서비스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한미 FTA의 본질은 한국의 법과 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건 미국도 공언한 바이고,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 관련 청와대 1호 브리핑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낡은 일본식 제도를 버리고 미국식으로 나라를 바꾸는 것이 한미 FTA의 목표다”.

 

2008년 말 바로 그 미국에서 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위기가 발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식 의료제도를 바꾸느라 사투를 시작했다. 내로라 하는 미국 서비스산업의 실체가 눈 앞에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 그런 제도를 한국에 전격적으로 도입하고 또한 아무리 부작용이 심해도 되돌아 갈 길을 끊어 버리는 게 한미 FTA의 핵심이니 노무현 전 대통령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게다. 최근에 전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봉하마을로 한덕수, 조윤제 등 과거의 경제참모들을 불렀다. 아뿔싸, 한미 FTA의 국내 총 책임자, 그리고 이른바 ‘선진통상국가론’의 최초 제안자를 불렀으니 그들이 무슨 말을 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미국과 월스트리트는 건재할 겁니다”.

 

그 전인지 아니면 후인지 모르지만 2008년 1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간 협정을 체결한 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우리 경제와 금융제도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며 “한미 FTA 안에도 해당되는 내용이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고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고쳐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렇다. 원래 청와대의 뜻대로 2006년 말에 비준까지 완료됐다면 2007년에 월스트리트산 파생상품이 물밀듯 들어왔을 것이고 미국발 경제위기의 쓰나미는 우리나라를 완전히 삼켜버렸을 것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의 주미대사가 된 한덕수는 얼마 전, 자동차 부문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말을 슬쩍 흘렸다. 그렇다. 분명 오바마 정부는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 또는 별도의 자동차협정을 통해 미국 자동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을 보장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어떤 용어로 치장하더라도 사실상 재협상은 불가피하다. 어차피 그럴 거라면 노 전대통령의 말씀대로 모든 부문에 걸쳐 한미 FTA 협정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특히 그의 죽음으로 기사회생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야말로 그의 유지를 앞장서 실천해야 한다. 하다 못해 한미 FTA 재검토가 왜 야권 단일화의 전제조건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허세욱과 노무현, 그들이 생을 마감한 이 아름다운 봄날에 나는 두 분의 죽음이 우리 역사에 나란히 빛나게 할 방도를 궁리한다. 꽃들이 눈부시다. 침침한 눈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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