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래 / 인천본사 정치부
[경인일보=김명래기자]'즐겁고 활기차게 여럿이!'

최근 진보신당 인천시당 사무실에서 본 선거 구호다. '승리' '시민' '지역 발전' '경제' 등 다른 정당·후보들이 내건 캐치프레이즈와 사뭇 달랐다. 마치 축제처럼 선거를 치르자는 게 진보신당의 생각인 듯싶다.

이를 두고 "어차피 당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선거를 부담없이 치를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초의회(구의원) 선거구에 출마하는 A 후보는 4년 전 지방선거에서 30여표 차로 아깝게 당선을 놓쳤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B 후보 또한 구청장 후보로 나서 14%의 득표율을 기록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눈높이'를 낮춰 구의원으로 나섰다. 진보신당 입장에서 이번 선거는 시당 창당 후 첫 지방의회 진출의 기회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다른 야당들과 '정책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방선거연대에서 빠져 일부 선거구에서 야당 단독 후보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는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공천에 원칙이 없다'는 데 있다. 또 '이번이 아니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조급함과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후보들에게 퍼져 있는 것도 공천 잡음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이 때문에 능력있는 인물을 고르는 일은 늘 뒷전이다. 인천의 한 지방자치 전문가(행정학 박사)는 "지방의회는 헌법에 보장된 기구인데,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 중 지방의회가 제자리를 찾도록 하는 일을 고민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했다.

문제는 '승리지상주의'다. 진보신당 사무실에서 만난 한 당원은 "'힘들고 더디더라고, 꼼수 부리지 말고 가자'는 말을 우리끼리 자주 한다"고 전했다.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불리는 지방자치의 시작은 지방선거다. 결과만 중시한 나머지 그 과정을 무시하는 학교에서는 배울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