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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11월15일 17시00분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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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은 부는데 … "언제쯤 돌아가나"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수도권 유일 '장기농성장'으로 남아


취재: 이병기 기자

"배 아프죠. 예를 들면 낙제생 3명이서 같이 졸업하자고 투쟁했는데 2명만 졸업하고 우리만 남은 꼴이에요. 기륭전자나 동희오토 노조 모두 진심으로 좋아하고 축하하죠.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있어요. 나는 그런 감정을 '배 아프다'고 표현한 거예요." - 신현창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 GM대우 비정규직지회장

부평 GM대우 천막농성장을 찾아간 지 2주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천막 입구에 못 보던 물건이 놓여 있다. 수북히 쌓여 있는 라면박스다.

"어디서 난 거예요?"

"기륭에서 줬어요."

없는 살림에 '일용'할 양식이 생겼으니 기분이 좋을 법도 한데, 라면을 바라보는 눈빛엔 아쉬움이 묻어난다.

11월 초.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던 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들이 연이어 타결됐다. 6년여의 농성을 벌인 기륭전자 노조와 5년간 투쟁을 이어오던 동희오토 노조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 것이다.

더이상 찬바람을 맞지 않아도 되는 기륭전자 여성 조합원들은 인천의 GM대우 비정규직 노조에게 라면을 건넸다. 

지난 5일,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투쟁승리 보고대회를 열었다. 고기를 풀고 막걸리를 나눠 마셨다. 서울시 금천구 옛 기륭전자 사옥에 찾아간 GM대우 조합원들은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러나 가슴 깊이 웃을 수는 없었다.

이제 부평 GM대우 비정규직 노조 천막농성장은 수도권에서 가장 오래된 장기 농성장으로 됐다. 취재진이 찾아간 날은 농성을 시작한 지 1109일째였다.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시작했다. 그해 9월 노조를 설립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받아야 하는 비인간적 차별과 착취에 맞서 스스로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 진보신당 인천시당 성명서(11월4일자) 中


이들이 소속된 하청업체는 2007년 10월 조합원 35명을 해고했다. 원청인 GM대우는 비정규직 지회를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노조를 와해시키려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무급순환휴직을 강요하고 1천여명의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이라는 허울로 실질적 해고를 당했다.

그러나 이들은 굴하지 않았다. '해고자 복직과 원청사용자성 인정,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135일간 고공농성, 마포대교, 한강대교 시위를 이어갔다. 1700여명의 인천시민 서명을 받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수도권에서 가장 오래된 비정규직 농성장으로 남게 됐다.

얼마 전 천막농성 4주년이 지났다. 그들이 다녔던, 그들의 동료가 다니고 있는 부평공장 서문 건너편 노상에서 또 다른 겨울을 맞고 있다.

"힘들다기 보다 너무 오래 가니까…. 앞이 안 보이는 싸움이잖아요. 길어지다 보니 조합원들끼리 갈등이 생기는 일도 있구요. 처음에는 회사에서 언제 '침탈'할지 몰라 20명이 천막에서 자고 불침번도 섰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더라구요. 지금은 6명이 3개조로 돌아가며 2명씩 밤을 지키죠." - 홍동수(48) 조합원

홍동수씨는 회사에 다닐 당시 비정규직이었지만 관리직이었다. 보통 정규직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인 부리듯이 했다고 하는데, 그는 나이도 있고 관리직이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고 한다. 적은 나이도 아닌데 1천일이 넘게 천막을 지키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어차피 다른 곳으로 옮겨봐야 또 비정규직일 뿐이예요. 더구나 내 나이로는 취직하기도 어렵거든요. 아파트 경비하기엔 이르고 일반 회사에 들어가기는 힘들죠. 부당하게 해고됐으니까요. 비정규직들은 작업복이나 장갑을 받는 것에서부터 급여 등 전체적으로 정규직과 차이가 나요.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싸움이 진정성이 있다고 믿으니까요."

아직도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이다.

신현창 지회장은 "비정규직,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위해 정부가 기업에 강제를 해야 한다"면서 "법원에서는 불법이라고 말하는데 노동부에선 면죄부를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륭이나 동희는 국내자본이지만, GM대우는 외국자본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면서 "국내에서 활동하는 초극적 자본을 규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이 가장 절실하다"라고 당부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종교계 등은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또 민주노동당 인천시당과 진보신당 인천시당은 얼마 전 성명서를 발표하고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없는 공장으로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도록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c)인천in.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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