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축되는 건축물에 아리수 직결음수대를 강제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해당 법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으로, 각각 공동주택과 일반건물에 대한 신설 건축물에 대한 규정이다. 서울시의 설명에 따르면, 아직까지 수도물이 화장실의 세면대와 청소용 싱크대 등에 연결되어 있어 아리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와 같은 서울시의 정책은 3가지 지점에서 잘못되었다.
첫째, 잘못된 원인분석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수도물을 음료수로 먹지 않는 것을 '오해'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저런 검사에서도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시민들이 이를 먹지 않는 것이 이해할 수 없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민이 수도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상수도 관련 수질 사고가 얼마나 많았는가. 가깝게는 몇 해전에 암사정수사업소에서 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난 일도 있었다. 그런데 사업소장이나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누가 책임을 졌던가. 과연 이를 단순히 '오해'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둘째, 일의 선후관계가 잘못되었다.
지난 7월 5일 <CBS>에서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수도물을 믿을 수 없다'고 답한 국민들이 55%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수도물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불신 이면에는 '너네도 정수기 물 먹지 않느냐'는 반발심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서울시청내 모든 부서에서 정수기를 없앨 수 있는 자신이 있는가. 시민들에게 강제하기 전에 정책 결정자부터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순리다.
세째, 일의 방식이 잘못되었다.
시민이 어떤 물을 먹을 것인가는 순전히 개인의 선택문제다. 그런데 이를 '조례'를 통해 법제화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렵다.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수도물 불소화사업이 왜 지지부진한지 모든단 말인가. 시민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계도와 홍보, 그리고 솔선수범을 통해 점차적으로 아리수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함에도 법적인 강제력을 통해 일거에 해결하려는 것은 민주적 의식이 미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위의 3가지 이유만으로도 서울시의 '아리수 직결음수대' 설치 강제화 방안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올해 초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아리수'를 일반 판매하겠다고 밝혔던 사실에 주목한다. 앞서 언급한 <CBS>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물을 판매할 경우 사먹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이 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서울시의 직결음수대 법제화 요구가 '아리수' 판매를 위한 사전 판촉행위가 아닌가 의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래저래 의혹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 순리다. 서울시는 관련 법개정 요구를 철회해야 마땅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