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청계이주상인 덮은 세운초록공원

by 서울시당 posted May 2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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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청계이주상인 덮은 세운초록띠공원

- 임의적인 구역구분을 통한 공원 준공
- 세운상가 상권 고려하지 않은 밀어붙이기 공사
- 이중 이주에 처한 청계이주상인들의 처지 고려해야

오늘(20일) 서울시는 구)현대상가 자리에 조성된 녹지를 '세운초록띠공원'이라고 이름붙이는 준공식을 개최했다. 서울의 중심부에 녹지를 만들다는 사업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 특히 동 사업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사업이라는 점을 비추어 보면 나름 책임있는 사업이라고도 부름직하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왠지 찝찝한 구석이 있다. 오늘의 행사를 위해 떼어졌지만, 현대상가 뒤쪽의 '진짜'세운상가 외벽에는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다'는 애절한 현수막이 내걸렸었다. 서울시가 임의적으로 1단계 구역의 종묘쪽 부분 즉, 현대상가에 대해서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실상 뒤쪽의 세운상가가 찬밥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세운상가를 드나들던 상가 이용자들이 주로 오갔던 길이 종로통의 길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들에게 '세운초록띠공원' 사업은 행정에 의한 체계적인 장사방해행위였던 셈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보상협의에 나서지 않는 상인들에 대해 행정적인 불이익을 주었던 전례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문제는 세운상가에서 장사하고 있는 상인들이 어디에서 왔을까하는 점이다. 그들은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공적 1호로 추앙받는 청계천 주변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이었다. 서울시는 그들을 위해 문정동에 이주단지를 지어주기로 하고 그동안 세운상가에 입주해서 장사를 해왔던 것이다. 바로 그들이 오세훈 시장의 치적사업인 세운상가 녹지축 조성사업에 의해 두번째 이주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 문제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오늘 행사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예의 '상인들과 1000여 차례 협의 진행'이라는 말을 넣었지만, 그것은 이명박 전시장이 현재 세운상가로 겨나 있는 청계상인들을 이주시키며 했던 상투어와 겹친다. 현재 세운상가에 이주해간 청계상인들은 서울시장이 바뀌자 전 시장과의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첫번째는 현재의 상인들 입장에서는 원래 이주단지로 조성된 '가든5'에 입주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래는 조성원가로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평당 수천만에 달하는 분양원가를 납득하는 상인들이 없다. 특히 시공사인 SH공사는 청계상인들에게 제공하는 특별분양가가 감정가의 46.5%라고 통보했으나, 최근 SH공사는 감정가가 미확정되었다고 밝혔다. 감정가 자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원가를 가늠하기란 어렵다.

특히, 지난 5월 19일자로 SH공사가 공고한 '가든5 입주자 모집공고'를 보면 기가 막힌다. 특별분양 대상 1순위가 청계이주상인 중 2~3개 점포를 계약할 사람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SH공사 입장에서는 청계상인들이 점포 3개 받고 나머지 2개를 처분하도록 해 간접적인 지원을 해는 정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청계이주상인들의 처지에서 보자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현재 세운상가에서는 복수의 점포 신청을 유도하는 떳다방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입주권을 장당 500만원 정도에 사가고 있다고 한다. 예상가능한 일이지만 유독 SH공사만 몰랐던 것일까.

두번째로는 구)현대상가와 세운상가는 사실상 동일한 상권으로 현재와 같이 임의적으로 분리해서 사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보상협상이 미진한 세운상가의 영업활동을 저하시켜 결국은 보상가를 낮추는 계기가 된다. 특히 구)현대상가에서 바로 옆동인 세운상가로 이주한 상인들은 '고작 20m만 옮기고도 5000만원까지 보상금을 챙기고 있다'는 세운상가 상인들의 불만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다시말해 서울시가 상인들간의 갈등을 조장하면서, 서울시의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발상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협상의 묘라 할만하지만, 상인들 입장에서는 서울시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마지막으로는 사소한 것일 수도 있겠다. 서울시는 오늘의 행사를 위해 공원쪽에서 보이는 세운상가 간판들을 일제히 교체해주었다. 상인들의 말에 따르면 50여개 간판과 샤시교체 공사가 진행된 것인데, 이는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교체를 해주려면 세운상가 전체를 교체해주던지, 아니면 말던지 해야지 공원의 조경을 위해서 상가들의 간판을 교체하는 것이 적절한 일인가? 대략 2~300만원씩 들었다고 하니 공원 조경사업으로 1억에서 1억5천만원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세운상가로 이주해온 청계상인들의 처지와 하루 아침에 공원의 조경물이 된 간판들을 생각하면 오늘의 준공식은 참, 비싼 공원의 준공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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