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자의적인 행정행위가 드디어 바로 잡히게 되었다. 지난 2007년 '임대주택을 선택한 철거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를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개정된
도정법과 어긋난 규정을 2008년까지 유지하다가 개정한 서울시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진보신당 서울시당과
나눔과 미래는 지난 3월 5일 마포용강아파트와 종로옥인아파트 주민 51명(애초 53명이었으나 2명 소송철회)을 도와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오늘, 7월 5일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두 지역 주민들은 서울시가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았던
주거이전비를 지급받게 되었다. 전체 소송가액은 5억 5천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 아니라 서울시가 주민들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마포용강아파트와 종로옥인아파트는 서울시에 의해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각각 한강수변공원과 공원녹지로 개발될 예정인
곳이었다. 2007년 상위법의 개정으로 임대주택와 주거이전비의 양자택일 방식이, 주거이전비 의무지급으로 바뀌었지만 이 곳에서는 서울시의 규정에
따라 2008년 4월까지 양자택일을 강요해왔다. 이와 같은 서울시의 위법적인 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지역 세입자들을 밀어붙이면 알아서 떠나리라는
그전의 관행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소송을 진행하면서 서울시는 주택공급규칙을 통해 '철거세입자에게 임대주택을 지급해온 것은
서울시만의 시혜적 조치'였음을 당당하게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개정전 공급규칙을 통해 집주인들에게 지급해오던 특별분양권 일명, 딱지는 시혜를
넘어선 특혜였음을 인정한단 말인가. 더구나, 서울시는 용강아파트와 옥인아파트 집주인에게 특별분양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2008년 4월에 난
사업시행인가를 임의적으로 2007년 12월 10일로 옮기는 초법적인 행정을 하지 않았던가.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 사업은 주택재개발
사업과는 다르게 '집을 짓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임대주택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렇기 때문에 도시계획시설 사업권자인
서울시는 더욱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한강르네상스때문에 공원을 짓는다고 수십년 살아왔던
주민들을 내쫓으면서 '집짓는 사업이 아니니' 임대주택 지원은 어렵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행정의 틀을 쓴 협잡꾼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시는 이번 판결의 취지를 겸허하게 수용하길 바란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지난 1일 오세훈 시장의 발표는 단순한 제도의 변경이
아니라 서울시가 각종 개발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키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도시계획시설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입장 전환을 해야할
때다. 지금이 바로 기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