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예술작품에 대한 자의적 검열에 부쳐
수상한
시대다. 나라는 세계에서 20개국 경제 대표가 모이는 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성장했는데, 관의 인식수준은 후진국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알다시피 올해는 전태일 열사의 사망 40주기로 수많은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그 행사의 한 과정으로 지난 10월 30일부터
청계천 6가 전태일 다리에서 시사만화가들이 노동, 청년실업, 비정규직 등의 문제를 다룬 시사만화 28점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1월 1일 서울시설공단은 이 작품들을 작가들과의 상의도 없이 몰래 철거한 후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더구나 작품철거에
항의하는 행사위원회에게 “만화작품의 내용이 정부비판적인 것들이 들어 있어서 떼었다”한다. 과연 우리는 2010년의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듣자하니 서울시설공단은 전시 이전에도 행사위원회에 작품의 내용을 사전에 알려줄 것을 요구했었다 한다. 통상 민주주의
국가에서 작품의 내용을 미리 확인하고 걸러내는 행위를 검열이라고 하며 이를 백안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위헌판결을 통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제도다.
서울시의 시장이 변호사 출신이니 이와 같은 판례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시설관리공단의
전근대적인 자발성에 의해 자행된 만행에 대해 응당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G20홍보물에 쥐를 그려넣는 행위보다 이런 시설관리공단의 행태가
더욱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것을 정녕 모르는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격을 떨어뜨린 해당 직원을 중징계해야 한다. 또한
시설관리공단으로 하여금 시민들의 공간에 대한 관리의 의무를 지고 있을 뿐 시민의 자유를 침해할 권리 따윈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이런 도시에서 G20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수치스럽고 민망할 따름이다. 서울시는 즉각 예술가들에게 사과하고 직원을
징계하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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