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서울시 대중교통혁신안, 앙꼬없는 찐빵이다

by 냥이관리인 posted Feb 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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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서울시 대중교통혁신안, 앙꼬없는 찐빵이다

-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 각 공사 민간위탁사업 재조정 등 빠져

- 진보신당서울시당, "경영혁신안에 포함된 시민부담요소 간과한 것 아닌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교통요금인상안과 교통기관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총 9천억원 규모의 운영적자 중 3천억원은 요금인상을 통해서 1천억원은 경영혁신을 통해서, 그리고 나머지는 서울시와 정부가 분담하는 방식으로 자구책도 내놓았다. 지하철 1호선의 탈선 뉴스가 나온 시점이라 이번 발표는 당혹스럽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박원순 시장이 밝혔던 대중교통 개혁의 내용이 전제되지 않는 교통요금 인상안은 결국 시민에게 적자의 부담을 돌리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한적이나마 오늘 발표된 혁신안에 그간의 고민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오늘 발표된 `150쪽' 가량의 '대중교통 운영기관 경영혁신' 계획을 보면, 사실상 이번 자구책이 사실상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날림 계획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우선, 경영혁신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자. 서울시는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비용절감을 통해 579억원, 수익증대를 통해 441억원의 성과를 내서 총 1,021억원의 적자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세부내용을 보면 실효성이나 효과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점이 한두개가 아니다. 우선, 서울메트로의 계획을 보면 '전사적 에너지 절약'을 통해서 2012년에만 19억원의 경비를 절감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내용 중엔 역사 내 조명을 현행보다 43% 줄이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미 지하철 역사의 경우 부분적인 절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는 더욱 어둡게 될 공간이 크다. 다음으로 '환기설비 운전시간 단축'을 보자. 현행 24시간 운전하던 것을 19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28억원을 줄일 수는 있겠으나 지하공간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경우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수용수요를 반영한 탄력적 열차운행'은 아예 지하철 이용이 적은 토요일날 감축운행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리고 동하절기 방학이나 휴가시기에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서 절약되는 예산이 6억 7천만원이다.

그나마 도시철도공사의 개선안은 그동안 과도하게 책정되었던 계약을 개선하겠다는 내용과 외주 용역으로 시행하던 전자제어장치의 고장품 수리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뿐,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문제는 수익증대안도 마찬가지다. 부정승차 방치를 통해서 서울메트로는 연간 5억, 도시철도는 연간 3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나머지는 상가개발 등을 통해 신규사업을 발굴하겠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상식적으로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 지하철 내 상가의 활성화라는 것이 타당하기나 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없다. 버스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종합계획 상 버스는 2012년 한 해동안 385억원을 절감하겠다고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라고는 경유 공동구매 등으로 85억원 정도가 나온 것 외엔 없는 실정이다.

진보신당서울시당이 요구했던 대중교통체계의 구조개혁은 단순히 현행 기관이 종이컵 대신 자기컵을 쓰고, 복사용지를 아끼는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현행 준공영제 체계에서 개별 회사별로 분리되어 있는 경영비용의 문제, 양 공사로 구분되어 있는 지하철 기관의 기관 구조문제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경영혁신안에 지하철 9호선이 빠진 것을 보라. 그리고 양공사가 발주하는 청소 및 광고용역에 대한 것은 어떤가. 도시철도의 경우 차량의 자체생산에 따른 비용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왜 버스운송업체가 운영하는 유-패스와 스마트카드사가 운영하는 티-머니에 대한 내용은 없는가.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오늘 발표된 서울시의 개선안에는 중장기적인 대중교통 체계 개편의 내용을 엿볼 수 있는 정책목표가 전혀 없다. 단적으로 요금올리고, 운행대수 줄이면 서울시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없지 않는가. 또한, 150원 요금인상이 다른 교체제가 없는 저소득 서울시민에겐 얼마나 부담이 될 지 고려조차도 찾아 볼 수 없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자구책에 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늘 발표한 내용을 사실상 요금인상을 위한 알리바이용 경영혁신안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왕에 요금인상을 늦춘 것을 계기로 서울시 대중교통체계의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이후에도 이용자가 값싸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체계의 방향과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입장을 내놓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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