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투쟁, 단결과 연대가 절실하다.

by 냥이관리인 posted Sep 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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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투쟁, 단결과 연대가 절실하다.

- 교육청과의 최초 단체협상, 단체간 다툼으로 비춰져서는 안돼

- 무엇보다 모든 학교비정규직 나아가 비정규직 전체가 차이를 넘어서는 연대의 계기를 마련해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서울시 교육청이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전국적으로 15만명이 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무엇보다도 교육청의 사용자성을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단체교섭이 갖는 의미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국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전회련 서울지부, 전국 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전국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 서울 일반노조 등이 따로따로 학교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단체교섭을 시작했던 것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표교섭노조의 권한 문제를 두고 학교 비정규직 노조 간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서울일반노조는 현행 노조법 상 과반노조이기 때문에 서울일반노조가 대표교섭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세 조직이 구성한 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학비연대) 학교비정규직 공동투쟁의 의미를 살려 공동교섭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민주노총 산하 조직끼리의 이러한 의견 차이가 내부적으로 조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기 대표교섭권 문제에 대해 지방노동위에 이의신청을 내고, 서울시 교육청의 공동교섭 제안에 대해 창구단일화 제도를 무시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한다며 지노위에 제소하는 등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는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노동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라는 것이 현재 노동계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진보신당 역시 복수노조 교섭창구 강제단일화는 노조활동을 가로막는 장벽이라는 입장에서 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하여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자본의 전략을 비판하며 노조법의 전면개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막상 민주노조끼리 이 '악법'을 둘러싸고 일관된 입장을 세우지 못하고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보니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서울지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함께 했던 입장에서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모처럼 교육청이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단체교섭에 나선 상황에서 드러난 분열상은 순풍을 타고 있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당장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확대하는 것에 모든 힘을 모아야할 상황에, 민주노조끼리 서로 헐뜯는 모습이 과연 소속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민주노조 간 분열로 힘이 모아지고 있지 않은 틈을 타 서울시 교육청은 공동교섭을 요구하며 농성에 나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퇴거요청과 연행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계가 일관적으로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를 근거로 독자교섭을 강행하려는 서울일반노조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문제는 지금의 사태를 낳은 근본적 원인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 과정에서 나타났던 노조 간 갈등이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에 드러난 것이다. 민주노총 내에서 정파적 이해관계나 역할 분배의 불명확함을 이유로 조직화 사업에 있어서 명확한 지침이 세워지지 않고, 이 때문에 혼란이 발생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들이 누적된 것은 단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민주노조를 파괴하려는 정권과 자본의 전면 공세가 휘몰아치는 현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정신을 내부적으로 재정립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갈등이 되풀이 되어 나타날 공산이 크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이번 단체교섭이 단지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결과에 그치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염원인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도 진전된 논의와 약속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를 쟁취하기 위한 학비연대 각 노조의 공동투쟁이 계속 되기를 기대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오늘도 학교 현장에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급식, 회계, 행정보조, 교육보조, 특수보조, 사서, 돌봄강사, 전문상담 등 다양한 직종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싸우고 있는 투쟁 주체들은 단결과 연대로 단체교섭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을 바라고 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역시 연대의 마음을 담아 보내며, 함께 싸워나갈 것을 약속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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