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원순 시장, 재선욕심에 시민적 상식을 망각했나 - 법치주의 발언과 관훈토론 기조발언에 대해 -
2013.11.7. / 목요일
- 통합진보당 해산청구에 대해 '법치주의의 진전', 관훈토론 기조발언에선 '민간투자사업은 우리가 가야할 길'
- 노동당 "성과 유지를 위해 재선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시민 상식 저버리는 정치괴물을 원하진 않아"
어제 서울시가 발표한 2014 예산엔 대해 대부분의 논평은, 서울시의 자구노력에 대한 치하와 함께 복지예산의 비중확대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쪽이 한 편에 비중은 다소 줄었다고는 하나 핵심적인 SOC, 재개발 사업에 대한 규모가 유지된다는 부분에 주목하는 쪽이 한 편에 있는 듯하다. '양 쪽'을 다 만족시키려는 고심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노동당서울시당이 어제 내놓은 논평은 것처럼 2014 예산안은 어정쩡한 타협의 산물이다. 검증되지 않은 SOC사업들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간 논란이 되었던 사업들의 정리도 되지 않았다. 더구나 비중이 늘어났다고 '칭찬'받는 복지예산의 경우에는 중앙정부를 칭찬해야 될지, 서울시를 칭찬해야 될지 애매하다.
이처럼 어정쩡한 태도의 한 사례가 바로 경전철 사업이다. 노동당서울시당은 10분내에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교통복지가 아니라, 대중교통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교통복지의 본질에 가깝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2년 동안 대중교통 요금은 지속적으로 올랐다(2012년 대중교통요금 인상, 2013년 택시요금 인상). 마을버스, 버스까지 포함한 대중교통접근권의 차원에서 보면 서울시내에서 5분 안에 대중교통을 접근하기 힘든 곳은 거의 없다. 즉, 물리적 접근권이 아니라 경제적 접근권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보궐선거를 통해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이명박-오세훈 시장에게서 발견되는 불통과 각종 보여주기식 사업에 대한 염증, 그리고 시민을 고객님이라고 부르면서 행정을 성역화했던 관료주의에 대한 피로감 탓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시민적 상식'은 박원순 시장의 오늘을 있게 한 기본이다.
하지만 이런 시민적 상식이 박원순 시장의 재선을 위한 정치행보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어제 박원순 시장은 한 종편에 등장해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청구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정착되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맥락 상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이념적인 이유로 정부가 정당을 해산하겠다는 의도에 대해 '법치주의'로 되받는 것은 시민적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고 본다. 법치주의는 법의 지배 하에 모든 사람들이 들어가 있을 때나 하는 말이지, 지금과 같이 국정원-군-행정부의 선거개입 등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는 정부가 '법을 활용하여' 정치적 반대자를 공격하는데 쓰일 말이 아니다. 그런 인식이면 선거를 통해서 등장한 히틀러나, 유신헌법 하에서 독재를 행했던 박정희 정권도 법치주의 정권이라 할 수 았다.
그리고 오늘 관훈클럽에서 행한 기조연설에서는 "민자사업은 서울시의 재정과 민간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라고 언급했다. 박원순 시장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시행되었던 수많은 민자사업이 결국은 민간사업자의 배만 불려주는 것으로 끝이 났던 일을 잊은 듯하다. 더구나 민자사업의 민간은 '시민'이 아니라 '기업'이며 기업의 이해는 시민의 이해와 일치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지하철 9호선의 협약 재구조화는 기업의 이윤을 조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이미 맥쿼리는 천문학적인 시세차익을 남기고 유유히 떠나지 않았나. 박원순 시장은 '세빛둥둥섬도 새로운 활용방안을 찾아 해결'되었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도 자립 경영으로 시민의 부담을 해결'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는 거짓말이다. 세빛둥둥섬의 민간사업자는 현재 강력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효성이다. 게다가 민간사업자가 서울시에 물어야 했던 100억원에 달하는 지체보상금도 재투자한 것이 서울시다. 어디에 시민의 이익이 보장되었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경우에는 매년 개장 준비만해서 수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당장 내년 상반기 개장을 앞두고 소요한 '운영준비비'만 628억원이다. 아직 개장하지도 않은 사업에 대해 자립 경영 운운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사기에 가깝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최근 박원순 시장이 보여준 행보에 우려를 가지고 있다. 알다시피 노동당은 서울지역의 어떤 단체나 세력에 비해 박원순 시장에 대한 쓴소리를 해왔다. 그럼에도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무비판적인 칭찬과 추종보다는 좀더 박원순 시장이 원칙에 충실하고 시민적 상식에 부합하는 행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보여준 박원순 시장의 행보는, 새로운 '이명박'과 새로운 '오세훈'을 보는 것과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박원순 시장이 말하는 혁신이 진짜 혁신이 되려면, 박원순 시장이 제일 먼저했다는 데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박원순 시장이 아니면 못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즉, 혁신은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하는 것이 혁신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까지 박원순은 '얼리 어답터'일 뿐 '이노베이터'라고 하기엔 함량미달이다.
정녕 박원순 시장의 정치가 '시대적 소명'에 의해 불려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소명을 직시하고 이를 묵묵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 박원순 시장이 보여주는 행태는 시민적 상식과도 거리가 있고, 자신이 말한 시대적 소명과도 거리가 있다. 그저 선거에서의 당선만을 염두에 둔 노회한, 하지만 값싼 정치공학적 행보로만 보인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어정쩡한 태도에서 소위 민주정권 10년을 보수세력에게 넘겨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발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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