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강제퇴거가 되어버린 쪽방촌 리모델링 사업 - 맹목적 선의는 폭력이다
2013.8.13. / 화요일
- 거주민 배제한 쪽방촌 리모델링 사업 추진 ... 30여명 세입자 강제 퇴거 당해
- 면담과 사과 요청에 모르쇠로 일관 ... '주거약자를 위한 사업'이라는 저가임대사업, 출발부터 잘못돼
쪽방촌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에게 적절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적절한 임대료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저가쪽방임대사업'이 오히려 세입자들을 쫒아내고 있어 문제다. 동자동에서 쪽방촌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동자동 사랑방'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6월 동자동에 위치한 쪽방 건물 2채를 저가임대용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리모델링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세들어 살고 있던 세입자들에게는 고지조차 하지 않고, 그저 집주인들이 공사하니 나가라는 수준으로 세입자를 몰아 세웠다.
나중에 동 사업이 서울시가 서울역쪽방상담소를 매개로 추진하는 사업임을 알게된 주민들과 '동지동 사랑방'은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오히려 서울시 사업이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고, 정작 정책 대상이 세입자들과 사전 협의가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그제서야 나간 세입자들도 이후에 세입자 모집할 때 재입주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며, 사업의 성격상 미리 고지하고 시행할 수 없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사정인 즉, 저가임대사업을 할 경우, 해당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건물주들이 민원을 제기할 것이고 이렇게 될 경우 사업 추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주변 건물주 모르게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서울시가 동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쪽방촌의 임대료가 다른 곳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쪽방촌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아닌가. 그리고 서울시의 예산으로는 동자동에 있는 모든 쪽방촌의 리모델링을 지원해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면, 서울시의 시범사업을 통해서 다른 건물에 까지 영향을 주도록 하는 적극적인 사업이 외려 서울시가 추진하고자 했던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건물주의 마음은 세심하게 헤아리는 서울시가, 외려 쪽방 세입자들에 대해서는 아주 편하게 '임시 이주할 수 밖에 없고 나중에 다시 들어올 수 있게 신청을 받겠다'는 식이다. 어이없다. 진행과정에서의 강제 퇴거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사과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어제 시청앞에서 진행된 동자동 주민들과 동자동사랑방의 기자회견을 통해서 요청된 면담 요청 조차 무시되었다고 한다. 서울시는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동자동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면 그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선의는 차라리 무관심보다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지금 동자동에서 저가임대사업이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서울시가 딱 그 짝이다. 서울시는 하루빨리 동자동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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