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구름 위에 떠 있는 '도시기본계획 2030', 재정과 제도가 빠졌다
2013.9.26. / 목요일
- 주제별 의제를 공간계획보다 상위로 옮기고, 개방적인 수립과정은 긍정적 ... 3도심-7광역-12지역 구분은 새로울 것 없어
- 노동당, "장기계획을 가능하게 할 재정계획도, 추진과정에서의 시민참여를 위한 제도개선안도 보이지 않아"
서울시가 기본 2020 도시기본계획을 수정한 2030 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참여를 보장했고, 무엇보다 의제 중심의 계획을 내놓은 점을 들어 '서울 플랜'이라는 별칭을 부여하기도 했다. 서울플랜의 구조는 단순하다. 먼저 의제별로 5개의 핵심이슈를 선정하고 이에 따른 17개 목표와 각각의 58개 실행 전략을 수립해놓은 핵심이슈별 계획과 서울을 3개의 도심으로 크게 나누고 이를 다시 7개 광역중심으로 분할하여 각각에 자족적 기능을 부여하고, 마지막으로 17개 지역으로 나누어 지역성을 드러내도록 했다. 기존의 2020 도시기본계획과 비교해보면, 1도심-5부도심-11지역중심-53지구중심이, 각각 3도심-7광역중심-12지역중심-(미정)으로 다원화된 것이 특징이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이미 2006년 지방선거(당시 민주노동당), 2010년 지방선거(당시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시절 '공간 전략'을 중심에 놓은 <서울플랜> 구상을 제안한 바 있고, 이런 흐름에서 서울시가 과거 구속력 없는 법정계획으로 전락한 도시기본계획을 '공간 전략' 개념까지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본계획(안) 자체가 검토되기 전이고, 무엇보다 수립과정에서 제시된 사항들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확한 논평을 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여,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자 한다.
(1) 이슈별 계획과 공간 계획의 상관성이 있는가?
첫번째는 이번에 제시된 이슈별 계획은 그것 자체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각각의 5개 핵심이슈별로 계량화된 계획지표를 제시하면서 언급한 '최저소득기준 보장률'과 '고용률', '공공임대주택 비율', '직주균형지수' 등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계량 지표들의 목표가 이후의 공간 계획에 반영되어 있는가를 고민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이를 테면, '직주균형 지수'와 같은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기는 하나 이후 공간 계획 속에서 이런 가치를 찾아 볼 수 있는 계획을 찾기 어려웠다.
(2) 서울플랜을 가능케할 재정계획이 부재하다
앞서서 이슈별 계획 지표 중에서 최조소득기준 보장률이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궁극적으로 서울시의 재정계획이 수반되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의제들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공개된 계획에는 재정계획이 없다. 아마도 서울시는 동 계획이 '2030 도시기본계획'이라는 법정 계획 차원에서 수립된 것이기 때문에, 해당 기본계획에 재정 부분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답할 수 있다. 하지만, 기왕에 법적 요소가 아닌 '이슈별 계획'을 넣은 상황에서, 재정계획을 누락하는 것은 편의적일 수 밖에 없다.
지금 상황은 박원순 시장의 임대주택 8만호 공약도 재정상황을 이유로 막막한 상황인데, 이를 계획지표로 삼는다는 것은 왠지 보여주기식 지표라는 의심이 든다.
(3) 수립과정이 아니라 집행과정에서의 시민참여가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는 이번 계획 수립과정에서 시민과 전문가의 참여를 강조했다. 늘상 서울시의 계획 발표에는 양념처럼 따라붙는 방식이고 이를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 집행과정에서의 시민참여다. 시민들이 참여한 계획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그리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서 미시적으로 서울시가 수반해야 되는 제도개선과 재정구조의 개선과 관련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획만 좋은 것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이번에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플랜'의 취지에 대해서는 찬성을 하고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것이 그간 2년동안 나왔던 수많은 시민참여형 계획과 마찬가지로 '계획 자체'로 끝나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재정계획과 집행 과정에서의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제도 개선계획'이 고민되어야 한다.
법정 계획이니 만큼, 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내용을 담을 수 없다는 식의 뻔한 핑계를 댈 모양이면 '서울 플랜'이라는 호들갑이 아깝다. '서울 플랜'이라는 말이 제발 이름값하는 계획이 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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