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개발 대책, 진정성이 있는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취임 3주년을 맞아 재개발 제도 개선대책을 발표한 것은 정치적으로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그것은 지난 1월 용산참사가 우발적인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잠재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의 갈등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첫 번째 사례로 인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재개발 제도 개선대책이 제2, 3의 용산참사를 막겠다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예방정책 차원에서 구체적인 실행 목표를 지니고 있어야
했다고 본다.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애초 지난 달에 서울시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단(이하 자문단)이 발표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이미 자문단의 내용 자체가 서울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소화하고 정부 차원에서의
법개정만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해바라기식 대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오히려 서울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재개발 사업시의 임대주택 확대(사업시행인가시
조정기능 강화), 기존 재개발 임대를 시프트로 전환하는 물량의 조정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오늘 서울시에서 발표한 대책은 이런
기대와 거리가 멀다. 다시금 강조할 수 밖에 없다. 우선 공공관리자 제도의 경우에는, 결국 공공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구청장의 권한을
확대했지만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모순 때문에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공공관리자와 기존의 대행사업자의 차이는 누가 고용하는가의
차이일 뿐, 구청의 중립성과 역량 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문단의
취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재개발 사업지역내 세입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독소 조항까지 반영되었다. 자문단은 건물주의 책임성 강화라는 차원에서
‘건물주가 세입자 보상금을 부담’하도록 건의하였고, 이것이 지난 5월 27일에 공표된 도정법 개정안에 반영되었다.
해당 내용을
보면,
제48조(관리처분계획의 인가등) ⑤주택재개발사업 또는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제1항제3호ㆍ제4호 및 제7호에 따라 재산
또는 권리를 평가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방법에 의한다. 2. 제1항제4호에 따라 조합원의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산정 시 조합원이
둔 세입자로 인하여 손실보상이 필요한 경우 조합의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조합원이 둔 세입자에 대한 손실보상액을 뺀 나머지 가격을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으로 산정할 수 있다
로 사실상 자문단에서 건의한 내용이 반영된 것이다. 문제는 이럴 경우 소유주
입장에서는 감정평가 전에 세입자를 내보내야 하는 유인이 발생한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이는 세입자를 미리 내보내야 소유주가 이익을 보는, 지역내
주민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조항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말한 주택수급조정 시점을 사업시행인가가 아니라, 정비구역 지정 때로
앞당긴다고 보자. 현행 도정법상 세입자 보상기준은 사업시행인가일인데, 정비구역 지정 때 주택수급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다면 이 역시 재개발
지역내에서 조기에 세입자들을 내보내야하는 유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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