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눈가리고 아웅 식의 참여예산제 도입을 규탄한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우리는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재정의 위기를 목도하고 있다. 가깝게는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에서 멀게는 그리스의 재정위기까지 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은 시민들의 삶과는 뗄 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시만 하더라도 25조라는 천문학적인 부채에 허덕이고 있으며, 각 지자체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새로운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형편이다. 재정을 쓰는 사람은 따로 있고, 그로 인해 피해는 보는 사람은 따로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민들의 행정 불신은 날로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개정된 ‘지방재정법’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한 것은 바로 지방재정에 있어서만은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이 운명공동체로서 감시와 견제를 통해 지방재정의 편성과 집행에 대한 공감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된 지방재정법이 발효된 9월 9일이 지나서도 아직까지 주민참여예산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곳도 있으며, 도입되었다 하더라고 입법취지에는 한없이 못 미치는 졸속 도입의 사례가 대다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채 10개 조문에 불과한 주민참여예산조례에서부터, 공무원들나 지역 직능단체들이 절반을 차지하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설치한 곳까지 최소한의 주민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조례를 만든 곳이 불과 10개 지방정부도 안되는 현실에 우리는 분노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매년 20조에서 25조의 예산을 사용하는 서울시는 아직까지 주민참여예산조례를 내놓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오세훈 시장 임기 동안 2배 가까이 부채를 늘려놓고, 감사원의 감사에 공무원들이 줄줄이 징계를 받고 있는 서울시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시민들의 예산참여를 막고 있는지 어이가 없다. 대전 등 여타 광역정부 외에 서울시교육청 마저도 조례 제정 후 참여예산회의를 진행시키고 있는 마당이다.
참여예산제도는 우리가 사는 동네에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함께 논의하고, 그래서 한정된 예산의 사용에 있어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함께 책임지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다. 이를 통해서 지방정부 단체장의 곳간이었던 지방재정은 지역 주민 모두의 곳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지방자치란 지방정부의 자치도 아니고 지방의회의 자치도 아닌 바로 지역주민들의 자치가 실현될 때만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입장을 바탕으로 지역에서부터 졸속으로 추진된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질적인 주민참여가 살아날 수 있는 제도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2011년 9월 19일
진보신당 서울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