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광장 민주주의가 유린되었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명박정부와 오세훈서울시장의 광장 공포증이 다시 본색을 드러냈다. 그들의 광장공포증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광장에서 무한한 관용을 표하면서도 막상 자신들에게 맞서는 광장에는 혐오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정신병적이다.
이명박대통령은 어제 '민주주의의 광장에 실용이 아닌 이념이 차지했다'며 개탄했다고 한다. 그의 실용이 이념이 아니라는 자기선언도 웃기지만, 지금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이념의 한편으로 치부해버리는 편협성에 기가 막힌다. 한 손으로 박수가 쳐지지 않는 법이다. 이명박이라는 한편이 없다면, 구태어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이겠는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오세훈 시장도 가관이다. 불과 3일전 시민사회단체, 야당대표들과의 간단회에서 경찰에 시설물보호요청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도, 오늘은 버젓이 경찰의 시설물보호요청을 했다. 그래도 자신의 말에 찔렸는지 광장에 차량이 진입한 적이 없다는 빤한 변명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작년 연말 서울광장의 스케이트장은 모두 인부들이 짐을 들고 날랐다는 말인가. 올 해 상반기 동안 '하이서울 페스티발'이라는 그들의 축제를 위한 무대는 모두 시청 공무원들이 들고 날랐단 말인가. 노점을 방불케했던 각종 관변행사들의 천막들은 도대체 어떻게 칠 수 있었던 건가.
이명박 대통령이든 오세훈 시장이든 광장이 두려우면 통치를 그만한 일이다. 통치는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다르다. 나쁜 기업의 CEO는 대드는 직원을 짤라버리면 그만이지만, 한국가의, 한도시의 통치자는 자신들에게 맞서는 국민과 시민이 불만스러우면 스스로 관두어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에 맞춰야 하는가, 서울시민이 서울시장에 맞춰야 하는가? 오세훈 시장은 스스로 내세웠던 모토만큼이나 제발 '창의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 왠지 과거의 임명직 시장을 보는 듯한 요즘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