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문화시정을 표방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10년 가까이나 지속되었던 하이서울페스티발의 속살이 드러났다.
<그저 아무생각없이 웃고 즐기기, 단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생각은 끼어들 틈 없음.>
지난 6일 서울광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하이서울페스티발행사 중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로 예정된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지막 연주자는 무대에 오른 윈디시티였다. 윈디시티의 리더인 김반장은 마지막 곡을 앞두고 "촛불집회가 진정한 페스티발"이며 "용산참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리곤 마지막 곡을 연주했다. 아직 마지막 곡의 연주가 끝나지 않았고, 당연히 연주자의 클로징멘트도 없었다. 마이크는 꺼졌고, 윈디시티는 등을 떠밀려 무대를 내려왔다.
사회적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은 아티스트의 자유이다. 한 예로 얼마전 미국에서 공연했던 쇼팽전문 피아니스트 침머만은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하였다. 그에 대한 찬반이 있었지만, 예술가들도 사회인의 일원인 이상 그대로 존중되는 관용이 있었다.
서울시가 표방하는 축제는, 단순히 감성의 소모 즉 향유만이 목적인 행사인가. 축제는 다양한 생각과 그런 차이들에 대한 존중이 밑바탕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생각과 차이들을 지닌 전체 서울시민들의 축제를 정권의 이해관계나 서울시의 이해관계에 맞게끔 운영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반문화적인 처사다.
흔히들 문화를 정치적 중립지대로 보고자 하는 시선들이 많지만, 어떤 주류 언론에서도 탤런트 이서진씨나 김흥국씨가 이번 울산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유세를 한 것을 지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가 텔레비전 출연이 어려워 졌다는 이야길 듣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문화시정을 표방한 서울시 행정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바로 서울시민 중에는 그들이 인정하는 시민과 인정하지 않는 시민이 있는 것이며, 나아가 그들이 인정하지 않는 시민들의 생각은 공개적으로 말해서는 안된다는 규율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소프트파워를 표방한 문화시정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문화적 포장지에 둘러싸인 하드파워에 불과하다. 사건이 벌어진지 이미 2일이 지났지만, 서울시나 서울문화재단이나 마땅한 해명이 없다. 한심한 일이다. 그렇게 다른 생각이 싫다면,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다른 축제를 열어주시라. 그나나 그래야 기계적인 형평이라도 맞지 않겠는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