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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이 해야될 것, 마을로 떠넘기기", "아파트주거공간의 폐쇄성 용인" 안돼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작년 '서울시 마을만들기
사업,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3월 8일), '서울시 마을사업, 제2의 새마을 운동 하겠다는 건가?'(9월 11일)라는 논평을 통해서 서울시의
마을공동체만들기 사업이 가지고 있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성과 위주의 마을만들기 사업이 관주도형 사업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특정한 모델의
강제가 지역별 특수성을 간과한 '모델하우스형 마을만들기'가 될 수 있고 *외려 사업형 마을 주체가 발굴될 경우, 기존의 건강한 마을 풀뿌리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를 전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4일에 발표된 서울시의 2013년도 마을공동체사업에 대한 계획을 보면서 이와
같은 우려가 일부 개선된 부분은 있으나 본질적인 문제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부분에 눈이 간다. 우선 사업간의 칸막이를 없애서 사업간 연계,
사업 주체간 연계를 꾀하기로 한 부분은 적절하다. 안그래도 구체적인 마을 현장에서는 한 사람이 복수의 사업에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업이 개별로 추진되면서 사실상 종합적이어야 하는 마을사업이 파편화된 경향이 적지 않았다. 다음으로 회계처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 역시, 작년
행정기관 식의 '회계처리규정'을 준용하면서 실제 마을사업을 하기 보다는 행정의 회계절차에 따른 서식 뒷바라지를 하면서 골머리를 썩었던 마을
활동가들에게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에 왜 마을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이번 마을사업
중 하나로 에너지자립마을 활성화와 안전마을활성화라는 사업을 제시했다. 그런데, 에너지 문제와 안전 문제는 마을의 문제가 아니라 거버넌스의
문제다. 그러니까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수단으로 마을을 활용할 수 있고, 도시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 중 하나로 마을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존에 행정이 해야 되는 업무에서 파생되는 것이어야지,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단위 사업만 떼서 들어올 문제가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기존에 각 부서에서 해왔던 사업 중 지역거버넌스가 중요한 사업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예비 마을공동체사업으로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마을공동체사업은 그것이 다른 정책으로 대체불가능한 고유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발견하기 어렵다.
다른 측면을 보자. 이번에 서울시는 아파트공동체에 대한 강조를 밝혔다. 서울시 주거환경 중 57% 이상이 아파트인 실정에서 아파트
없는 마을을 생각하기 힘들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지역에서 보면 아파트는 이중적인 공간이다. 즉, 비아파트지역과 아파트지역의 분할이
명확하고 무엇보다 아파트단지는 폐쇄적 공동체에 가깝다. 동네 아파트단지를 보면 단지 놀이시설이나 가로도 비 거주자의 출입을 막는 표지판이
내걸린다. 아파트는 지역차원에서 섬에 가깝다. 그런데 아파트 공동체 사업이 대부분 이런 공동체의 폐쇄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제안되어 있다.
공공지원으로 설치되는 기반시설을 사실상 독점하는 아파트단지의 공동체에게 다른 마을공동체와 동일한 조건의 지원을 한다는 것은, 현재 주거공동체의
불균형을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
즉, 아파트의 경우에는 주거공간의 이웃 공개를 전제로 공동체 사업이 지원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2차년도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도 세부적인 사업은 보이는데, 전체적인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상가마을이니 한옥마을이니, 청년마을이니 하는 것처럼 어떤 말에도 그저 마을만 붙이면 마을사업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지금껏 서울시가 해왔던 마을공동체 사업의 중요한 두 요소, 그러니까 구체적인 지역과 사람이라는 것을 조화롭게
고려해야 된다고 본다. 즉, 지역만 주목하는 사업이나 사람에게만 주목하는 사업은 온전한 마을사업이라고 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오래
살기 지원'(전월세 지원 프로그램)과 같이 정주성을 강화하는 기본 사업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도시기본계획 상 도시 형태의 변화를
장기화한다는 기본 전략이 뒤받침되어야 한다. 사람만 보더라도 지역에서 보육에 전념하는 주부들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사업장에 있는 노동자들의
공동체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런 다양함이 사장되면 서울의 마을공동체는 '주부-자영업자 공동체'+'자기집을 가지고 있는 집주인
공동체'+'재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마을들만 공동체'가 되고 말것이다. 무엇보다 마을은 행정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행정과 생산적인 갈등을 하는
주체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서울시의 마을은 첫 걸음도 떼지 못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