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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서울시 마을만들기 사업,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 인구이동률 20%에 이르는 서울의 특징 고려 없어.. 세입자 '이중 배제' 가능성

 - 획일적인 마을만들기, 되려 마을죽이기 될 수 있어

서울시가 오는 3월 15일 마을공동체 만들기 조례를 공표하고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6월까지 설치하고, 5개 시책 68개 개별사업에 총 1,34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대규모 도시개발보다 마을을 주목한 공동체 지향적 도시계획의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특히 그간 서울에서의 개발사업은 거주자 중심의 개발보다는 물리적 개발에 따른 이익의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추진되었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서울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도시라는 평가까지 받아왔다.

하지만, 오늘 발표된 서울시의 계획을 보면 지나치게 조급한 면이 있지 않나 싶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이 지적하고픈 지점은 크게 2가지로, 하나는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에서 '마을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이라는 것이 '만들기가 가능한 물리적 실체'인가라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보자. 우리나라의 인구이동률은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기준으로 16%에 이른다. 서울은 그보다 심해서 17~1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서울시민 100명 중 20명이 한해동안 살던 곳을 옮긴다는 말이다. 이런 특징은 마을만들기가 비교적 잘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의 이동률이 2~4%인 것과 비교하면 극단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의 마을은 사실 이동할 수 밖에 없는 20%의 시민들을 배제하는 정책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집값이나 직장때문에 서울을 떠나거나 서울로 옮겨오는 노동자 서민계층이다. 솔직히 박원순 시장의 마을만들기 사업이 가지는 긍정적인 면을 존중하더라도 결국은 "집있는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 아닌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맥락은 여기에 있다.

둘째로 보도자료에서는 상향식의 의사결정을 따른다고 강조하지만, 그동안 서울시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던 마을만들기 사업의 흐름을 보건데 이는 말뿐일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업을 하기 위해 마을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사례까지 있는 지경이다. 그러다보니 말이 마을만들기 사업이지, 마을은 보이지도 않고 사업만 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세부시책을 보면, 각 마을에 공동체미디어센터니 하는 주요한 사업들을 포함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지역의 특징보다는 매뉴얼화된 단위사업들이 동네마다 들어서는 것이 과연 마을만들기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간 마을없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우후죽순 생기는 꼴이 될 공간이 크다.

그런 면에서 전면적이 사업 실시보다는 지역 여건에 맞는 다양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지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평가를 한 다음 순차적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종합지원센터'와 같은 기관이 만들어지면 사실상 찍어내기식 마을만들기 사업이 봇물처럼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마을만들기 사업이 중요하다면, 그렇기 때문에라도 속도조절을 했으면 한다. 사업을 통해서 없던 마을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없던 공동체의식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런 사업은 지역의 풀뿌리 시민단체들이 기획하고 서울시는 재정만 지원하는 구조로 물러서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서울시의 역할은, 20%에 달하는 이동률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정주율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기타 세입자에 대한 권리보장을 통해서 50%가 넘는 세입자 서울시민들이 지역에 대한 주체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 위주의 마을보다는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튼튼해지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 비전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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