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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아마추어만 판치는 서울시장 선거 / 정남기
한겨레 정남기 기자
» 정남기 논설위원
서울시장처럼 정치인에게 매력 있는 자리는 드물다. 종합행정을 경험하는데다 수도권 주민 상당수를 지지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 21조원이란 막대한 예산을 쥐고 있어 생색내기에도 그만이다.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자리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행보가 빠르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세종시 해법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던 23일 오후 원 의원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거창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24일엔 신촌에서 이계안 전 민주당 의원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출판기념회가 잇따라 열렸다. 26일 오후엔 야당 쪽의 대표주자인 한명숙 전 총리가 63빌딩에서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연다. 여기에 재선을 노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있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거론되고 있다. 선거전은 사실상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가 정치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 주인인 시민은 뒷전으로 한참 밀려나 있다. 출마의 명분도 시민 생활보다는 거창한 정치적 구호에 맞춰져 있다.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흥행몰이용 경선 무대 만들기에만 여념이 없다.

서울시는 거대한 항공모함과도 같다. 위로는 청와대부터 아래로는 동사무소까지 수천 가지 업무에 신경 써야 하는 곳이다. 분야도 방대하다. 외무·국방만 없을 뿐 하나의 작은 정부다. 그러다 보니 1년 가지고는 업무 파악도 제대로 못한다. 해볼 만하다 싶으면 4년 임기의 절반이 지나간다. 그러면 벌써 다음 선거가 눈에 어른거린다. 길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다가 잔뜩 어지럽히기만 하고 하차 시간을 맞게 된다. 준비된 후보가 아니면 시정을 제대로 끌어갈 수 없다는 얘기다.

오 시장을 보자. 초반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낮은 자세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고, 뉴타운 같은 무리한 사업에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임기가 절반을 넘어서는 때부터였을 것이다. 뉴타운에 대한 태도가 바뀌고 ‘한강르네상스’니 ‘디자인수도 서울’ 사업이니 하는 거창한 계획들이 점차 늘어갔다. 임기 후반 들어서는 더 심해졌다. 현실성 없는 지하도로 건설 계획이 그렇고, 소모성 행사로 지고 새는 광화문광장이 그렇다. 최근에는 청렴 공무원 자녀에게 서울시립대 특례입학을 허용하겠다는 황당한 발표까지 나왔다.

오 시장 개인을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준비 없이 정치적 바람을 타고 당선된 서울시장이 어떤 길을 걷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새로 출사표를 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시정을 올바로 이끌겠다는 의지보다는 시장 선거를 지렛대로 삼겠다는 정치적인 목적이 앞서는 것 같다. 여권 후보들은 서울시를 발판으로 대권에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 야권 후보들은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와 이를 위한 바람몰이로 서울시장 선거를 바라보고 있다. 이래 가지고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이들이 얼마나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서울시 문제를 고민해왔는지, 세계 최악의 도시 3위에 오른 서울시를 개혁할 청사진은 갖고 있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서울시장 선거가 정치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선거가 정치적 세 대결의 무대나 대권 주자들의 디딤돌일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서울시를 제대로 꾸려갈 뚜렷한 철학과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왕좌왕 헤매다가 결국 외형적인 성과에 매달리게 된다. 섣부른 아마추어들이 한번씩 헤집고 갈 때마다 서울시의 모습은 그만큼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정남기 논설위원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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