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앙] 노동복지센터 상과 역할 합의 필요

by 종섭 posted Aug 0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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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서울지역 노동정치운동의 혁신을 위한 연속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1차 토론회는 지난 7월 23일, “주민노동자 조직화와 일반노조운동의 평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바 있다. 7월 31일에는, 2차 토론회 “서울시 노동복지센터, 제대로 가고 있나?”라는 주제로, 민동원 진보신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의 사회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정리는 황종섭 서울시당 교육조직부장이 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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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동복지센터 사업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과 진보정당,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맺은 정책협약 사항이다. 현재 제출된 계획으로는 2012년에 15개, 2013년에 10개를 개소하여, 서울시 전체 자치구에 노동복지센터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3개 구(성동, 서대문, 구로)와 구청이 의지를 갖고 밀어붙인 노원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위탁단체 선정이 중단된 상태다.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사업계획서 제출 및 사업계획 발표 등을 포함한 사업 신청까지 마친 상태에서 사업이 중단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김일웅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토론회는 잘잘못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와 지역노동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토론회 시작 전부터 상당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고, 이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사실은 ‘노동복지센터’라는 사안의 까다로움 때문에 발제자 및 토론자 섭외에도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었다. 발제는 마포 노동복지센터 추진팀(이하 추진팀)의 박태하씨가 맡았다.

박태하씨는 추진팀이 겪었던 그간의 과정을 시간순으로 배치하여 발제하였다. 추진팀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와 마포 민중의집, 여성민우회, 가든호텔 노동조합 등을 포함하여 실태조사, 사업계획, 추진방안 등을 주 1회씩 3개월간 논의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에도 마포에서 노동복지센터를 추진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보고하였다.

하지만 5월경 통합진보당 마포구위원회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부지구협이 논의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불협화음이 나기 시작했다. 노동복지센터의 ‘자리’ 문제가 붉어진 것이다.

발제문에 따르면 통합진보당 마포구위원회는 센터장과 상근자 1인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를 서부지구협이 조정하려고 했으나 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은 중단되었다.

추진팀의 문제의식에서 가장 큰 부분은 애초에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원칙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사업의 주체인지 불명확하여, 각 단체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무리를 해서라도 개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사업의 상도 불명확하고 주체도 제대로 세우지 않은 것이 현재처럼 사업이 중단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나경채 진보신당 관악당협 위원장의 토론 발제가 이어졌다. 나경채 위원장은 몇 가지 문제를 원칙적으로 짚었다.

첫째는 노동 중심성이 노동조합의 중심성을 당연히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제기다. 토론문을 인용하면 “노동 중심성을 확보하는 것과 서울본부의 조직적 중심성을 인정하는 것은 일치하는 것이 아니며 센터장이나 실무자를 서울본부가 추천하거나 인정하는 사람으로 구성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오히려 지역에서 사업을 잘 준비할 수 있는 그룹을 북돋는 것이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노동 중심성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둘째는 이 사업의 주체들이 지방정부의 사업 투명성을 훼손하고 있으며, 심지어 불필요한 세금낭비까치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광진구는 사업선정이 내부적으로 끝난 상태인데도 발표를 못하고 사업이 중단되었다. 지방정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일반적으로 이 사업 뒤에 모종의 비공식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서 비극은 그 주체가 민주노총 서울본부라는것이다.

게다가 각 지역에 노동복지센터를 만들기 위해 확보한 공간에 대한 임대료가 계속 지출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이는 구의회 감사 때 지적할 수밖에 없는 사항인데, 그 원인 역시도 사업 지연에 책임이 있는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것은 3명분의 임금을 쪼개 4~5명을 고용하라는 공동규약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이중 회계를 하자는 것인데, 나중에 법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셋째는 정당인 배제에 대한 문제다. 나경채 위원장은 성동의 예를 들며 정치인이 노동복지센터를 운영하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

오히려 진보진영에서는 학교운영위나 관에서 하는 각종 위원회에 정당인과 정치인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역행하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나경채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원칙을 정해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첨언하였다. 민주노총이 지구협의 이름으로 모든 사업을 받아 재위탁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왕에 그렇지 않다면 지역에서 노동문제에 비전을 갖고 있는 주체들이 일정하게 경쟁을 하더라도 심의 절차를 통하되, 공동운영의 정신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토론을 맡은 구자현 민주노총 서울본부 남부지구협 의장은 토론에 나서기에 앞서 발제문과 토론문, 그리고 기존 노동복지센터 선정과정의 성토장이 된 토론회 전반에 대해 유감을 표하였다.

노동복지센터 사업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방향적 토론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토론자로 참석한 것인데,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발언임을 전제로 발제를 하였다.

구자현 의장은 노동복지센터를 둘러싼 모든 문제의 핵심은 “누가 하느냐”는 얘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단적으로 노동복지센터 관련 토론회를 하면 토론회장이 꽉 차는데 반해, 노동복지센터로 하고자 하는 지역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 ‘무료노동 이제 그만’ 사업 토론회를 하면 고작 20명도 안 모였다고 전했다.

문제의 본질은 이 사업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이것이 전체 노동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하는 부분이다. 이것을 토론하고 결정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발제문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얘기하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지적했다. 구자현 의장은 민주노총 서울본부에도 제기했던 문제라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당사자들이 다 모여 문제를 푸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토론이 그런 자리는 아니고, 앞으로 당사자들이 다 모인 공식적인 자리에서 논의하자고 하였다.

구자현 의장은 오히려 노동복지센터의 상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다시금 강조하며, 노동복지센터의 두 가지 측면을 잘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노동복지센터를 서울시 노동정책의 일환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좀 세게 말하면 공무원 조직이 감당 못하는 노동정책을 잘할 수 있는 단체에 넘겨 대행하게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이 정책 협약으로 얻어낸 것이라는 측면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 이 사업을 통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열어줬다. 심지어 노동조합 지원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두 측면이 어떻게 작용할지 원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하자고 얘기하지만 이것이 노동운동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노동정책을 대행하는 것이 노동자 스스로의 조직화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위의 두 패널들과 같이, 노동복지센터의 상과 목적을 제대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노동복지센터를 위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나경채 위원장의 노동 중심성 관련 문제제기와 관련해서 대부분 동의하지만, 현재 노동 중심성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노동자 스스로 만든 자주적 조직이 주체들을 내세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노동조합이 임원 몇몇의 것이 아니라 조합원 모두의 것이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동규약과 관련해서는 어느 한 조직의 이해관계에 기초하지 않고, 공동의 논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반론을 제기하였다.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노동복지센터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구자현 의장은 10년을 넘게 지역노조 활동을 했는데 조합원 수가 늘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털어놓았다.

이어서 현재 한국사회 양극화의 본질은 기업규모 격차이며, 이는 학력,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를 넘어선다고 보았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시행하는 기업복지를 지역차원에서 노동복지센터를 매개로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를 들면, 휴가 관련한 혜택도 있을 것이고,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한정된 안전관리자 선임 등도 지역차원에서 풀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박태하 씨도 이에 공감하며 정기건강검진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노동복지센터를 통해 정규직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과 이것들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 논의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후 참석자들의 발언이 어어졌다. 최현숙 당원은 노동복지센터의 상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누구나 그럴듯하게 하는데, 문제는 소위 ‘선수’들의 힘 싸움이 지역의 노동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김일웅 위원장은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노동복지센터를 매개로 서울지역 노동운동 진영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비춰진 모양새 또한 현재 난맥상의 한 가지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고, 패널들과 마찬가지로 노동복지센터의 상과 역할을 합의하지 않고 진행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하였다.

이어서 노동복지센터를 초기업단위 지역노조의 포스트로 삼아야 하고,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끝나 이 사업이 없어지더라도 성과들을 지역에 축적시키며 지속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백순 진보신당 종로중구당협 위원장은 상근자 숫자를 임의로 늘리려는 시도는 진보적인 입장에서 옳지 않으며, 추가로 늘린 상근자들의 신변상의 문제는 누가 책임을 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진행된 것처럼 사업 선정이 된다면, 앞으로도 문제가 생길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견을 종합해보면 노동복지센터의 상과 역할, 그리고 사업을 대하는 원칙에 대해 분명하게 합의하고 넘어가야 한다는데 일정한 공감대가 있다. 또한 이 사업을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만 집착하여 현재 사업이 중단된 것이라는 점도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8월 말 노동복지센터 사업이 재개된다고 한다. 이번 토론이 현재 붉어진 모든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논쟁 지점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에 의미가 있다. 꼬인 문제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각의 입장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풀어야 할 일이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의 지역노동정치 토론회 3차 토론 주제는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 무엇이 문제인가?”이다.

서울시로부터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를 요청받은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참여를 공식적으로 결정한 상태이며 현재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되고 있다. 다음 토론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우려들이 있으며, 어떤 시각에서 노사민정 협의회를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한 토론이다. 8월 9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에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다.

http://www.redian.org/archive/10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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