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의 대물림, 연대의 힘으로 끊어야"
- 2011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열려
서울역 강제퇴거조치 철회와 탈거리노숙 대책 마련 촉구 - 2011.12.23 00:12 입력 | 2011.12.23 02:48 수정
지난 2001년부터 매년 동짓날을 맞아 진행하는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가 22일 저녁 7시 서울역 광장에서 8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올해 추모제에서는 서울역이 지난 8월 22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새벽 1시 30분에서 4시 30분까지 역사 내 노숙인 퇴거조치에 대해, 공공역사 노숙인 퇴거 조치 철회와 탈거리노숙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추모제에서 인권운동사랑방 정록 상임활동가는 “지난 13일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조치에 대해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라고 요구했지만, 서울시 소관이 아니라서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라면서 “또한 서울역 노숙인을 실태 조사한 인권위도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없다며 권고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정록 상임활동가는 “하지만 이 추운 날씨에 서울역 앞에서 몇 시간만 서 있으면 강제퇴거조치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결국 홈리스당사자와 인권단체 등이 힘을 합해 싸우는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집행위원장은 “서울역의 문제는 노숙인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노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현장지원체계가 미흡하다는 것”이라면서 “예를 들면 서울시가 제공하는 일자리의 한 달 월급은 38만 5천 원에 불과한데 그 돈을 받으면 쪽방 또는 고시원에 가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서, 사실상 그 일을 하면서 사회에 복귀하라고 말하는 것은 개그”라고 꼬집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김일웅 위원장은 “노숙인은 외환위기 등으로 말미암은 폭력적인 정리해고, 거대 자본과의 경쟁에서 밀린 소상공인, 재개발로 쫓겨난 철거민 등 사회적 이유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개인이 게을러서 노숙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럼에도 적절한 사회적 지원이 없어 거리에서 노숙인이 죽어가는 것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탄했다.
빈곤사회연대 최예륜 사무국장은 “박원순 시장이 조문했던 노숙인 홍아무개 씨는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 교육도 받지 못하고 중국집, 봉제공장 등에서 일하다가 사장들에게 임금을 갈취당하고 빚을 지게 돼 노숙인이 되었고 결국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생을 마감했다”라면서 “또한 수급자의 자녀들은 일을 하게 되면 부양의무제 때문에 부모의 수급비가 깎이거나 수급권이 박탈될 것이 두려워 일을 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최 사무국장은 “이처럼 지긋지긋한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앞둔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앞으로 홈리스당사자들뿐만 아니라 빈곤의 위험에 처한 모든 이들이 연대의 힘으로 이러한 현실을 바꿔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영정을 들고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을 추모하며 서울역 주변을 행진한 뒤 역사 안으로 들어가 강제퇴거 조치의 철회를 촉구하는 것으로 이날 추모제를 마무리했다.
또한 이날 추모제에서는 성프란시스대학 노숙인 인문학과정 풍물패 ‘두드림’, 이삼환 무용가, 노동가수 박준 씨의 추모공연이 이어지며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의 넋을 위로했다.
한편, 2011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공동기획단은 사전 행사로 늦은 4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서울역 강제퇴거 123일 및 올해 사망한 홈리스분들의 생애를 담은 기록물 등을 전시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