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총선평가와 전망 간담회
10월 재창당 완료 또는 외부세력 참여 재창당 등 이견
지난 21일부터 ‘총선 평가 및 향후 전망과 계획에 관한 대표단 전국 순회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진보신당이 23일 서울과 인천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서울에서는 약 20명의 당원과 홍세화 대표, 김종철 부대표가 참석했다.
‘당 전망 논의 토론자료’의 발제 해설은 김종철 부대표가 맡았다. 대표단 성원들이 작성한 토론 내용을 쟁점 별로 김 부대표가 요약하여 발제하고 당원들과 질의응답 및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진보신당의 전망에 관한 주요 쟁점은 크게 △ 좌파정당 건설 과정에서 당의 역할은 무엇인가 △ 당 쇄신 과제는 무엇인가 △ 재창당 시점은 언제가 좋을 것인가 △ 좌파정당의 상과 대상은 무엇인가 △ 대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등 총 5가지이다.
좌파정당 건설에서 진보신당의 역할
좌파정당 건설 과정에서 진보신당의 역할에 대해서 김 부대표는 “당이 밀알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에는 대부분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이후의 주된 과제가 주체 형성이라는 것, 총선 실패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은 주체 형성의 가장 유력한 집단이므로 즉각 착수해야 한다는 견해가 한 축에 있다. 안효상 공동대표와 김선아 부대표가 이를 주장한다.
반면 좌파정당 건설은 좌파의 혁신이 전제될 때 의미가 있으며, 따라서 진보신당 고유의 역할과는 별개로 진보신당이 좌파정당 건설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신의 쇄신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 부대표에 따르면 이 견해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통합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 또한 (그러한 분들이)진보신당도 혁신의 대상이라 판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새로운 좌파정당 건설을 진보신당이 먼저 나서는 것이 그들을 배제할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대표는 “좌파정당 건설에 대한 두 번째 견해는 첫 번째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동의하는 바이다. 다만 10월까지 재창당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아닌 그 분들(당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재창당 과정이나 당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재창당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이 논의의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즉, 진보신당도 쇄신 대상이라는 논점, 당 외부 세력과의 보폭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라는 것이 쟁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보신당은 좌파정당건설을 위한 정식 논의 틀을 제안하거나 추진하고 있지 있다.
진보신당의 쇄신 과제
당 쇄신의 과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으나 강조점에는 차이가 있다. 첫째 견해는 당 쇄신의 1차 과제로 지역 활동을 쇄신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대표는 “지역 활동은 당연히 혁신해야 하는데,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에 대해 쟁점이 있다. 이 견해는 무조건 지역 거점을 마련하자는 것이고, ‘민중의 집’과 같은 형식으로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고, 지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결합할 수 있는 ‘노동자정치혁신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견해는 재창당을 염두에 두고 강령, 당명, 당헌 등 당의 이념과 조직체계 등을 쇄신하는 것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은 조직 활동의 쇄신과 정치 활동의 쇄신이 동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이는 재창당을 전제로 하는 견해로 지역 활동을 혁신하는 활동을 하면서 당 밖의 외부세력과 대화하자는 의견이다. 이 견해는 조직 활동은 변화된 여건에 맞추어 진행하며, 당 내부 의사 결정과 집행, 참여 방안 등에 대한 혁신안을 마련하고, 정치활동은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하여 당의 주장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가자는 입장이다. 첫째 견해와 둘째 견해를 다 포함하는 조정 성격의 의견이다.
재창당 시점은?
대표단이 당원 의견 수렴 없이 창당준비위를 발족한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김 부대표는 “진보신당이 먼저 할 것이냐 아니면 좌파정당을 추진하는 다른 세력을 기다릴 것이냐의 차이는 있었지만, 형식적 창당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미 창준위를 발족하였고 10월 18일까지 정식으로 창당하지 않으면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신당이라도 먼저 재창당을 완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김 부대표는 “우리끼리 재창당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는 재창당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창당 시점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대선이라는 선거 일정을 고려할 때 재창당이 늦어져서는 안되지만, 그 이후에라도 외부세력과의 대화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절충 의견도 있다. (가칭)재창당추진위를 설치하여 강령, 당명 등을 개정하고 재창당을 위한 과제 제출, 좌파정당 건설을 위한 외부세력과의 협의 등을 병행하여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좌파정당의 상과 대상
좌파정당을 건설하고 노동정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이견이 없다. 다만 현실적 과제는 무엇이며, 대상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다.
김 부대표는 “총선 직전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1차 재창당을 했다. 그 때 만나지 못한 노동정치와 녹색정치를 만나서 다시 함께 하도록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고, 내 의견도 같다. 그래서 당명도 ‘녹색노동당’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노동 주체들이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면 아예 우리가 녹색당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반면 좌파정당 건설도 지역에서부터 시작되고 강화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역별로 ‘노동정치혁신위원회’를 조직하여, 이를 근거로 좌파정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민중의 집과 같이 지역 거점을 만들자는 주장과 유사하다.
하지만 위 두 견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노동정치혁신위원회를 조직하고 활동하자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기 때문이다.
12월 대선 대응
대선이라는 선거 일정을 근거로 10월 재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구체적인 대선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시나리오 수준의 상황 공유만 되고 있다. 10월 재창당을 전제할 경우 ‘독자후보를 낸다, 내지 않는다, 일단 출마 후 정치적으로 판단한다’는 정도의 시나리오이다.
독자후보 시나리오는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 등과 야권연대를 하면서 진보진영 후보는 진보신당과 같은 세력의 후보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김 부대표는 “진짜 진보를 대표하는 주자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독자후보 전술은 함께 하고 있지 못하지만 좌파정당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독자후보 전술에 대한 어려움도 지적했다. 김 부대표는 “후보 기탁금이 3억원이고 예비후보도 6천만원이다. 최소 10억원은 있어야 선거를 치른다. 이러한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좌파정당 건설이 본격화 된다면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나 결과로 인해 좌파의 공동전선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독자후보 전술은 좌파정당 건설에 대한 세력과 주체들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득표력 문제도 제기되었다. 김 부대표는 “어렵게 선거를 치렀는데 득표율이 지금보다 더 나오지 않았을 때의 패배감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고 우려점을 말했다.
후보를 내지 말자는 입장은 당 조직 안정화에 주력하면서 2014년 지자체 선거를 집중적으로 준비하자는 의견이다. 이 또한 단점이 있다. 김 부대표는 “후보를 내지 말자는 것은 정당으로서는 어려운 선택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나타났듯이 지역 후보가 없으면 지역 당원들이 선거기간에 할 것이 없다. 대선도 마찬가지이다. 존재감만 상실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후보를 내고 이후 정치적 판단을 하자는 입장은 출마한 이후 정치적 흐름과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독자 완주할 것인지 중도 사퇴할 것인지를 판단하자는 것이다. 김 부대표는 “가장 의미가 있는 판단이라고 본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는 “난점은 있다. 후보를 출마시키는 것은 굉장히 강한 조직적 결의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완주와 사퇴 등이 유동적이라면 선거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고민 지점을 드러냈다.
대표단 내부의 미묘한 입장 차이
안효상 공동대표와 강상구, 김선아 부대표가 제출한 각 토론 자료에는 대표단 성원간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안효상 공동대표는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좌파 정당을 10월 안으로 건설해 18대 대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효상 대표의 자료는 이에 대해 “정치 일정은 주어진 것이며 현재의 정치적 장에 있는 어떤 정치 세력도 이를 피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고 서술되어있다. 또한 “진보신당은 현재 한국 좌파 진영 내에서 가장 유력한 정치 집단이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단기 과제로 6월 9일 예정된 전국위에서 2차 창당추진위 구성을 제안하고 대표를 의장으로 두어 강령, 당명 개정안 등을 제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이를 통해 (가칭)조직강화 및 지역정치위원회를 설치해 조직 상태를 점검하며 장기적으로 지역정치 활동 방향을 모색해 2014년 지방 선거에 성과를 내자고 제시했다.
강상구 부대표는 “쇄신 없는 진보 좌파정당 추진은 단순 세력연합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진보신당을 포함한 진보정치 운동에 대한 반성과 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노동정치, 지역정치활동, 당원의 당 참여, 한국 사회변화에 따른 전략 등 4가지 혁신과제를 제시했다.
강 부대표의 입장은 구체적인 사업으로 노동정치 혁신과제로 민중의 집 건설, 지역거점 네트워크 구성 등 최소 10개 거점 지역에서 지역/노동정치 혁신위원회를 건설하여 6개월간 실험을 하자는 것이다. 2012년 내 전국적으로 민중의 집 25개를 건설하고, 진보좌파정당 건설의 의지가 있는 단위들과 지역별로 비정규직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지역정치활동의 경우 장기 과제로 당 재정 및 활동가의 50% 당협 할당제 도입 등을 제시했고, 당원 참여 혁신 과제로는 주민참여예산제 적극 참여 등을 제시했다.
진보좌파정당 건설 기본 방향으로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체를 재구성하여 형성하는 것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시간과 일정 때문에 부실하게 재창당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선아 부대표는 진보좌파정당 건설은 ‘반성장주의’로 출발해야 한다면서 비정규 불안정 노동을 중심으로 한 연대세력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태일의 집’이 이들을 만나는 공간적 거점으로 활용되고, 지역활동도 이곳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의 목표에 대해서는 좌파정치세력의 형성을 목표로 해야 하며, 진보신당만의 후보전술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창당 시점은 대선 전후로 함께 할 세력들과 대화와 실천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세화 상임대표는 별도의 토론문을 제출하지 않았지만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대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홍 대표는 “개인적으로 현장노동자 출신을 대선 후보로 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홍 대표는 “당 혁신과 조직 점검은 일상적으로 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미진했다. 당원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 당원 중 강령을 읽는 사람은 도대체 몇 사람이나 되는가?”라며 재창당 이후 당원 교육사업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중의 집 운동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정치는 교육, 문화, 놀이의 장이고 만남의 장이어야 한다. 민중의 집이 노동정치와 지역정치가 결합하고 만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재창당 시기
대표단 성원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당의 혁신과 쇄신, 그리고 ‘민중의 집’ 또는 ‘전태일의 집’과 같은 지역 거점을 마련하고 노동자 중심의 진보좌파정당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좌파정당의 건설 일정에서 강상구 부대표와 나머지 대표단 성원의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강 부대표는 구체적 사업계획들이 장기 전망 중심으로 제시되어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히 준비하자는 의견이지만, 나머지 대표단 성원들은 10월경 재창당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의견이다.
강 부대표는 건설의 기본 방향에 대해 선거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론을 경계하고, 진보신당만의 재창당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기 또한, 지역노동정치혁신위원회 등을 통한 공동사업 과정에서 논의가 가능하며 특히 통합진보당 사태 추이에 큰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기본 방식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선에 있어서도 강 부대표는 진보좌파정당 건설 주체들과 대화와 협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진보신당의 독자 대응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부대표의 의견은 전체 맥락에서는 대표단 다른 성원들과 큰 차이는 없지만 진보좌파정당 건설의 기본 방향이 ‘도로 진보신당’으로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진보신당 당원들의 의견
자유토론 시간에 한 당원은 “정치결사체는 주요한 시기에 우리의 주장을 제시하여 국민들에게 정치적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총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것은 이번 대선과 연계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대선에서 우리 당의 입장을 밝히고 제시하지 못한다면2014년 지방선거 때 당의 존재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와는 다른 맥락에서 발언한 당원들도 있었다. 한 남성 당원은 “총선 전 사회당과의 통합에서 중요한 것이 ‘일정’이었다. 총선 일정에 맞추어 역순으로 내용을 정했다. 그 때 당원들은 합당 자체가 불만인 것이 아니라, 논의 과정이나 절차에서 당원들이 배제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서운했다”라고 밝혔다.
용산당원이라고 밝힌 당원도 “대선 독자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면 제대로 해야 되는데, 당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당이기 때문에 해야 된다고 하는 발상은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재정이나 조직 상태 등이 우리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시점을 2016년으로 잡고 체력을 기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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