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의 리더십…‘4대강’ 막고 복지 힘쓸것” | |
[선택 6·2 D-30] | |
김의겸 기자 고나무 기자 탁기형 기자 | |
[서울시장 후보 도전 인터뷰] ⑨ 한명숙
말이 참 순하다. 이리저리 찔러봐도,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는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치명적인 질문에도 “저는 스스로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란다. 질문자가 제풀에 무장해제 돼버린다. 그래도 “당선되면, 4대강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할 때는 허리를 곧추세웠다. 2일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를 마포의 선거사무실에서 만났다.
사회단체·지자체장과 연대 -당선되면 어디에 중점을 두고 현 정부를 견제할 것인가. “현 정부 국정 방향과 서울시 시정 방향이 일치한다. 무분별한 대형 개발사업 위주의 정책이다. 이것을 ‘복지 시정’ ‘교육 시정’ ‘일자리 시정’으로 바꾸려 한다. 마침 한나라당도 이런 정책 프레임으로 들어왔다. 시장이 되면 예산 배분을 삶의 질과 관련된 쪽으로 바꾸도록 견제, 감시하겠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장과 연대해 4대강사업 집행을 단호하게 막아보겠다. 종교나 시민사회단체에만 맡길 게 아니다.” -슬로건이 ‘사람 특별시’이고 ‘복지 서울’을 강조한다. 그러나 오세훈 현 시장도 똑같이 이를 강조한다. 차이가 뭔가. “오 시장과 이명박 정부의 일관된 시정 목표는 대형 개발 중심이다. 가든파이브 등 예산을 낭비한 대형 프로젝트가 많았다. 가치에 대한 말보다 실제로 가치를 실현할 의지와 신뢰가 중요하다.” -주택 문제 해법은? “중대형보다 소형 중심의 공공임대 주택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오 시장도 시프트 사업, 후분양제 시도 등 노력은 했다. 그러나 뉴타운으로 집값이 올랐고 시프트 아파트에 억대 부자가 들어가 사는 등 시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있다.”
오시장 뉴타운이 집값 올려 -온화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권력의지가 안 보이고 임팩트가 약하다는 비판이 있다. “기존의 리더십은 이십세기식 리더십이다. 남성중심적이고 추진력을 강조하고 일방통행식이다. 여성부, 환경부 장관 재직 시절 스스로 제 리더십을 ‘어울림의 항해’나 ‘균형의 가치’라고 말했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리더십이다. 환경부 장관 시절 공무원의 자발성을 높여 업무 평가에서 1위를 했다. 절차나 과정을 빼먹는 리더십은 결국 자기 무덤이 된다. 리더십에 자긍심이 있다.” -한 후보에 대해 총론은 강한데 각론은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거다. “스스로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하고 항상 열심히 배우면서 일한다. 학습열이 강하다. 또 콘텐츠가 약하다는 것은 상대적이다. 시민사회 운동을 30년 이상 했고 정치권에서 10년 간 다양한 경험을 거쳤다. 콘텐츠가 약하다는 비판은 조언으로 받아들인다.(웃음)”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 비해 민주당은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비판이 있다. “경선 규칙과 관련해 이계안 후보쪽에서 총체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그 문제제기를 둘러싸고 저희쪽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현재 (당과 이계안 후보쪽이) 막바지 협상에 들어갔다고 보는데 잘 될 거라고 예상한다. 또한 저는 민주당의 후보이지만 동시에 범야권과 시민사회단체 등 범민주진영 후보로 규정될 때 더 힘이 생기고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므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단일후보를 세우는 과정이 남아있으므로 경선 흥행을 만회할 것이다.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와 물밑에서 단일화를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다른 야당과 단일화 통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민주개혁진영에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가. “두 분이 남긴 과제는 한마디로 ‘민주개혁진영이 합쳐라’이다. 그래서 두 전 대통령 서거 뒤 처음 맞는 이번 지방선거가 중요하다. 야권 연대 시도 자체가 그 과제를 실천하는 방법이다. 난관이 있었지만 성과도 있었다. 그 성과를 폄하하지 말고 오월 중순까지 끊임없이 협상이 시도되고 가속화됐으면 좋겠다.” -만약 당선된다면 현 정부와 맞서는 자리에 서 있을 텐데 조정보다 싸움의 역할이 크지 않을까. “두 가지 다 해야 한다. (웃음)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다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도 수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싸워볼 만하고 협상해볼 만하다. 서울시는 자체 예산이 많으므로 예산을 따오는 문제보다 정책의 프레임을 가지고 (중앙정부와)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4대강 사업이 그렇다.” 인터뷰 김의겸 선임기자,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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