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는 16명의 광역단체장, 228명의 기초단체장과 761명의 광역의원, 2,888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최대규모 선거다. 수 천명의 정치인이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만큼, 1만 명에 가까운 후보들이 예비후보로 등록, 활동하고 있고 이 중 독특한 후보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진보진영 출마자들 가운데, 색다른(?) 후보들이 색다른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벌이는 지역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부부 출마자들도 있고, '똥 푸는 후보'도 있으며, 차량과 결별을 선언하고 마라톤으로 선거구를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는 후보도 있다.
부부 후보의 장단점
우선 부부출마자들이 눈에 띈다. 진보신당 최은희(서울시의원, 비례) 후보와 김희서(구로구의원) 후보,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송재영(군포시장) 후보와 성복임(군포시의원) 후보가 그들이다.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총선을 치를 당시, 선거운동을 하다 만난 최은희-김희서 후보.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출(?)까지 감행해가며 결혼에 성공했다. 이들은 이후 당 활동을 이어오다 이번 지방선거를 맞아 김희서 후보가 기초의원으로 출마를 결심했고, 뒤이어 최 후보도 비례대표로 출마결심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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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왼쪽부터)최은희-김희서, 송재영-성복임 후보, (아래 왼쪽부터)마라톤 유세의 류강용, '똥 푸는 노동자' 이영우, 사진작가 화덕헌 후보(사진=진보신당, 성복임 류강룡 후보 블로그) |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기간에 선거운동을 통상 부부 간 하는 만큼, 현재 양 후보 측은 배우자 간 ‘지원사격’을 받지 못하는 처지다. 그러나 김 후보는 “최은희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와 주로 함께 다니는 만큼 당의 정책이나 전반적인 분위기를 전달해 주고, 나는 바닥에서 부터 선거운동을 하다보니 현장의 분위기를 전해줄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것도 사실. 그런데 김 후보는 “아무래도 많이 못 본다”는 아쉬움을 단점으로 밝혔지만, 최 후보는 오히려 “예전보다 많이 본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김 후보는 “서로 선거운동 시간이 달라 나는 11시에 무조건 잠들어야 하지만, 최 후보는 더 늦게 끝나는 경우도 있다”고, 최 후보는 “술도 안 먹고 10시 전에 보통 집에 들어오는 만큼 더 자주 본다”고 각자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최 후보는 여기에 “포기할 것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같이 포기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여기서 ‘포기할 것’이란 “청소” 등을 의미한다는 것이 최 후보의 설명이다.
"이런 것이 여성해방"
군포에서 시의원을 지낸 송재영 민주노동당 군포시장 후보 역시 배우자인 성복임 군포시의원 후보와 동반 출마했다. 송 후보는 이 지역에서 오랜 활동을 벌였고, 시의원 생활도 역임한 만큼, 동반출마가 성복임 후보의 인지도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 후보 역시 오랫동안 지역에서 당 활동과 시민단체 활동을 해 온 ‘베테랑’이다.
송 후보에 따르면 성 후보는 애초 정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송 후보는 “내가 시의원 할 때 여기저기 민원도 많이 들어오고 집에까지 들어오는 민원인이 있어 많이 신경을 써왔다”며 “그런데 이제 직접 여성정치의 필요성을 느끼며 출마에 나서게 되어 농반진반으로 ‘이런 것이 여성해방’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웃었다.
그러나 양성관계에 있어 유독 보수적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부 동시출마가 유권자들에게 정서적으로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송 후보는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성 후보에게 ‘왜 남편 출마를 보좌하지 나왔냐?’, ‘부부가 다 해먹냐?’는 얘기가 들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평생 부부가 지역운동에 헌신해 오고 진보정치운동을 해 왔다는 것을 높게 평가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고2, 중2, 두 자녀에게 크게 신경쓰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송 후보는 “부모가 만날 늦어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 시민운동-진보정당 운동을 하면서 (후보 출마라는)여기까지 올 수 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오물들 다 퍼내겠다"
독특한 이력으로 관심을 모으는 후보도 있다. 진보신당 소속으로 천안시의원에 출마한 이영우 후보는 ‘똥푸는 노동자’ 출신이다. 바로 정화조 청소 사업이 그의 직업이다. 그는 “오물제거 전문가”라는 이력을 살려 비리로 얼룩진 시와 시의회를 제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 후보는 출마의 변에서 “배운 것도 부족하고, 내 집도 장만하지 못한 평범한 노동자가 감히 천안시 의원에 출마한 이유는 돈 많은 부자들이 독점해 온 권력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과 평범한 노동자 서민의 권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진보신당 충남 민생경제본부장으로 신용회복과 보험피해구제 상담을 해왔고, 임대아파트전국회의 수석부의장으로 부도아파트 및 임대아파트 임차인을 위해 꾸준히 활동하기도 했다.
‘사진작가’ 후보도 있다. 부산시당의 ‘아이디어 뱅크’로 불리는 화덕헌 후보. 그는 지난 2008년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제기하며 이랜드 박성수 회장이 장로였던 서울 사랑의교회 앞에서 ‘네 이웃인 비정규직을 사랑하라’며 알몸 퍼포먼스를 벌였고 2001년에는 ‘이문열 책 반납운동’을 벌여 <오마이뉴스> 선정, ‘올해의 인물’에도 뽑혔다.
그는 2010년 ‘사진예술’에서 선정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만큼, 사진 전문가이다. 특히 부산역 노숙인들을 카메라에 담은 작품전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해 셔터를 눌렀고, 최근에는 김석준 진보신당 부산시장 후보와 함께 부산 곳곳을 사진에 담아 책 『부산을 걷다』를 펴내기도 했다. 또한 ‘까발리야호’, ‘낙동강 땟목 퍼포먼스’ 아이디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부산 아이디어뱅크 사진작가
재미있는 선거운동으로 주목받는 후보도 있다. 민주노동당 과천시장 후보로 출마한 류강룡 후보, 아마추어 마라톤 동호인인 류 후보는 지난 3월 1일부터 선거일인 6월 2일까지를 목표로 과천시 구석구석을 마라톤으로 뛰어다니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과천은 환경에 관심이 무척 많은 지역”이라며 “탄소배출과 공해에 대해 공약을 제출했지만, 공약만 내세운다고 시민들이 진정성 있게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마라톤 유세’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과천도 그렇게 넓지 않은 만큼 반나절은 마라톤으로 뛰고 반나절은 만난 시민들의 얘기를 들으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를 쓰지 않는 만큼 불편한 점은 당연히 있다. 무엇보다 “기동력이 떨어진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류 후보는 “아침에 명함을 돌리러 가야 하는데, 뛰어가야 하는 만큼 보통 계획된 시간보다 30분~1시간은 일찍 나와야 한다”며 “사람들이 몰리는 행사에 가면 명함도 금방 쓰겠지만, 뛰어다니며 시민들을 1대1로 만나는 만큼 명함배부 속도도 늦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나는 시민들에게는 더욱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진보정치가 시민들과의 소통을 얘기하지만, 막상 선거가 시작되면 조직선거로 흐르게 된다”며 “이번 유세를 통해 진보적 선거운동이 주민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상황을 듣고 살아있는 공약을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 후보는 “시민들이 시장후보가 차도 없이 양복도 못입고 다니니까 ‘본인이 맞냐’고 물어본다”며 “하지만 많은 분들이 열심히 한다고 격려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맞냐’는 질문에 ‘본인이 맞다’고 대답하기도 민망하고, 옷에 ‘내가 맞다’고 써서 다녀볼 까 한다”며 웃었다. |